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마지막 주에 청구서가 줄지어 도착했다.
한 익명의 회사가 한 달에 Claude API로 5억 달러를 태웠다. 직원 수천 명에게 무제한 키를 풀어주고, 사용 한도와 알림을 켜는 걸 잊은 결과였다.1 같은 주 중국에선 미호요가 하룻밤 13시간에 200만 위안(약 4억 원)을 태운 사고를 공개했다. 한 직원이 주말에 에이전트 수십 개를 켜두고 끄는 걸 잊고 퇴근했고, 에이전트들이 서로의 응답을 기다리는 무한 루프에 빠졌다. 책임자가 한 줄로 정리했다 — “잘못 만든 에이전트 플랫폼은 돈을 의미 없이 태우는 새는 양동이다.”2
Microsoft는 12월에 도입한 사내 Claude Code 라이선스를 6월 30일자로 거둬들이기로 했다 — 회계연도 마지막 날과 정확히 같은 날짜다. 토큰 기반 과금이 연 예산을 수개월 만에 통째로 먹었다는 게 표면 아래의 이유다.3 Uber는 4월에 5,000명에게 풀었던 Claude Code 예산을 4개월 만에 다 태웠다고 인정했다 — 인당 월 500~2,000달러.4
큰 청구서 몇 장이 아니라 같은 분기에 도착했다는 게 중요하다.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이 분기에 흔들리고 있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분위기다. 한 단어로 — 에이전트 FOMO.
남들이 다 에이전트를 돌리는데 나만 안 돌리면 뒤처질 것 같은 두려움. 이 두려움이 산업 전체를 묶고 있던 정서였다. Jensen Huang이 GTC 2026에서 한 말이 그 정서의 표어다 — “50만 달러 받는 엔지니어가 한 해 25만 달러어치 토큰을 안 쓰면 나는 깊이 우려할 것이다. 만약 5천 달러만 썼다고 답하면 나는 길길이 날뛸 것이다.”5
기업들이 토큰 비용에 신경 쓰기 시작한 지금 들으면 과한 말이지만, 한동안 상식에 가까웠다. 더 많이 쓰는 사람이 더 유능한 사람이라는 가치관 위에서 — 사내 토큰 리더보드가 등장했고, 토큰 소비량이 KPI가 됐다. Meta의 사내 리더보드는 30일에 60조 토큰을 기록했고, 톱티어 직원에게는 Token Legend·Cache Wizard·Session Immortal 같은 배지가 붙었다.6 Amazon은 주간 80% 이상의 개발자가 AI 도구를 쓰도록 목표를 걸었다가, 직원들이 불필요한 AI 사용을 일부러 만들어 점수를 채우는 걸 보고 SVP가 메모를 띄웠다 — “AI를 쓰기 위해서 AI를 쓰지는 말아 주십시오.”7
이 분위기가 가장 또렷하게 응축된 풍경은 AI 뱀파이어 무리다. 한동안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은 밤새 토큰 한도를 다 태우는 일을 자랑처럼 이야기했다. 에이전트를 24시간 놀리지 않기 위해 잠을 줄이고, 중간에 깨어 검수하고 다시 일을 시키는 흐름. Claude Code를 만든 Anthropic의 Boris Cherny조차 “보통 매일 밤, 수천 개의 서브 에이전트가 깊은 일을 하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자랑했고, 폰의 Claude 앱으로 수천 개 세션을 모니터링한다고 덧붙였다.8 Jeffrey Emanuel은 600달러 어치 Claude Max 구독으로 1만 3천 달러 어치 추론을 빼냈다고 트윗을 올린 뒤, 결국 22개·52개 구독을 운영하는 자기 워크플로를 “10+ AI agents 24/7, writing code while you sleep” 카피로 사이트화했다.9 Peter Steinberger의 OpenClaw는 100개 에이전트를 클라우드에 켜두고 월 130만 달러 청구서를 받았다.10 Hacker News 인기 글 제목이 “Agent-swarm: How to burn your Claude Code Max sub”인 자리 — 구독을 다 태우는 법이 Show HN의 셀링 포인트가 된 자리. 그 정점이 22개의 에이전트를 혼자 굴리는 사람이었다.
Goldman Sachs의 정리에 따르면, 사람과 대화하는 단일 챗봇은 하루 1,000 토큰을 쓰지만 상시 가동되는 에이전트는 하루 10만 토큰 이상을 쓴다.11 토큰 맥싱 시대의 자랑은 “내 에이전트가 그 10만을 매일 다 채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호요 13시간 사고는 그 자랑이 의도하지 않게 분사된 풍경이었다.
그 정서가 한 분기에 한꺼번에 흔들리고 있다. 엄청난 비용 청구서를 본 모두가 같은 의문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 “이만큼 토큰을 태우고도 회사가 만드는 가치는 왜 늘어나지 않았나?”
왜 생산성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차가운 데이터가 Uber에 있다.
같은 분기에 Uber의 AI 생성 코드 비중은 32%에서 84%로 폭증했다. 채택률만 보면 토큰 맥싱의 모범 사례여야 한다. 그런데 COO가 4월에 이렇게 말했다 — “코드 출하량이 늘었다는 사실과, 우리가 실제로 25% 더 많은 소비자 기능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 사이에 인과 관계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 연결은 아직 거기 없다.”4 Claude Code를 1,000명에게 푼 다른 회사의 임원이 한 글에 남긴 표현도 같은 결이다 — “1 더하기 1 더하기 1 더하기 1이 1.5가 된다.”12
코드는 더 많이 나왔는데 회사가 만드는 가치는 따라 늘지 않았다. 너무 단순하게 설명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자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조직의 일이다. 개인의 생산성 향상이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과 제품 전략까지 닿지 못한다. 에이전트가 만들어 낸 코드가 PR이 되고, 그 PR을 검토하고 머지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시간이고, 그 사람의 결정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과 연결되는 거리는 코드와 PR 사이의 거리보다 훨씬 멀다. 에이전트가 100배로 빨라져도, 그 100배가 제품 결정까지 닿으려면 조직 전체가 같이 빨라져야 한다. 안 그러면 PR 더미가 결재 앞에 쌓일 뿐이다.
또 하나는 그보다 어려운 문제다. 애초에 가치 있는 제품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다. 어떤 기능을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할지, 어디에 시간을 쓰면 회사가 살아남을지 —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토큰을 더 쓴다고 나오지 않는다. 토큰 맥싱으로 산출이 늘어날 수 있었다면 이미 기업들은 인력을 더 부었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하다 — 가치 있는 질문 자체가 드물고, 답이 어디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토큰 맥싱은 이 두 가지를 다 무시했다. 마치 투입을 늘리면 산출이 늘어난다는 직선 관계가 성립하는 것처럼 단순하게 봤다. 코드 생성이라는 한 입력이 싸졌다고, 산출 전체가 그에 비례해서 늘어날 거라고 가정했다. 그런데 묶고 있던 진짜 제약은 코드의 가격이 아니라 조직의 흐름과 가치의 희소성이었다.
그래서, 사다리
가트너의 기술 수용 주기는 새 기술이 기대의 정점 → 절망의 계곡 → 계몽의 비탈 → 생산성의 고원을 차례로 통과한다고 말한다. 정점에서 폭주한 기대가 한 번 무너졌다가, 작동 방식이 정리되면서 비로소 고원에 도달한다. 우리는 이제 막 기대의 정점 위에 서 있다. 바닥을 논할 시점은 아니다.13
그 변곡점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를 두고, 지난 한 분기 동안 누적된 경험치를 네 단의 사다리로 쌓으면 건너편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 모두 절망의 계곡 바닥을 꼭 더듬고 지나가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1) 에이전트와 토큰을 효율적으로 쓰기. 가장 쉽다. 사용 한도와 알림을 켜고, 같은 질문을 다시 부르지 않도록 답을 캐시에 두고, 단순한 일은 작은 모델로 보낸다. 5억 달러 사례의 교훈은 통찰이 아니라 체크리스트의 누락이었다. 다만 토큰을 효율적으로 쓴다는 건 요청을 줄이거나 몇 가지 팁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모델 바깥의 운영 인프라가 모델 자체만큼 중요하고, 그걸 어떻게 구성하는 게 좋은지 통찰을 정리해 둔 글이 있으니 도움이 되면 좋겠다.14 이 단의 문제는 엔지니어링·운영이고, 피드백이 즉각적이다 — 청구서가 알려준다.
(2)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함정에서 빠져나와 오케스트레이션 택스 줄이기. 한 단 위로 올라간다. 에이전트가 시작 비용을 0으로 만든 자리에서, 무엇을 안 할지를 정하는 일이 오히려 어려워졌다. 100가지 가능성을 다 시도하면 100가지 얕은 결과만 쌓인다. 집중이 의지의 문제라기보다 환경 설계의 문제라고 따로 정리해 둔 적이 있다.15 더 구체적으로, Addy Osmani가 이걸 오케스트레이션 택스(Orchestration Tax)라 불렀다 — 여러 에이전트를 한꺼번에 돌리느라 사람이 떠안게 되는 보이지 않는 세금. 그의 정의를 빌리면 “에이전트의 생산량과 실제로 머지 가능한 양 사이의 구조적 격차”. 에이전트를 켜는 비용은 0에 수렴하지만, 결과를 검토하고 머지하고 충돌을 해결하는 일은 직렬이고, 그 직렬 자원은 정확히 한 명의 사람이다.16 갈아 넣으면 두 가지가 표면화된다 — 얕아진 리뷰와 인지적 항복. 검토 깊이를 무의식적으로 낮추는 일. 처방은 함대 크기를 UI가 아니라 리뷰 속도에 맞추고, 격리할 일과 판단할 일을 분류하고, 리뷰를 묶음으로 본다 — 즉 무엇을 안 할지가 에이전트를 몇 개나 띄울지를 결정하게 한다.
(3) 기업의 조직 구조를 변화시키기. 진짜 어려운 자리가 여기다. 개인이 빨라진 일이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과 제품 전략까지 닿으려면 — 조직이 다시 짜져야 한다. 요즘IT의 한 글이 이 자리를 정확히 짚는다 — AI 도입의 본질은 새 도구를 사는 일이 아니라 조직을 다시 짜는 일이다. 데모에서는 화려한 도입 사례가 현장에 투입되면 6개월도 못 가서 조용히 사라지는 이유는, 보통 그 도입을 받칠 데이터 정돈·권한 명문화·검증 흐름 같은 기초 공사가 비어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글의 한 명제 — “AI 친화 조직은 신입 친화 조직과 동치” — 가 이 자리를 한 줄로 옮겨 준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자기 일을 시작할 수 있게 정돈된 조직만이 에이전트가 자기 일을 시작할 수 있게 정돈된 조직이다.17 같은 결을 인간이 함대의 하네스가 되는 조직론이라는 자가 인용으로 따로 적어 둔 적도 있다.18
이 자리에 섹시하지 않은 작업이라는 어휘가 가장 잘 어울린다. 데이터를 명문화하고, 검증 가능한 흐름을 만들고, 권한 구조를 다시 짜는 일. 자랑할 거리도, 트윗으로 올릴 사진도 없는 일. 토큰 맥싱 시대의 가장 비싼 청구서가 이 일을 건너뛴 대가였다. 과시할 거리가 없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는 데에 한 분기가 들었다. 이 단의 문제는 조직 설계이고, 측정은 느리고 흐릿하다. 그래도 측정은 가능하다 — 다만 분기 단위가 아니라 연 단위로.
(4) 정말로 가치가 발생하는 일을 발견하기. 마지막 단은 사실 이 글의 범위를 넘어선다. 어떤 제품이 사람에게 닿을 가치를 만드는가에 대한 답은 토큰을 더 쓴다고 나오지 않고, 사다리 (1)~(3)을 다 풀어도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는다. 가치 있는 질문 자체가 드물고, 답이 어디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이 희소성의 본질이다.19
다만 한 가지는 짚어 둘 만하다 — 방법론과 난이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속도감은 분명히 달라졌다. AI가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시간을 한 자릿수로 줄였고, 한 번의 이터레이션 비용을 적어도 절반 아래로 깎았다. 사람들 손에 가져가서 반응을 보는 일을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옮기는 일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어떤 가설을 던질지가 더 쉬워지진 않았지만, 틀린 가설을 빨리 버리는 일은 분명히 쉬워졌다. 다음 분기의 진짜 차이가 거기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메타의 모토가 빠르게 움직이고 부숴라(move fast and break things)였다면, 다가올 시대의 구호는 더 빨리 움직이고 더 많이 부숴라가 아닐까.
청구서 다음
토큰 맥싱은 값이 빠르게 떨어진다는 가정, 더 많이 쓰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이라는 가치관, 남들이 다 쓰는데 나만 안 쓰면 뒤처진다는 두려움 — 이 세 기둥 위에 올라서 있었다. 세 기둥이 한 분기에 흔들렸다.
인용했던 요즘IT의 글에 이런 한 줄이 있다 — “최후의 승자는 2026년에 가장 비싼 AI 모델을 쓴 기업이 아닙니다. ‘섹시하지 않은 작업’을 묵묵히 해낸 기업이 될 것입니다.”17 가장 비싼 토큰을 가장 많이 태우는 일에는 과시가 있지만, 데이터를 정리하고, 권한 구조를 다시 짜고, 가치 있는 질문을 골라내는 일에는 과시할 거리가 없다. 다음 분기의 승부가 정확히 거기서 갈린다.
각주
Tom’s Hardware, Mystery company accidentally blew $500 million on Claude AI in a single month, 2026-05-28. ↩︎
Tencent News, 一晚上烧掉200万元Token,米哈游买了个教训, 2026-05-26. ↩︎
Cybernews, Microsoft is dropping Claude Code by June 30, 2026-05-25. ↩︎
MLQ.ai, Uber Burned Through Its Entire 2026 AI Budget by April, COO Questions ROI, 2026-05-26. Andrew Macdonald 원문: “It’s very hard to draw a line between one of those stats and, ‘Okay, now we’re actually producing 25% more useful consumer features.’ That link is not there yet.” ↩︎ ↩︎
Tom’s Hardware, Jensen Huang says Nvidia engineers should use AI tokens worth half their annual salary every year, GTC 2026. 원문: “If that $500,000 engineer did not consume at least $250,000 worth of tokens, I am going to be deeply alarmed.” / “…I will go ape.” ↩︎
Fortune, Meta killed its employee AI token dashboard, 2026-04-09. ↩︎
The Decoder, Amazon kills internal AI leaderboard after employees gamed it. SVP Dave Treadwell 원문: “Please don’t use AI just for the sake of using AI.” ↩︎
Let’s Data Science, Claude Code Creator Runs Thousands of Sub-agents Overnight, 2026-05-04. Boris Cherny 원문: “usually, every night, I have like a few thousand [sub-agents] doing kind of deeper work.” ↩︎
Jeffrey Emanuel, @doodlestein 트윗 — "$13k and counting of inferences services for $600 worth of Claude Max subscriptions." 그의 워크플로 사이트 Agent Flywheel 메인 카피: “10+ AI agents working 24/7, writing code while you sleep.” HN 인기 글 제목 Agent-swarm: How to burn your Claude Code Max sub도 같은 결. ↩︎
the-decoder, For $1.3 million a month, OpenClaw founder Peter Steinberger runs 100 AI agents — 100개 Codex 인스턴스, 월 130만 달러, 30일에 6,030억 토큰, 760만 요청. ↩︎
Tom’s Hardware, AI costs begin to bite as agents may increase token demand by 24 times, says Goldman Sachs report. ↩︎
Azeem Azhar & Nathan Warren, Why AI isn’t showing up on your bottom line, Exponential View, 2026-05-28. 서소영의 다이제스트 정리본. ↩︎
Gartner, Gartner Hype Cycle 방법론. 다섯 단계 원문: Innovation Trigger → Peak of Inflated Expectations → Trough of Disillusionment → Slope of Enlightenment → Plateau of Productivity. ↩︎
인사이트 Mindset is Environment — 마음 대신 자리에 손대다, 2026-05-18. ↩︎
Addy Osmani(Google Chrome), The Orchestration Tax, X Article, 2026-05-29 — Google I/O 2026 패널 직후 게시. 서소영의 다이제스트 정리본. ↩︎
벤(benjamin74), AI 도입, 섹시한 기술에 숨겨진 ‘섹시하지 않은’ 성공 법칙, 요즘IT 매거진 #3762, 2026-05-20 — Turing Post Korea 〈unsexy-truth-of-ai-adoption〉 재구성. 서소영의 다이제스트 정리본 참조. ↩︎ ↩︎
인사이트 Human Harness — 인간이 함대의 하네스가 되는 조직론, 2026-04-26. ↩︎
인사이트 무엇이 희소해질 것인가 — 관계적 부문, 2026-04-2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