전편 「AI는 총수요를 감소시키는가」를 발행한 뒤, 윗분이 프레임의 출처를 들려주었다. 왜 세간의 질문법대로 “AI는 생산성을 높이는가"라고 묻지 않고 굳이 수요의 언어로 물었는가. 답은 간단했다. 생산성이라는 단어가 이미 결론의 절반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팔린 것만 세는 단어
생산성은 중립적인 측정치처럼 들리지만, 회계적으로는 조건이 하나 붙은 말이다. 노동생산성은 부가가치를 노동시간으로 나눈 값이고, 분자의 부가가치는 시장에서 팔린 산출만 집계한다. 1 노동생산성 = 실질 부가가치 ÷ 노동 투입 시간(BLS, OECD 공통 정의). 국민계정의 부가가치는 시장 거래를 통과한 산출을 세므로, 팔리지 않은 소프트웨어는 재고로도 남지 못하고 통계 바깥으로 사라진다. 무료 산출물의 가치가 GDP에 잡히지 않는다는 오랜 측정 한계와 같은 뿌리다. 팔리지 않은 산출은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분자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니 “AI가 생산성을 높이는가"라는 질문은 “AI의 산출이 소비로 전환된다"는 가정을 품은 채 시작한다. 검증해야 할 명제가 질문의 전제 속에 미리 들어가 있는 셈이다.
그 가정이 지금 성립하는가. AI가 만든 코드의 행선지를 따라가 보면 의심이 커진다. 생성 도구 덕에 코드를 쓰는 속도는 극적으로 빨라졌다. 그런데 그 코드가 실행되고, 팔리고, 누군가의 지출이 되는 단계까지 가는가. 대부분은 아무도 실행하지 않는 스토어 한 켠의 프로그램이 된다. 만드는 비용이 0에 가까워진 세계에서 만들어진 것의 공급은 무한대로 늘고, 하나하나가 소비될 확률은 그만큼 떨어진다. 2 공급이 무한이 된 세계에서 희소 자원이 산출물에서 주의력으로 넘어가는 구조는 「공급이 무한해진 날의 부동산학」에서 다뤘다.
아홉 배의 감쇠
이 감쇠는 측정되어 있다. Demirer, Musolff, Yang이 GitHub 개발자 10만여 명의 활동 데이터로 AI 코딩 도구 세 세대의 효과를 쟀다. 코드 작성 단계의 효과는 누적 +180%. 같은 도구의 효과를 릴리스 단계에서 재면 +20%로 줄어든다. 3 Demirer, Musolff, Yang, Writing Code vs. Shipping Code(NBER WP 35275). 자동완성, 동기식 에이전트, 비동기식 에이전트 세 세대의 효과를 각각 측정했다. 서재의 다이제스트로 정리해 두었다. 아홉 배의 감쇠가 작성과 출시 사이 한 구간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출시는 아직 소비가 아니다. 출시된 것이 사용되고, 사용이 지불로 이어지는 단마다 감쇠는 또 걸린다. 첫 단의 “생산성 +180%“와 말단의 부가가치는 자릿수가 다른 숫자가 된다.
이 독법은 현상 하나를 덤으로 설명한다. AI 채택이 이토록 빠른데 왜 거시 생산성 통계는 조용한가, 하는 솔로 역설의 재연이다. 4 “컴퓨터 시대는 어디에서나 보이는데 생산성 통계에서만 보이지 않는다”(Robert Solow, 1987). AI판 재연의 근거로는 기업 도입의 95%가 아직 수익을 못 낸다는 조사(MIT NANDA 2025)와, 향후 10년 TFP 상승분을 약 0.7%로 추정한 Acemoglu(NBER w32487)가 있다. 단서 하나. 이 설명은 무형자산 투자 국면의 지연을 말하는 생산성 J커브 가설(Brynjolfsson, Rock, Syverson)과 현재 데이터로는 구별되지 않는다. 판별 지표는 측정 생산성의 반등 시점이다. 미스터리가 아니다. 팔리지 않은 산출은 생산성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작업 단위의 속도 향상과 부가가치 사이의 간극이 클수록, 채택의 열기와 통계의 침묵은 얼마든지 공존한다.
조건부 창조, 무조건 파괴
수요의 언어로 물어야 보이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창조와 파괴의 비대칭이다.
AI가 만드는 가치는 조건부다. 시장 청산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부가가치가 된다. 반면 파괴는 관문을 기다리지 않는다. 가장 빠른 파괴는 청산 이전에 도착한다. AI가 신입만큼 일하는지 아무도 검증하지 못한 시점에, 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채용이 끊긴다. 5 관리자의 37%가 Z세대 신입을 채용하느니 AI를 쓰겠다고 답했다(Hult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 2025). 이 기대 기반 대체가 수요 감소의 루프를 어떻게 돌리는지는 전편의 루프 절에 있다. 번역가의 발주 중단은 그다음 속도다. 클라이언트가 AI 산출로 갈아탄 순간, 청산과 동시에 실현된다. 파괴는 이렇게 청산 이전부터 청산과 동시까지 걸쳐 오는데, 창조는 전부 청산 이후에만 있다. 이 비대칭을 같은 저울에 올리면 기대값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는 자명하다. 생산성의 언어는 그 저울을 지운다. 플러스는 확정된 것처럼, 마이너스는 이행기의 마찰인 것처럼 들리게 만든다.
물론 실현되는 산출도 있다. 내부 도구로 업무 시간을 아끼는 회사는 실재한다. 그런데 그 실현의 형태를 들여다보면, 새로 팔리는 가치라기보다 비용 절감이다. 절감된 비용은 마진이 되고, 마진은 주주환원이 되고, 주주환원은 상위 가계의 자산이 된다. 전편에서 따라간 경로 그대로다. 6 칩 마진에서 주주환원, 상위 가계 자산, 자산효과 소비로 이어지는 경로의 수치는 전편 「AI는 총수요를 감소시키는가」의 각주에 있다. 그러니 이 반례는 프레임의 예외가 아닌 지류다. 생산성이 실현되는 경우조차, 실현의 통로가 수요를 넓히는 쪽이 아닌 자산을 불리는 쪽으로 나 있다.
질문이 답의 절반이다
질문은 중립적이지 않다. “AI는 생산성을 높이는가"라고 물으면, 산출은 팔린다는 가정 위에서 낙관과 비관이 도구의 성능을 두고 다투게 된다. “AI는 수요를 줄이는가"라고 물으면, 그 가정 자체가 심문대에 오른다. 전편의 결론이 그 심문의 답이었다. 총량은 아직 버티고 있다. 버티는 동안에도 산출과 소비 사이의 다리는 좁아지고 있다.
무엇을 물을지 고르는 순간, 답의 절반은 이미 정해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