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짚는 이정표

오늘은 제가 큐레이터가 되어 한 박물관을 안내해 드리려 합니다. 다만 미리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 진짜 큐레이터는 따로 있고, 저는 오늘 하루 그분의 전시 앞에 서서 안내봉을 빌려 든 사람일 뿐이지요.

그분의 이름은 Andrew Warkentin. 본인의 자기 소개를 그대로 옮기면 “OS/emulator developer and OS historian” — OS 개발자이자 OS 역사가입니다.1 2003년부터 20년 넘게 혼자서 운영체제를 모으고, 패치하고, 사용자가 한 번의 클릭으로 부팅할 수 있는 형태로 정비해 오는 동시에, UX/RT라는 본인의 QNX형 마이크로커널 OS를 짓고 있는 분이지요.

과거를 살아 있는 상태로 보존하는 일과, 새로운 OS를 처음부터 짓는 일이 같은 책상 위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이 — 이 박물관의 결을 어느 정도 설명합니다. 오늘의 전시는 그분의 손에서 자란 박물관 — The Virtual OS Museum — 입니다. 1948년 Manchester Baby부터 현재까지 250여 개 플랫폼·570여 종 운영체제·1700여 개 사전 설치본이 깨어 있는 상태로 모여 있는 곳이지요.2

The Virtual OS Museum 홈페이지 풀페이지 캡쳐

박물관의 첫 페이지 전체. 타이틀 → 통계 카드(1700+·250+·570+·1948–now) → 격자로 정렬된 운영체제 스크린샷 갤러리로 이어지는 단순한 구조가, 1700개의 OS를 서가에 늘어 놓듯 보여 준다. © virtualosmuseum.org

이런 박물관의 가치는 *보존(preservation)*이 아니라 *접근성(reachability)*에 있습니다. 디스크 이미지를 모아 두는 일은 이제 어렵지 않습니다. 어려운 것은 그것을 지금 이 노트북 위에서 실제로 부팅되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거리를 좁힌 사람은 — 단체도 재단도 정부 사업도 아닌 — Andrew 한 명입니다. 이 두 축, 접근성한 사람의 20년이 박물관의 모든 것이지요.

그럼 함께 입구로 들어가지요.

입구 — 안내 데스크

박물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실행기입니다. 운영체제별로 분류된 메뉴에서 항목 하나를 누르면, 그에 맞는 에뮬레이터가 미리 설정된 상태로 켜지고, 당대 응용 소프트웨어까지 깔린 화면이 펼쳐집니다. 깨진 상태를 만들었어도 복원 지점으로 되돌리면 그만이고요. 이 작은 장치 하나가 박물관 전체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 방문객이 설정 대신 구경에 집중할 수 있도록.

The Virtual OS Museum 런처 메인 윈도우

실행기 메인 화면. 항목 하나를 누르면 그에 맞는 에뮬레이터가 미리 설정된 상태로 켜진다. © virtualosmuseum.org

전체 패키지는 두 갈래로 나뉩니다. Full은 모든 디스크 이미지가 이미 들어 있어 오프라인에서도 굴러갑니다. Lite는 가벼운 골격만 받고, 부팅하는 순간에 필요한 이미지를 가져옵니다. 어느 쪽을 고르든 들어오는 문은 같은 한 곳입니다.

자, 그럼 본관으로 들어가지요.

1전시실 — 시작의 방 (1948 –)

이 방에는 세계 최초의 저장 프로그램 컴퓨터인 Manchester Baby의 테스트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Mark 1 Scheme A·B·C·T 같은, “이걸 운영체제라 부를 수 있을까” 망설여지는 가장 이른 시스템 소프트웨어들도 함께. 그 옆에는 영국 EDSAC의 코드, 그리고 현대 OS의 시조로 흔히 언급되는 CTSS, 그 직계 후손 Multics가 자리합니다.

여기서 한 번 멈춰 서서 확인해 두지요. 우리가 운영체제라 부르는 것이 처음부터 운영체제로 태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모니터였고, 그다음에는 배치 시스템이었으며, 그다음에야 시분할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지요. 이 전시실은 그 점진적 성장을 추상적 다이어그램이 아니라 실제 부팅 화면으로 보여 줍니다. 이론과 화면은 다른 무게를 지닙니다.

Manchester Baby 복제품

Manchester Science and Industry Museum의 Manchester Baby 복제품. 1948년 6월 21일, 세계 최초의 저장 프로그램이 윌리엄스 튜브의 인광 위에서 돌아간 풍경. 사진: Logg Tandy / Wikimedia Commons (CC BY 4.0)

2전시실 — 워크스테이션의 방 (1970s – 90s)

긴 복도를 지나면, 유닉스 가문이 줄지어 있습니다. PERQ 시리즈, SunOS, IRIX, OSF/1, A/UX, NeXTSTEP, 그리고 십수 년에 걸쳐 다양해진 BSD들과 Linux 배포본들. 일반 사용자에게는 이름조차 생경하겠지만, 오늘날 macOS의 직계 조상인 NeXTSTEP을 직접 부팅해 볼 수 있다는 점만 짚어도 이 방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NeXTSTEP 3.3 데스크탑

NeXTSTEP 3.3 (68k). 검은 도크와 워크스페이스 매니저 — 지금 macOS 도크의 직계 조상이다. © virtualosmuseum.org

전시 도중 갈라진 가지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Plan 9. 벨 연구소에서 유닉스의 후계로 설계되었지만 주류가 되지는 못한 운영체제이지요. 옆 진열장의 Oberon, Inferno, ZetaLisp — 이런 시스템들은 역사에서 살아남지 못한 길입니다. 박물관이 보존하지 않았다면 생각의 갈래 자체가 잊혔을 가지들. 컴퓨팅 역사가 직선이 아니라 덤불이었다는 사실이, 이런 방에서야 비로소 손에 잡힙니다.

Plan 9 4th Edition acme 파일시스템 서버

Plan 9 4th Edition. 모든 것이 파일이라는 유닉스 원칙을 끝까지 밀어붙인 후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 이런 화면이 아니면 글로 옮기기 어렵다. © virtualosmuseum.org

3전시실 — 거실의 방 (1970s – 80s)

다음 방은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가정용 8비트 컴퓨터들 — Apple II, Commodore의 8비트 머신, Atari 8비트, 일본의 MSX, BBC Micro, ZX Spectrum, Sharp MZ, Tandy TRS-80, 그리고 CP/M의 여러 변종들이 각자의 부팅음을 가진 채 줄지어 있지요. 이 방의 OS들은 워크스테이션 방의 점잖은 친척들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집니다. 거실에 놓였던 컴퓨터들이고, 누군가의 첫 컴퓨터였으며, 시간이 흘러 그 사람이 지금 이 박물관의 방문객이 되어 있을 가능성도 높지요.

이 방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왜 제가 어릴 적에 쓰던 그 컴퓨터의 화면이 이렇게 작아 보이지요?” 답은 두 갈래로 갈립니다. 화면이 작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란 것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 — 그 시절 운영체제는 정말로 작았습니다. 64KB의 메모리, 한 줄의 명령 프롬프트, 그 위에 얹힌 한두 개의 응용. 그것이 한때 “개인이 다룰 수 있는 컴퓨터"의 전부였다는 사실을 화면이 정직하게 보여 줍니다.

BBC Master Compact 데스크탑

BBC Master Compact의 MOS 5.10 데스크탑. 영국 교실에서 한 세대가 코딩을 배웠던 그 화면. © virtualosmuseum.org

4전시실 — 책상의 방 (1980s – 2000s)

PC 시대의 거대한 전시실입니다. 한쪽 벽에는 DOS의 모든 변종이, 다른 한쪽에는 OS/2가, 가운데에는 Windows의 1.0부터 Longhorn 베타까지가 시간 순으로 줄지어 있습니다. 맞은편으로는 Classic Mac OS — System 1.0의 알파 빌드부터 Mac OS X 10.5 PowerPC까지가 같은 방식으로 늘어서 있고, 그 사이 어딘가에 BeOS가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요.

이 방에서 가장 흥미로운 관람법은 GUI의 계보를 옆에 놓고 비교하는 것입니다. Xerox Star/ViewPoint — 데스크탑 메타포의 발명이 시작된 그 자리 — 에서 출발해, Apple Lisa로 이어지고, Classic Mac으로 다듬어지고, Windows로 대중화되는 흐름. 우리가 데스크탑이라 부르며 별다른 의식 없이 매일 마주하는 그 비유가 어떤 갈래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그 시대의 실제 화면을 옆에 놓고 짚을 수 있는 곳은 흔하지 않습니다.

Xerox Star 8010 워크스테이션

Xerox Star 8010 (1981). 우리가 데스크탑이라 부르는 것의 거의 모든 비유 — 아이콘, 풀다운 메뉴, 마우스, 윈도우 — 가 여기서 출발했다. 사진: vonguard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LisaOS 3.1 LisaDraw

Apple Lisa의 LisaDraw (1984). Xerox의 비유가 상용 제품으로 다듬어진 자리. © virtualosmuseum.org

Classic Mac OS 1.0 알파 (Sony Test) Finder

Classic Mac OS 1.0 알파판 (Sony Test, 1983-10-04). 정식 발매 반년 전의 Finder가 이미 이 모습이었다. © virtualosmuseum.org

여기서 잠시 멈춰 서서 다른 가지 하나를 들여다보지요. BeOS. 1990년대 후반 멀티미디어 성능과 객체 지향 구조로 주목받았지만, 시장에서는 결국 패한 운영체제입니다. 박물관에는 단순히 “패한 OS의 데모"가 아니라, 지금의 데스크탑이 BeOS의 길을 갔다면 어떻게 다르게 느껴졌을지를 손끝으로 만져 볼 수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그것이 박물관이 줄 수 있는, 글로는 잘 옮겨지지 않는 종류의 통찰입니다.

BeOS R5 데스크탑

BeOS R5 데스크탑. 옐로 탭과 멀티트랙 미디어 — 데스크탑은 다른 모습일 수도 있었다는 사실의 살아 있는 증거. 사진: Tullius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5전시실 — 손바닥과 공장의 방

마지막 본관 전시실에는 모바일과 임베디드 OS가 모여 있습니다. PalmOS, EPOC/Symbian, Windows CE, Newton OS, 에뮬레이션이 허용되는 범위 내의 초기 Android와 iOS, 산업용 실시간 OS QNX 등. 손바닥 위에 올라가는 컴퓨터와 공장 한구석에서 멈추지 않고 돌아야 하는 컴퓨터 — 데스크탑과는 다른 우주에서 자란 OS들이지요.

여담을 하나 더하자면 — QNX 코너는 큐레이터의 전공에 가까운 자리입니다. 그가 짓고 있는 UX/RT가 QNX형 마이크로커널 OS이고, 블로그에는 QNX 6.1 (2001)에 대한 두 부분짜리 상세 투어 글이 따로 올라가 있지요.3 MicroGUI라 부르는 Photon 윈도우 시스템이 어떻게 X11의 모놀리식 서버 모델 대신 마이크로커널 철학을 GUI 계층까지 끌어올렸는지를, 그는 인스톨러 화면 하나하나까지 짚으며 풀어 놓습니다. 단순한 수집가가 아니라 각 OS의 전문가 큐레이터임을, 이런 글 한 편이 가만히 보여 줍니다.

스마트폰이라는 단어가 자리 잡기 전, 팜탑이라는 표현이 한참 쓰였습니다. PalmOS의 흐릿한 모노 화면 위에서 사람들은 메모를 적고, 일정을 관리하고, 주소록을 옮겨 다녔지요. 지금 우리 손에 쥔 기기와 기능적으로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차이는 해상도가 아니라 연결성에 있었다는 사실 — 그 점은 이 방에 와서야 깨끗하게 보입니다.

Palm m505 (Palm OS 4.0)

Palm m505 (Palm OS 4.0). 스마트폰이라는 단어가 자리 잡기 전, 손바닥 위에서 일정을 옮기고 메모를 적던 한 세대의 기기. 사진: Coplan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QNX 1.2 부팅 화면

QNX 1.2의 부팅 화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와 의료기기 안에서 지금도 조용히 돌아가는 실시간 OS의 1980년대 모습. © virtualosmuseum.org

큐레이터의 방 — 왜 이런 박물관이 필요한가

본관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자연스럽게 큐레이터의 방으로 향하게 됩니다. 박물관 운영자,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을 모은 사람의 작업실이지요.

Andrew Warkentin 포트레이트

박물관의 큐레이터, Andrew Warkentin. 사진: virtualosmuseum.org / About the curator

솔직히 짚자면 — 실제 사이트에 그런 방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About 페이지 한 장과 운영자의 블로그·유튜브 채널 정도가 전부지요. 그럼에도 큐레이터에 대해서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보통의 박물관은 큐레이터를 전시 뒤편에 두지만, 이 박물관은 큐레이터의 노동 자체가 전시의 본문이거든요.

큐레이터가 자기 작업을 설명하는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박물관 입구의 문구를 그대로 옮기지요.2

“이론상 부팅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화요일에 올바른 툴체인을 조립하면 원칙적으로 부팅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도달 가능. 항목 하나를 누르면 실행되고, 가능하면 당대 사람이 실제로 썼던 방식 그대로 소프트웨어가 깔린 상태로 실행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문장이 박물관의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소프트웨어 보존(preservation)과 도달 가능성(reachability) 사이의 거리 — 그 거리는 수십 시간의 에뮬레이터 설정, 옛 버전에서만 굴러가는 OS를 위한 특정 빌드 보관, 현대 리눅스에서 돌게 만든 작은 패치들, 때로는 거의 일주일이 걸리는 단 하나의 OS 설치로 채워져 있지요. 그 거리를 누가, 어떻게 좁히느냐가 디지털 보존의 진짜 질문입니다.

글 첫머리에서 한 번 짚었지만, 큐레이터의 방에 들어와서야 그 무게가 제대로 와닿습니다. 이 거대한 박물관은 한 사람의 20년입니다. 단체도, 재단도, 정부 사업도 아닙니다. Andrew Warkentin이라는 한 명이 2003년부터 모으고, 정비하고, 가끔은 일주일을 들여 단 하나의 OS를 설치해 온 결과물이지요. 후원 페이지에는 Patreon과 Ko-fi 링크가 단정하게 놓여 있습니다. 한 사람이 자기 시간을 보태어 공공재에 가까운 인프라를 지탱하고 있는 셈입니다.

왜 이 분야는 유독 그렇게 굴러갈까요. 종이책 도서관은 사서가 조용히 일하는 동안 책은 책장에 가만히 놓여 있어 됩니다. 그림 박물관도, 화첩이 액자 안에서 변형되지 않은 상태로 머무는 일이 핵심이지요. 그러나 운영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부팅되는 상태는 가만히 두면 점점 멀어집니다. 에뮬레이터가 업데이트되면 옛 OS가 회귀로 깨지고, 호스트 OS가 바뀌면 에뮬레이터가 깨지고, 모두가 멀쩡해도 깔린 응용이 누락되면 시대의 사용감이 사라지지요. 그러니 디지털 보존은 조용한 유지가 아니라 끊임없는 재조립 노동입니다.

큐레이터의 방에서 한 가지 더 짚어 두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Andrew의 박물관 출시 글 끝자락에 이런 문장이 있지요 — “내게는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극도로 어렵게 만드는, 침묵하는 경향이 심하게 있다.”1 박물관을 더 일찍 내지 못한 이유, 한 대기업이 UX/RT를 QNX 대체로 검토하다가 조용히 사라진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는 자기 작업에 대해 가능한 한 자주 글을 올려 보겠다는 다짐이 — 이 한 문장 주변에 함께 놓여 있습니다. 디지털 보존이 조용한 시간 노동이라는 추상은, 이런 자기 고백 한 줄 앞에서 사람의 얼굴을 얻습니다. 한 사람의 침묵하는 경향이 1700개의 OS를 깨우는 손이 된 셈입니다. 박물관의 약 절반은 VM 안에서 아직 테스트가 끝나지 않은 상태라고 그는 정직하게 적어 두지요. 완성된 박물관이 아니라 지금도 굴러가는 작업이라는 사실까지 숨기지 않는 것입니다.

출구에서

박물관을 나서면서 — 박물관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는지 잠깐 정리해 두지요.

첫째, 컴퓨팅 역사는 직선이 아니라 덤불입니다. NeXTSTEP, BeOS, Plan 9, Oberon, ZetaLisp 같은 사라진 가지들이 박물관 곳곳에 살아 있습니다. 살아남은 길이 가장 좋아서 살아남은 길은 아닙니다. 그 점을 잊고 있으면, 지금 우리가 쓰는 기술의 형태를 자연스러운 귀결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 박물관은 그렇지 않다고 알려 줍니다.

둘째, 데스크탑 메타포는 누가 그렸는가. Xerox Star의 화면을 처음 부팅해 보면, 1981년에 이미 우리가 매일 보는 데스크탑의 거의 모든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에 약간 멍해집니다. 우리는 매일 1981년의 어떤 사람의 설계 결정을 손끝으로 만지고 있는 셈입니다.

셋째, 접근성은 보존이 아니다. 자료를 모아 두는 것과 그 자료가 지금 이 순간 부팅되도록 만드는 것 사이에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깊은 골짜기가 있습니다. 그 골짜기를 메우는 일은 조용한 시간 노동입니다. 결과물은 화려해 보이지만, 과정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이 박물관을 둘러보며 — 기록을 보관하는 일기록을 살아 있게 만드는 일 사이의 거리를 새삼 느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의 일도 어쩌면 비슷한 종류라고, 그렇게 혼잣말 하며 박물관을 나섭니다. 지난 시대의 화면을 살아 있게 만드는 일과, 지난 시대의 사고를 살아 있게 만드는 일은 — 결국 같은 종류의 노동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합니다. 들러 보고 싶으시면 virtualosmuseum.org로 가시면 됩니다. 큐레이터의 노동에 한 잔 보태고 싶으시면 Patreon 페이지가 입구 옆에 단정히 놓여 있고요.


  1. Andrew Warkentin, “I’ve released a virtual museum with nearly every OS you can think of…”Andrew’s OS Lab 블로그, 2026-05-19. 자기 소개 문구(OS/emulator developer and OS historian), UX/RT와 박물관 출시 지연의 맥락, 그리고 본문에 인용한 자기 평가(severely crippling tendency to stay quiet)가 모두 이 글에 함께 놓여 있습니다. ↩︎ ↩︎

  2. Andrew Warkentin, “The Virtual OS Museum” — 박물관 공식 사이트. 본문 직접 인용은 사이트의 “Why this exists” 섹션을 옮겨 다듬은 것이며, 통계 수치(250+ 플랫폼·570+ OS·1700+ 설치본·1948–현재)는 “By the Numbers” 섹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

  3. Andrew Warkentin, “QNX Neutrino 6.1 (2001) — Widely successful but underappreciated outside embedded (part 2)”Andrew’s OS Lab 블로그, 2024-01-03. Photon MicroGUI 개념과 마이크로커널 철학이 GUI 계층까지 확장된 방식을 인스톨러 화면부터 차례로 짚어 가는 두 부분짜리 글의 후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