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분이 몇 달 동안 떨치지 못한 의문이 있었다고 한다. 풀자면 이렇다. AI는 새 수요를 만드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기존 일을 하던 사람의 소득을 끊는다. 신입 채용이 줄고, 컨설팅 업체가 조용히 문을 닫으며, 일본에서는 2026년 1~5월에만 경영컨설팅업 도산·휴폐업이 242건으로, 연간 600건을 넘는 페이스다. 2000년 집계 이후 최다. 생성AI가 기초 리서치·자료 작성·범용 연수 콘텐츠를 빠르게 대체하며 전문성이 얕은 사업자부터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 조사 기관의 진단이다. 帝国データバンク(2026.06.05) 번역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일감이 사라진다. 소득이 사라지면 지출도 사라진다. 이것이 이어지면 결국 경제 전체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 아닌가. 다시 말해서, AI는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게 아니라 총수요를 감소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이다.

이 직관을 검증하기 위해 꽤 먼 길을 돌았다. 두 AI 에이전트에게 찬반을 맡겨 스무 발언의 정식 논쟁을 시켰고, “AI는 경제의 총수요를 감소시킨다"는 명제를 걸고, 찬성과 반대 에이전트가 각 10발언씩 왕복했다. 승패 없이 끝났으나 명제를 다듬는 데는 충분했다. 찬성 측 최종선은 “방향의 확실성”, 반대 측 최종선은 “측정된 순계의 부재"였다. 그 뒤로 세 차례의 조사를 돌렸다. 세 조사는 각각 수요 채널의 프레임 정리, 투자 자금의 행방 추적, 고용 대체 선행 지표 검증을 맡았다. 이 글은 그 전부를 접어 넣은 결론이다.

총량은 변하지 않았다

논쟁의 결과부터 말하면 무승부였다. 총수요의 총량은 줄지 않았다. 반대 측이 옳게 본 측면이다. 반면 소득이 깎이는 경로도 실재했다. 찬성 측도 옳았다. 모순 없이 공존하는 두 진술을 두고 스무 발언이 오가며 승부가 나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경제의 총수요를 한 덩어리로 봤기 때문이다.

덩어리를 헤쳐 보아야 답이 나온다. 문제는 뺄셈이 아니었다. 덧셈의 구성이었다.

사람을 거치지 않는 투자

AI 투자는 국민계정 장부에 총수요를 더한다. 그 덧셈 자체는 맞다. 지난해 미국 성장의 대부분이 데이터센터에서 나왔다. 정보처리 장비·소프트웨어는 미국 GDP의 4%이고, 2025년 상반기 성장의 92%를 기여했다(Furman). 데이터센터 투자를 빼면 성장률은 연율 0.1%(Pantheon Macroeconomics는 별도 방법론으로 같은 방향을 확인)다. 동시에 AI 관련 순수입 약 1,950억 달러가 순수출을 깎아, 덧셈의 일부는 해외로 샌다. 문제는 그 돈이 사람을 거의 거치지 않고 돈다는 데 있다. 투자액의 3분의 2는 칩으로 가고, 칩 대금의 4분의 3은 마진으로 남아 주주에게 돌아간다. 하이퍼스케일러 capex 중 서버·칩 비중 약 63%(IoT Analytics). Nvidia 매출총이익률 75%, 영업이익률 62%(FY2025 SEC 공시). Nvidia는 FY2025에 345억 달러를 주주에게 환원하고 500억 달러 자사주 매입을 추가 승인했다. S&P 500 전체의 2024년 자사주 매입은 9,425억 달러로 사상 최고. 15억 달러는 연 임금 10만 달러로 치면 15,000명분의 임금에 해당하는 돈이다. 그 돈이 배터리 공장에 들어가면 1,620명의 고용을 유지하는 수요가 되고,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면 100명에서 그친다. Bridgewater, The Macro Implications of the AI Capex Boom. 버지니아 주 누적 통계로는 데이터센터 투자 1,300만 달러당 영구직 1개(Food and Water Watch). 건설 인력 천 명이 일하던 현장도 완공되면 상시 인력 백 명으로 줄어든다.

그 돈의 종착지는 상위 가계의 자산이다. 미국 주식의 9할을 상위 가계 10%가 보유하고 있고, Fed 분배금융계정(DFA) 기준 상위 10%의 주식·펀드 보유 비중 87~93%. 상위 1%의 순자산 비중은 31.7%(2025 Q3)로 1989년 집계 이래 최고. 미국 소비의 절반이 그 상위 10%에서 나온다. 1990년대 초 35%였던 비중이 삼십여 년에 걸쳐 꾸준히 올라와 이제 절반에 닿았다. Moody’s Analytics(Zandi) 추정. 상위 10% 소득 가계의 소비 비중은 1990년대 초 약 35% → 2020년 43% → 2023년 46% → 2025년 2분기 49.2%. BEA의 대안 집계로는 약 20%로 수준값에 방법론 논쟁이 있으나, 집중이 심해진다는 진단은 양쪽에서 일치한다. 그리고 그들의 소비는 주가에 연동되어 있다. 주식 자산효과의 표준 추정은 자산 1달러 증가당 소비 3~5센트다. Moody’s Analytics(Zandi)는 2025년 상위 10% 소비 확대의 주동력으로 주가 상승을 지목한다. 그러니 총수요는 줄지 않는다. 대신 소수의 자산가격에 의존하게 된다.

대체

그림의 반대쪽을 보자. AI로 인한 고용 대체는 해고로 찾아 오지 않았다. AI에 노출된 직군에서 고연차 고용은 오히려 늘었고, 22~25세의 고용만 두 자릿수로 줄었다. Brynjolfsson·Chandar·Chen(Canaries, ADP 급여 데이터): 22~25세 노출직군 고용 −16%(소프트웨어 개발 −20%, 고객상담 −11%), 같은 직군 30세 이상은 +6~13%. Dallas Fed가 2026년 1월 독립 재검증으로 같은 추세를 확인. 감소의 기전은 해고 증가가 아닌 신규 진입 감소다. 잘린 사람 없이 들어오지 못한 사람만 있다. 그래서 실업률은 조용하다. 눈여겨볼 것은 이 대체가 검증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AI가 신입만큼 일하는지는 아직 누구도 확인하지 못했다. 관리자 열에 넷 가까이가 신졸을 채용하느니 AI를 쓰겠다고 답했을 뿐이다. Hult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 조사(2025). 관리자의 37%가 Z세대 신입을 채용하느니 AI를 쓰겠다고 답했다. 대체는 실현된 성능이 아닌 기대의 속도로 진행된다. 반면 가격이 즉시 반응하는 프리랜서 시장의 소득은 이미 크게 깎였다. ChatGPT 이후 Upwork 글쓰기 프리랜서 수입 −5.2%, 이미지 생성 모델 이후 일러스트 수입 −9.4%(Hui·Reshef·Zhou, Organization Science 2024). 영국 번역가의 43%가 수입 감소를 보고했고(Society of Authors 2024), 중국 게임 일러스트 단가는 10분의 1로 떨어졌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고용시장이 몇 년 뒤 겪을 조정을 프리랜서 시장이 먼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역사에 정확한 전례가 있다. 자동교환기가 깔렸을 때 전화교환수들은 대량 해고되지 않았다. 기존 세대는 대체로 살아남았고, 다음 세대가 그 직군에 진입하지 못했을 뿐이다. Feigenbaum·Gross(QJE 2024): 자동교환 전환 도시에서 젊은 여성 코호트의 교환원 진입이 막혔고, 기존 인력의 해고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고용 대체는 특정한 사건으로 인지되지 않는다. 세대 교체와 함께 느리게 찾아올 뿐이다. 한편 지금 구직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세대의 소득 격차는 십 년 넘게 좁혀지지 않는다. 노동시장 흉터(scarring) 문헌. 불황기에 진입한 코호트의 초기 손실은 10~15년 지속되고(Kahn 2010), 실직의 현재가치 손실은 1.4~2.8년치 임금에 이른다(Davis·von Wachter).

나머지 절반의 장부

상위 10%가 소비의 절반을 맡는다는 말은, 뒤집으면 나머지 90%의 가계가 합쳐서 절반을 겨우 채운다는 말이다. 그 절반의 장부는 이미 아슬아슬해 보인다. 미국 가계부채는 사상 최고로 쌓였고, 신용카드와 자동차 할부의 연체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까지 올라왔다. NY Fed 가계부채·신용 보고서: 2025년 3분기 미국 가계부채 총액 18.59조 달러로 사상 최고. 신용카드·오토론 연체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며, 오토론 연체 악화는 저소득층에 집중. 팬데믹 직후 몇 년간 빠르게 오르던 하위 10%의 실질임금은 2025년 들어 하락으로 돌아섰다. EPI. 2019~2024년에는 하위 10% 실질임금이 +15.3%로 상위(+7.4%)보다 빨리 올라 격차가 좁혀지던 시기였다. 그 압축이 2025년에 역전으로 돌아섰다. 달러 스토어의 CEO는 “저소득 가구가 그 어느 때보다 우리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 매장 계산대 앞에는 연소득 10만 달러의 가구까지 내려와 줄을 선다. Dollar Tree CEO 발언(2025.12). 저소득층 핵심 고객군의 구매력 약화로 Dollar General 주가는 2022년 고점 대비 약 70% 하락했고, 같은 매장에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 가구의 트레이드다운 유입이 보고된다. 물론 이 위태로운 장면을 AI가 연출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AI가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고용 대체의 충격이 이 취약한 장면에 정면으로 가해진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순자산 지니계수는 집계 이래 최고이고, 한국은행은 부동산에 눌린 가계부채가 민간 소비를 매년 0.4%포인트씩 깎아 왔다고 계산한다. 한국 순자산 지니계수 0.625(2025.3)로 2012년 집계 이래 최고, 상위 20%의 자산은 하위 20%의 45배. 한국은행(2025.11)은 2013년 이후 부동산 담보 가계부채 증가가 민간 소비를 매년 0.4%p 억제해 왔다고 추정했다. 여기서도 장면의 연출가는 AI가 아니라 부동산이다. 임금의 자리에서 밀려난 수요는 부채로 버티고, 부채는 다시 소비를 깎는다.

루프

이제 그림을 하나로 겹쳐 보자. 한쪽은 소비성향이 높은 임금 소득이 세대 단위로 깎여 나가는 장면이고, 다른 쪽은 소비성향이 낮은 자산이 부풀어 오르는 장면이다.

두 장면은 방향만 반대인 것이 아니다. 형태와 속도가 어긋난다. 창조되는 가치는 시장의 검증을 통과해야 하고, 통과하더라도 새 매출보다는 비용 절감, 곧 마진의 형태로 실현되는 경우가 많다. 마진은 주주환원을 타고 위의 장면으로 합류한다. 반면 파괴는 검증을 기다리지 않는다. 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채용이 끊기고, 갈아탄 순간 발주가 끊긴다. 조건부로 늦게 도착하는 수입과 무조건 먼저 도착하는 결손. 같은 기술의 청구서가 소비성향 낮은 자산의 장부에는 수입으로, 소비성향 높은 임금의 장부에는 결손으로, 시차를 두고 찍힌다. 어긋남의 양쪽에 각각 측정이 있다. 실현 쪽 감쇠: Demirer·Musolff·Yang(NBER w35275)은 AI 코딩 도구의 효과가 코드 작성 단계 +180%에서 릴리스 단계 +20%로 줄어드는 것을 GitHub 개발자 10만여 명의 활동 데이터로 보였다. 파괴 쪽 속도: 「대체」 절의 Hult 조사가 성능 검증 전에 진행되는 채용 중단을, Upwork 수입 하락이 즉시 반영되는 단가 조정을 잰다. 창조가 왜 관문 뒤에만 서는지, 생산성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가정하는지는 별편 「생산성이라는 말이 숨기고 있는 것」에서 다뤘다.

임금 1달러가 자본 소득으로 옮겨갈 때마다 소비 약 0.6~0.75달러가 증발한다. 한계소비성향(MPC)의 계층 격차. 저자산 가계 0.7~0.85, 고자산 가계 약 0.10(Jappelli·Pistaferri 2014, Carroll et al. 2017). 상위로 쏠린 저축이 소비재 수요 대신 자산과 부채 파이낸싱으로 흡수된다는 실증 계보는 Mian·Straub·Sufi의 “부자의 저축 과잉”(2020)과 Indebted Demand(QJE 2021). 직접 반론도 있다. Auclert·Rognlie(NBER w24280)는 일반균형에서 금리·재정의 상쇄를 감안하면 불평등 심화의 총수요 효과가 정량적으로 작다고 추정한다. 이 글의 계산 엔진에 대한 가장 정면의 반대 추정이다. 깎인 수요를 메우는 것이 설비투자인데, 그 투자는 위에서 본 대로 사람을 덜 거치는 돈이라 소득을 메우는 효율이 낮다. 그렇게 다시 소득이 깎인다.

이것이 AI가 만드는 수요 감소의 네거티브 루프다. 이 루프는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다. 이미 서서히 몸을 풀며 돌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 총량에서 눈에 띄는 감소세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연 수천억 달러의 설비투자 주입과 상위 가계의 자산효과 소비, 두 버팀목이 착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 두 버팀목에는 공통의 유통기한이 있다. 설비투자가 회수되려면, 그리고 밸류에이션이 유지되려면, 인지노동의 대체가 상업적으로 성공해야 한다. 그런데 인지노동이 대체되면 그만큼 소득을 얻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든다. 버팀목이 지속되는 조건이 곧 총수요를 감소시키는 루프의 가속 조건인 것이다. 봉투 뒷면 산수. 성공 시나리오: 노출 과업 20% 중 10년에 걸쳐 10~30% 대체 시 소비 순감 연 500억~3,500억 달러(GDP −0.2~−1.2%p). 조정 시나리오: AI 밸류에이션 30% 하락 시 자산효과만으로 소비 −2,000억 달러급 + capex 증발. 파라미터는 문헌 값, 대체율은 가정이다. AI 투자가 성공하여 인지노동을 극적으로 대체하면 소득 침식이 깊어지며 루프가 빨라진다. 대체에 실패하면 밸류에이션 조정으로 두 버팀목이 동시에 무너지고, 불황 속에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고용을 AI로 대체하며 루프가 가속한다. 기대가 과장이었다고 판명나도, 기대를 근거로 이미 끊긴 채용은 돌아오지 못한다. 어느 갈래로 가든 회전은 빨라진다. 느려지는 경우의 수는 하나뿐이다. 새 일자리와 새 과업이 AI의 고용 대체보다 빨리 자라는 경로다. 지금 그 경로를 지지하는 데이터는 거의 없다. Acemoglu(NBER w32487)의 신과업 항은 약하고, 기업 AI 도입의 95%가 아직 수익을 못 낸다(MIT NANDA 2025). 신과업 채널은 원래 가장 느리게 나타나는 항이라는 단서는 남는다. 반대 증거의 최전선은 덴마크 행정 데이터로 노출직군 소득 효과 ±2% 이내를 보인 Humlum·Vestergaard(NBER w33777)다. 가격 채널도 반대 방향의 힘이다. AI가 서비스 가격을 낮추면 실질소득이 올라 수요가 늘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실증은 인하분이 소비자 가격보다 기업 마진으로 흡수되는 쪽을 가리킨다.

수요 감소의 루프가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하는 순간은 언제인가. 역사의 답은 불황이다. 루틴 일자리는 평시에 서서히 줄기보다 불황에 한꺼번에 줄어들고, 회복기에 돌아오지 않는다. Jaimovich·Siu의 고용 없는 회복(jobless recovery) 실증. 수요가 꺾이면 기업은 비용 절감으로 대응하고, 그 수단이 자동화 채택이라는 되먹임을 Chen(2026, arXiv)이 displacement spiral로 형식화했다. 다음 불황은 잠재적으로 인지 노동 일부를 대체할 역량을 갖춘 성숙한 AI를 손에 쥐고 맞는 첫번째 불황이 된다. 그리고 그 불황의 가장 유력한 방아쇠 후보가 AI 버블 조정 그 자체라는 것이, 이 구조의 가장 얄궂은 부분이다.


그래서 처음의 직관으로 돌아가면, “AI는 총수요를 감소시킨다"는 문장은 절반만 맞다. 거시 경제의 소비 총량은 아직 줄지 않았고, 당분간 줄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총수요 감소 이전의 단계, 총수요를 짊어진 주체의 교체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수요가 젊은 임금에서 늙은 자산으로 옮겨 타는 중이고, 총량이 유지되는 동안에도 그 총량을 받치는 기반은 점점 좁아진다. 좁은 기반은 충격에 약하다.

AI는 총수요를 감소시키는가. 전체 그림에서는 아직 아니다. 하위 90%에게는 이미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