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우리는 인기 있는 것을 보는 게 아니라, 인기 있어 보이게 만들어진 것을 먼저 보게 됐습니다 — 모든 큐레이션의 상류가 SNS 피드 한 점에 모인 뒤로.

TV·라디오·잡지·케이블 같은 기존 큐레이션 채널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단톡방·뉴스레터·커뮤니티도 살아 있습니다. 진짜 변화는 그 채널들이 입력으로 받는 콘텐츠가 처음 발견되는 자리가 SNS 피드 한 점으로 모였다는 점입니다. 그 좁은 공간에서 노출을 조작하는 단가가 다른 광고 채널을 압도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조작은 옵션이 아니라 디폴트에 가까워졌습니다. 큐레이터(플랫폼)는 새 알고리즘과 정책으로 가짜를 가려내려 합니다. 그러나 진짜처럼 보이는 것을 보상하는 시스템은 진짜처럼 보이게 꾸미는 산업을 같이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조작은 불법 봇 운영만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광고 아닌 척 유통되는 콘텐츠, 평범한 관심처럼 보이도록 배치된 영상, 댓글창의 분위기를 제조하는 일까지 포함합니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흐릿한 이 영역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짚어볼 변화입니다.

1. 채널은 살아 있되, 상류가 한 점에 모였다

지난 15년의 추세는 대체로 한 방향입니다. TV 황금시간대 시청률은 떨어지고, 종이 잡지는 폐간하고, 케이블 가입자는 줄고, 라디오 청취 시간은 단축됐습니다. 광고비도 SNS 쪽으로 크게 옮겨갔지요. SNS가 사람들이 새로운 화제를 알게 되는 채널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모든 큐레이션 채널이 죽은 건 아닙니다. 살아 있는 채널은 많습니다. 단톡방, 뉴스레터, 디스코드 커뮤니티, 팟캐스트, 팬덤 게시판, 동료들 사이의 입소문. 그런데 그 채널들이 입력으로 받는 콘텐츠는 어디에서 온 걸까요?

  • 단톡방에 “이거 봤어?” 라고 영상을 옮기는 사람도, 그 영상을 자기 SNS 피드에서 처음 봤습니다.
  • 뉴스레터 큐레이터가 “이번 주 화제” 로 고른 항목도, 대중적 화제의 후보군이 SNS에서 먼저 떠 있었습니다.
  • 유튜브 검색창에 “이거 진짜래?” 라고 입력하게 만든 첫 노출도 피드였습니다.

채널은 살아 있지만, 공급망의 상류는 모두 한 곳입니다. 강줄기는 여럿이지만 수원은 한 호수에 모였다는 비유로 풀어볼 수 있습니다1. 그 호수가 공급하는 소식의 후보 자체를 좌우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2. 조작이 디폴트가 된 회로

Vulture 르포가 인용한 업계인 Joe Lim은 우리가 인터넷에서 보는 것의 약 90%가 위장 광고라고 짚습니다23. 이 산업의 주력 기법인 클리핑(영어 clipping)은 노래·예고편·연설을 짧은 조각으로 자른 뒤 평범해 보이는 계정 수백 개로 동시에 게시해 조회수 스파이크를 만드는 일입니다2. 알고리즘이 그 스파이크를 진짜 관심으로 오인하고 실사용자에게 추가 노출시키고, 실사용자의 반응이 다시 알고리즘을 부추기는 피드백 루프가 핵심입니다.

클리핑은 알고리즘의 버그를 공략하는 것이 아닙니다. 알고리즘의 정의를 활용합니다. 시스템 입장에서 조회수 스파이크 = 관심이라고 지정한 순간, 그 스파이크를 만드는 게 곧 관심을 만드는 일과 같아집니다. 정직한 관심과 조작된 관심을 구별하는 별도의 신호가 시스템에 없으면, 둘은 시스템 내부에서 같은 것입니다.

슈퍼스타도 같은 게임을 합니다. 2026년 4월 Coachella 헤드라이너 Justin Bieber의 무대조차 같은 시기 Discord의 클리핑 캠페인 대상이었습니다2. Daisies라는 곡 영상이 페스티벌 공식 채널 사상 최다 조회수를 기록했고, 한 주 카탈로그 스트리밍이 171% 늘었습니다. 슈퍼스타도 단지 알려져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피드의 임계점을 넘기 어려워졌다는 뜻입니다. 알려진 것조차 다시 부양해야 알고리즘의 임계점을 넘는다 라는 상태가 됐습니다.

조작된 관심이 형성되는 결정적인 과정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기자·편집자들도 같은 피드를 본다는 사실이죠. 이들은 자기 SNS 피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사를 씁니다. 클리핑이 만들어 놓은 가짜 관심을 진짜 관심으로 오해해 기사로 다루면, 그 보도가 가짜 관심을 진짜 관심으로 전환합니다. SNS 피드 → 기성 미디어 → 다시 SNS 피드라는 자기 피드백 회로가 닫히는 순간입니다.

3. 새로운 방어법, 그리고 부족함

큐레이터(플랫폼)들도 이 상태를 모르지 않습니다. 2026년 5월 같은 주에 공개된 두 자료가 위조 비용을 올리려는 큐레이터의 두 단면을 보여줍니다4.

xAI가 X(트위터)의 오픈소스에 공개한 For You 알고리즘 코드에서 이런 단면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5. 예전에는 사람이 “이런 계정 패턴은 수상하다” 같은 규칙을 직접 디자인해 알고리즘에 넣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코드에서 X는 그런 규칙을 줄이고 사용자가 실제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통째로 학습 입력으로 받습니다. 좋아요·답글·체류 시간은 양의 점수, 차단·뮤트·신고는 음의 점수 — 수상한 반응 패턴을 학습 단계에서 걸러내려는 시도입니다.

다른 하나는 Google이 AI 검색 최적화 가이드에서 시중의 AEO/GEO 컨설팅 시장이 팔던 다섯 가지 꼼수(AI 전용 마크업·콘텐츠 쪼개기·AI용 재작성·인위적 멘션 뿌리기·구조화 데이터 과집착)를 전부 효과 없다고 명시적으로 부정한 일입니다6. 외부 신호는 받지 않겠다는 공식 선언이지요.

큐레이터표적 신호처리 방식한계
xAI (X For You)피드 안의 반응 신호모든 반응을 학습 입력으로 받되, 부정 신호에 음의 점수평범해 보이는 계정이 신중히 운영되면 부정 신호 자체가 발동하지 않음
Google (AI 검색)검색 노출용 외부 구조 신호외부 신호를 받지 않겠다는 공식 거부결국 내부 신호(클릭률·체류 시간 등)에 의존해야 하고, 그 신호가 다음 위조 표적이 됨

표적 층위는 다르지만 목표는 같습니다 — 위조를 불가능하게 하는 게 아니라 비싸게 만드는 것.

그런데 이것으로 조작을 막을 수 있을까요. 경제학자 Michael Spence가 1973년에 정리한 명제가 있습니다7위조가 비싼 신호만 신뢰될 수 있다. 학력 증명서가 신뢰받는 이유는 위조가 비싸기 때문입니다. 반면 SNS 피드의 신뢰 신호인 평범한 사용자처럼 보이는 계정의 좋아요·댓글은 위조 비용이 매우 낮습니다. 가짜 학위는 만들기 어렵지만, 평범한 닉네임의 SNS 계정 수만 개는 한 사람이 만들 수 있지요 — Floodify가 6만 5천 개를 굴렸다는 사실 자체가 그 증거입니다8.

위조 비용이 얼마나 낮은지는 단가가 보여줍니다. 클리핑으로 만든 가짜 관심 1,000회 노출의 단가는 약 1달러2, 같은 노출을 SNS 공식 광고로 사면 약 열 배, 옥외 빌보드는 다시 열 배, TV 광고는 그보다 더 비쌉니다. 정직한 노출위조된 노출의 단가 격차가 한 자릿수 이상 벌어진 상태에서, 두 큐레이터의 새 알고리즘과 정책이 이 위조 단가두 자릿수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한9 조작은 디폴트로 남습니다. 위조가 충분히 비싸지지 않으면 시스템이 받는 신호도 신호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4. 진정성 역설

문제는 신호의 존재가 아니라, 신호가 보상과 연결되는 순간 그 신호를 위조하는 시장이 같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흔히 Goodhart의 법칙이라 부르는 현상입니다 — 측정값이 목표가 되는 순간, 사람들은 그 측정값을 맞추기 위해 움직입니다.

시스템이 진짜처럼 보이는 것을 우대한다고 선언하는 순간, 진짜처럼 보이게 꾸미는 일의 수익률이 같이 높아집니다. 클리핑이 평범해 보이는 계정을 쓰는 이유, 댓글창의 분위기 제조 산업이 자발적인 사용자 의견을 모사하는 이유가 정확히 이것입니다. 광고가 비싸지면 광고 아닌 척하는 콘텐츠의 가성비가 올라가는 것과 같은 메커니즘입니다.

같은 회로는 다른 시장에서도 반복됩니다.

  • 플랫폼 리뷰 신호 — Amazon의 verified purchase(검증된 구매자) 우대, Google·Yelp의 평범한 사용자 우대가 리뷰 매수·가짜 검증 구매 산업을 키웠습니다.
  • 검색의 오가닉 우대SEO 산업을 키웠습니다10.
  • 인플루언서의 친구 같은 추천 우대페이드 인플루언서 산업을 키웠습니다11.

셋의 결은 서로 다르지만 작동하는 회로는 같습니다. 시스템이 어떤 종류의 신뢰 신호를 보상의 기준으로 정하면, 그 정확한 신호를 모사하는 산업이 자랍니다. 그리고 그 산업의 단가가 진짜 신호의 발생 단가보다 한 자릿수 싸지면, 조작하지 않는 쪽이 시스템에서 불리해지는 환경이 디폴트가 됩니다. 사용자들의 관심이 화폐로 전환되는 지금의 인터넷 경제에선 어떻게 규칙을 바꾸더라도 관심을 조작하려는 시도를 배제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이건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시장 인센티브의 구조적 결과입니다. 더 똑똑한 알고리즘이 등장한다고 해결되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어떤 신호를 우대하느냐 라는 지정 행위 자체가 다음 위조 표적을 결정합니다.

5. 다음 공격면 — AI 에이전트

Vulture 르포 마지막에서 Joe Lim은 다음 회사를 구상하며 한 말을 남깁니다2.

이 모든 난리는 3~5년 안에 끝난다. 사람들이 SNS에서 본 것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될 테니까. 그러면 콘텐츠는 AI 에이전트를 향해 유통되고, 그 에이전트들이 인간에게 무엇을 원해야 할지 가르치게 될 것이다.

SNS 피드에서 반응 신호가 위조 표적이 됐듯이, AI 에이전트가 사용하는 기계용 구조 정보가 다음 위조 표적이 되는 그림입니다12.

신뢰의 위탁 지점이 한 칸씩 후퇴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믿던 단계에서, 사람이 알고리즘을 믿던 단계로, 그 다음 사람이 자기 대신 정보를 골라주는 에이전트를 믿는 단계로. 각 단계가 직전보다 한 칸 멀리 위탁된 인지에 의존하지만, 그 위탁 지점은 매번 새 위조 표적이 됩니다.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멋진 신세계일까요.

닫으며

이런 그림을 그려놓고 보면, 흔히 듣는 두 가지 진단이 부정확해 보입니다.

첫 번째 — 콘텐츠가 너무 많아서 전통적인 큐레이션이 동작하지 않는다. 아닙니다. 전통적인 큐레이션 채널은 여전히 작동합니다. 다만 그 큐레이션이 입력으로 받는 콘텐츠가 같은 곳에서 옵니다. 큐레이터의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재료가 한 곳에서 공급되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두 번째 — 알고리즘이 똑똑해지면 해결된다. 아닙니다. 알고리즘이 받는 신호 자체가 위조의 표적이라면, 알고리즘의 똑똑함은 위조의 정교함과 같은 속도로 자랍니다. 어느 한쪽이 영구히 이기는 게임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모든 큐레이션 채널의 원천이 SNS 피드가 되고, 그 원천을 조작하는 비용이 어떤 다른 채널보다 싸다는 것 — 이게 지금 우리가 갇혀 있는 구조입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우리는 인기 있는 것을 보는 게 아니라, 인기 있어 보이게 만든 것을 먼저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아차린 다음에도, 스크롤을 멈추고 떠날 수 있는 다른 자리는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레퍼런스


  1. 비유의 한계 한 가지 — 실제 채널들은 호수에서 받은 물을 각자의 방식으로 가공해 흘려보냅니다. 단톡방의 결, 뉴스레터의 결, 팟캐스트의 결은 서로 다릅니다. 본문은 수원의 동일성에 무게를 둔 비유이지, 채널 단계의 가공을 부정하는 비유가 아닙니다. ↩︎

  2. Lane Brown, “The Feed Is Fake” — Vulture, New York Magazine, 2026-05-15. https://www.vulture.com/article/social-media-feeds-chaotic-good-projects-clipping.html · 본문이 인용한 90% 추정, Lim 발언, Bieber의 Daisies·171% 카탈로그 스트리밍 증가·Coachella 공식 채널 사상 최다 조회수, 클리핑 단가 비교(약 $1 / 옥외 빌보드 / TV)는 모두 해당 르포의 보도 내용입니다. ↩︎ ↩︎ ↩︎ ↩︎ ↩︎

  3. Lim의 90% 추정은 자기가 만든 산업을 자기가 추정한 수치이므로 정확한 통계라기보다 체감치로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본문은 정확한 비율보다 위장 유통의 경제성이 커졌다는 방향성을 인용하며, 그 방향성은 본문의 단가 비교와 4장의 다른 사례에서도 같은 결로 확인됩니다. ↩︎

  4. 두 자료는 같은 동기를 서로 다른 층위에서 다룹니다 — 한 쪽은 피드 반응 신호의 층위(xAI), 다른 쪽은 검색용 콘텐츠 구조 신호의 층위(Google)입니다. 표적이 되는 신호가 다르되 위조 비용을 올린다는 처방의 결은 같습니다. 본문 표의 클릭률·체류 시간 등내부 신호의 예시적 표현이지, Google 검색 랭킹의 특정 팩터로 단정한 것은 아닙니다. ↩︎

  5. xAI, x-algorithm (Apache License 2.0) — 2026-05-15 업데이트. https://github.com/xai-org/x-algorithm · 본문의 xAI는 … 서술은 해당 공개 저장소 기준의 읽기이지, 실서비스 X의 전체 랭킹 파이프라인을 그대로 대표한다는 주장은 아닙니다. ↩︎

  6. Google for Developers — Search Central, “Optimizing your website for generative AI features on Google Search” — 2026-05-15. https://developers.google.com/search/docs/fundamentals/ai-optimization-guide · 본문의 외부 신호는 받지 않겠다는 압축 해석입니다. Google이 부정한 것은 본문이 나열한 다섯 가지 AEO/GEO 꼼수의 효과이지, 모든 외부 신호 일반을 원천 배제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

  7. Michael Spence, “Job Market Signaling” —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vol. 87 no. 3, 1973. 시그널링 비용 이론의 원전. 본문 4장에서 함께 인용한 Goodhart의 법칙은 Charles Goodhart의 1975년 진술에서 비롯된 정식화입니다. ↩︎

  8. 두 신호의 비대칭은 발급 구조에서 옵니다. 학위는 발급 주체가 단일이고 위조 시 법적 책임이 따릅니다. SNS 계정은 발급이 본인이고 따르는 비용이 거의 없습니다 — 이 구조 차이가 위조 비용 격차의 근본 원인입니다. 본문의 한 사람이 수만 개를 굴린다는 표현은 직접 생성·구매·대여·자동화 운영을 모두 포함하는 넓은 의미이지, 한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만든다는 뜻은 아닙니다. ↩︎

  9. 두 큐레이터가 위조 비용을 어느 정도까지 올리는지에 대한 정량 데이터는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본문의 두 자릿수 추정은 1달러짜리 시작 단가와 다른 광고 채널의 단가 격차에서 역산한 어림이지, 측정된 수치가 아닙니다. 본문의 단가 비교(클리핑 약 $1 / 옥외 빌보드 / TV)는 Vulture 르포가 든 미국 시장 CPM 기준 환산을 그대로 인용한 것입니다. ↩︎

  10. SEO 전체를 조작이라 부르는 것은 아닙니다. 본문 목록의 다른 두 사례와 결이 한 가지 다릅니다 — 불법 조작이라기보다 합법적 최적화부터 기만까지 이어지는 연속선에 가깝고, 모든 사이트가 어느 정도는 합니다. ↩︎

  11. 인플루언서 사례는 또 한 가지 결이 다릅니다 — 알고리즘 신호 게이밍이라기보다 광고 위장에 가까운 결로, FTC 같은 광고 규제 영역과 겹칩니다. 진짜처럼 보이는 것을 우대하는 시스템에 모사 산업이 자란다는 회로만은 동일합니다. ↩︎

  12. Lim의 발언은 미래 예측이라기보다 다음 공격면이 어디에 생길 것인지에 대한 가설로 읽는 편이 안전합니다. 같은 시기 Google 가이드 후반부도 브라우저 에이전트가 DOM과 접근성 트리를 읽는다고 명시하며, 두 진영이 같은 자리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