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유통이 민주화돼도 권리 구조가 고정되면 자금 조달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일본 음악 산업의 경우, 인과 사슬은 다음과 같습니다 — JASRAC에 권리를 신탁하려면 출판사가 저작권을 보유해야 하고1, 작가가 권리를 양도해야 하며, 그 결과 작가 권리 보유를 전제로 형성되는 음악 저작권 펀드 시장이 일본에서는 자라지 못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2024년 7월 발표한 78페이지짜리 음악 산업 보고서2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저는 하나의 위화감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보고서는 증상을 정확히 짚습니다. 스트리밍 시대에도 아티스트 인세는 1-3%에 머물러 있고, 작가에게 도달하는 저작권료의 비율은 미국·영국보다 구조적으로 낮으며, 자금 조달 옵션은 다양화되지 못한 채 좁은 길에 머물러 있다고요3.

그러나 보고서는 그 증상을 만든 가장 결정적인 인과 사슬을 본문 19페이지의 작은 각주에만 기록한 채, 정책 제언 섹션에서는 그 사슬을 다시 끌어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방은 표면을 정리하는 데 그치고, 근본은 손대지 못한 채 남아 있습니다.

읽으면서 저는 — 솔직히 말하면 — 약간 답답했습니다. 왜 본문은 이렇게 정확한데 결론은 이렇게 비껴가는가. 그 위화감이 이 글의 출발점이옵니다.

세 번의 민주화

지난 25년 동안 음악 산업은 세 번의 민주화를 겪었다고 보고서는 정리합니다.

2000년대에는 DAW(Digital Audio Workstation)의 보급으로 악기 없이 작곡이 가능해졌습니다. 제작의 민주화입니다. 2010년대에는 스트리밍과 SNS, 디지털 디스트리뷰터의 출현으로 누구나 곡을 글로벌로 내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유통의 민주화입니다. 그리고 2020년대 이후로는 블록체인을 통한 가치 분배의 민주화가 기대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적습니다.

일본은 여기에 자기만의 자산을 하나 더 가지고 있습니다. 보카로 문화입니다. VOCALOID라는 도구가 “사람이 부르는 곡"이라는 전제 자체를 깨뜨렸고, “다른 사람이 부르는” N차 창작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됐습니다. Spotify·YouTube·TikTok이 유통의 중심이 되면서 보카로 P와 우타이테(歌い手)가 메이저 레이블의 눈에 띄어 데뷔하는 새로운 통로가 열렸습니다. 다양성과 축적, 이 두 가지가 일본 콘텐츠의 강점이라고 보고서도 인정합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일본 음악 산업의 미래는 밝아 보입니다. 제작은 자유로워졌고, 유통은 글로벌이며, 일본 고유의 다양성이 그 위에 얹혀 있습니다.

그런데 인세는 1-3%

여기서 글이 한 박자 멈춥니다.

일본의 스트리밍 아티스트 인세는 여전히 CD 시대의 관행을 그대로 이어받아 1-3%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보고서는 적습니다3. CD라는 물리 매체를 만들고 유통하는 데 들어가던 비용 구조가 사라졌는데도, 디지털 환경에서 아티스트가 받는 비율은 그대로입니다. 저작권 사용료도 일본은 7.7-12%(JASRAC 기준)인 반면 미국·영국은 약 15% 수준입니다3. 동일한 1회 스트리밍에서 작가에게 도달하는 절대 비율이 일본은 구조적으로 낮습니다.

증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보고서는 자금 조달의 다양화가 어렵다는 점도 짚습니다4. 미국·영국에서는 음악 저작권을 자산으로 거래하는 펀드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고, 사적 매매와 투자도 가능합니다. 일본에는 동일한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보고서는 이를 “해외 사례를 더 조사하여 국내에서도 가능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적습니다.

그러나 — 그러나 — 왜 일본에는 그 시장이 없는가에 대한 답은 보고서의 정책 제언 섹션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 답은 본문 19페이지의 작은 각주에 묻혀 있습니다.

본문 19페이지의 각주

日本では、JASRACへ信託するためには音楽出版社が著作権を保有することが求められる結果、音楽出版社に権利全体を譲渡することが一般的である1

옮기면: 일본에서 JASRAC에 권리를 신탁하려면 음악 출판사가 저작권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작가가 출판사에 권리 전체를 양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한 문장이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미국·영국에서는 작가 자신이 저작권을 보유·매매·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가 자기 곡의 미래 수익을 자산으로 평가받아 펀드에 매각할 수 있고, 음악 저작권 펀드 시장이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Hipgnosis Songs Fund(2018년 런던 증시 상장)나 Round Hill Music이 밥 딜런·닐 영·스팅·셰이키라 등의 카탈로그를 수십억 달러 규모로 매입한 것이 그 시장의 가시적 사례입니다5. 일본은 작가가 권리를 가질 수 없습니다. JASRAC에 신탁하려면 출판사가 보유해야 하고, 신탁하지 않으면 사용료 징수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작가는 권리를 출판사에 양도해야 합니다.

권리 보유의 자유가 없으면 그 권리를 자산으로 다루는 모든 시장이 자동으로 닫힙니다. 저작권 펀드, 원반권 투자, 사적 매매 — 모두 작가가 권리를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거래입니다. 자금 조달의 다양성이 막혀 있는 진짜 이유는 “해외 사례가 없어서"가 아니라 “권리 구조가 다른 시장과 호환되지 않기 때문"이옵니다.

두 층의 비대칭

이 지점에서 저는 하나의 패턴을 봅니다. 유통의 민주화와 권리 구조의 고정이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패턴입니다.

표면은 자유로워졌습니다. 누구나 DAW로 곡을 만들고, 디스트리뷰터로 글로벌에 유통하고, SNS로 팬과 직접 연결됩니다. 그러나 그 곡이 만든 권리가 어디로 가는가, 그 권리를 누가 보유하는가, 그 권리를 자산으로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 — 이 깊은 층은 JASRAC가 설립된 이래 거의 그대로입니다.

표면의 민주화는 빠르게 일어났고, 깊은 구조의 변화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건 일본 음악 산업만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떤 산업에서든 표면의 변화가 깊은 구조의 변화를 자동으로 끌어내지는 않습니다. 디지털 전환, 플랫폼 자유화, 진입 장벽의 붕괴 — 이런 것들이 모두 표면의 민주화입니다. 그러나 권리 보유의 구조, 자본 조달의 경로, 위험과 보상의 분배 — 이 깊은 층은 별도의 정책적 의지가 있어야 움직입니다.

비슷한 패턴이 다른 곳에서도 보입니다. 한국 게임 산업은 모바일 플랫폼 등장으로 진입 장벽이 무너졌지만 퍼블리셔 중심의 IP 보유 관행은 그대로 남았고, 결과적으로 인디 개발자가 자기 IP로 자본을 조달하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한국 가요계는 디지털 음원 유통이 민주화됐지만 매니지먼트 회사가 아티스트 계약을 장기·전속으로 묶는 관행이 그대로여서, 아티스트가 자기 경력을 자산으로 다루기 어렵습니다. 표면의 자유와 깊은 구속이 같이 가는 패턴은 산업과 국가를 넘어 반복됩니다.

물론 “두 층"이라는 비유가 모든 산업에 깔끔하게 적용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산업은 표면과 심층의 경계가 흐릿하고, 어떤 산업은 권리 구조보다 다른 변수(자본 집중도, 규제 진입 장벽)가 더 결정적입니다. 이 비유는 정확한 모델이라기보다 “표면 정책에 만족할 때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묻게 만드는 점검 도구로 쓰는 것이 적절합니다.

보고서는 표면의 민주화에 대해 정확하고 풍부합니다. 그러나 깊은 층의 비대칭에 대해서는 침묵합니다. 정책 제언 섹션의 “산업 기반의 정비"는 인력·디지털 마케팅·인재 육성으로 나아가지, 권리 구조 자체로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 저는 추측밖에 할 수 없지만, 권리 구조 개혁은 JASRAC라는 거대 조직, 음악 출판사들, 작가 단체들의 이해관계가 모두 얽혀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합니다. 정부 보고서가 다루기에는 너무 깊고, 너무 정치적인 영역. 그래서 진단은 정확하게 하되 처방에서는 비껴가는 — 그런 절충이 이루어졌을 가능성. 솔직히, 저는 이 추측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금 조달의 다양화가 정책 목표라면,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이 정렬되어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권리 보유 구조의 재설계가 선결 과제입니다. 음악 저작권 펀드를 검토하기 전에, 작가가 권리를 보유할 수 있는 경로를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JASRAC의 신탁 요건이 작가 보유와 양립하도록 개정되거나, 작가 보유를 전제로 한 별도의 권리 관리 경로가 필요합니다.

기존 계약 관행과 권리 보유는 별개의 문제이옵니다. 스트리밍 시대 1-3% 인세는 계약 관행의 문제이고, 권리 보유 구조는 제도의 문제입니다. 두 문제를 한꺼번에 다룰 수도 있지만, 우선순위가 다릅니다. 제도가 바뀌면 계약은 바뀝니다. 계약이 바뀐다고 제도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표면 정책의 한계를 인지해야 합니다. 해외 거점에 음악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인접 산업과 묶어 통합 박람회를 만들고, 차트로 해외 수요를 측정하는 — 이런 정책들은 모두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표면의 정책입니다. 깊은 구조가 그대로면 표면 정책의 효과는 제한됩니다.

저는 이 글이 일본 음악 산업에 대한 분석으로만 읽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떤 산업이든, 어떤 정책 영역이든 — 표면의 민주화에 만족하면 깊은 구조는 그대로 남는다는 패턴은 반복됩니다. 진단의 정확함이 처방의 정확함을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습니다.

보고서를 읽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지점이옵니다. 78페이지의 정확한 진단이 정책 제언에서 비껴가는 그 한 박자. 그 한 박자가 산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



  1. 보고서 p.19 “北米等” 섹션 본문. JASRAC 신탁 요건과 일본 출판사 권리 보유 관행에 대한 서술. 文化庁 平成17年度 「音楽著作権等の資産評価手法と当該著作権を用いた資金調達に関する調査研究 報告書」도 같은 구조를 확인한다. ↩︎ ↩︎

  2. 経済産業省 商務・サービスグループ 文化創造産業課, “音楽産業の新たな時代に即したビジネスモデルの在り方に関する報告書” — 経済産業省, 2024年7月. https://www.meti.go.jp/policy/mono_info_service/contents/musicindustry_2407meti.html (政府標準利用規約 ver 2.0 적용) ↩︎

  3. 보고서 p.12-13 “各ステークホルダーへの収益分配の構造” 및 p.19 “音楽産業における契約形態等の構造” 참조. ↩︎ ↩︎ ↩︎

  4. 보고서 p.20 “音楽産業を巡るファイナンスの構造” 및 p.71 “(2) 収益向上・資金調達方法の多様化の促進” 참조. ↩︎

  5. Hipgnosis Songs Fund는 2018년 런던 증시에 상장되어 카탈로그 IP를 자산화한 대표 사례. Round Hill Music, Primary Wave 등이 같은 모델로 운용되며 2020-2021년 사이 대규모 카탈로그 거래(밥 딜런 약 3억 달러 등)가 잇따랐다. 작가 또는 권리 보유자가 직접 매각 결정을 할 수 있는 영미 권리 구조가 시장 형성의 전제 조건. Music Business Worldwide, “The Bob Dylan deal: A turning point” 등 보도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