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Rest of World가 TSMC 아리조나 공장의 현직·전직 직원 20명 이상을 인터뷰하여 작성한 2024년 현장 르포다.
- 미국 엔지니어와 대만 엔지니어 사이의 문화 충돌, 언어 장벽, 암묵지 이전 실패가 공장 가동을 1년 이상 지연시켰다.
- 같은 TSMC가 일본 구마모토에서는 2년 만에 팹을 완공한 대조 사례가, 문제의 본질이 돈이 아니라 생태계임을 보여준다.
TSMC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나
모리스 창이 1987년 대만 정부의 초청으로 설립한 TSMC는 설계와 제조를 분리하는 파운드리 전문 모델을 창안했다. 이 모델 덕분에 Nvidia, Apple 같은 팹리스 기업이 번성할 수 있었고, TSMC는 6,600억 달러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과 인텔은 여전히 추격 중이다.
대만에서 TSMC는 “나라를 지키는 신성한 산"으로 불린다. 세계가 TSMC에 의존하는 한 서방이 대만을 방어할 유인이 있다는 논리다. TSMC의 성공 비결은 12시간 교대, 새벽 긴급 호출, 군대식 복종 문화다. 대만 언론은 TSMC 엔지니어들이 “노예 근성"으로 “간을 팔아” 일한다고 농담한다.
TSMC 아리조나 공장 건설 현장, 2022. Brendan Smialowski/AFP/Getty Images
팬데믹이 노출한 공급망의 취약점
1980년대까지 인텔, TI 등이 자체 설계·제조를 했으나, 파운드리 모델과 동아시아 정부 인센티브로 제조 기반이 이탈했다. 팬데믹이 이 취약점을 노출시켰고, 칩 부족이 자동차·스마트폰·가전 생산을 마비시켰다.
2020년 5월, 미국 국무부는 TSMC가 아리조나에 120억 달러 규모 시설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F-35 전투기와 아이폰에 들어가는 칩을 미국 본토에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투자가 의회를 자극하여 2022년 CHIPS Act(530억 달러)가 통과되었고, TSMC는 총 투자를 400억 달러로 확대하며 2호 팹까지 건설하기로 했다.
대만 훈련: 문화 충돌의 시작
2021년, TSMC는 미국 신입 엔지니어 약 600명을 대만 타이난의 Fab 18로 보내 1년 이상 훈련시켰다. 문제는 즉각 드러났다.
언어 장벽: 모든 소통이 중국어로 이루어졌다. 미국 엔지니어들은 구글 번역에 의존했고, 기술 용어와 도면은 자동 번역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매니저는 파워포인트만 보고 중국어 회의를 따라오라고 지시했다. 이를 들은 미국 엔지니어는 “미친 수준의 리더십"이라고 회상했다.
관찰만 하는 훈련: 미국 훈련생들은 주로 관찰 역할에 배정되었고, 직접 문제를 처리할 기회가 드물었다. 한 엔지니어는 “선생님이 칠판에서 500문제를 푸는 걸 봐도, 직접 풀어보지 않으면 시험에 실패한다"고 표현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일부 부서에서 매니저들이 당일 마감 과제를 갑자기 부여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했다. 동료 앞에서 망신을 주거나, 엔지니어링을 그만두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훈련 중 최소 수십 명이 퇴사했다. 남은 미국 직원들 사이에서는 “TSMC가 CHIPS Act 자금 확보용으로만 우리를 뽑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퍼졌다.
아리조나: 해소되지 않은 격차
2022년 말, 직원들이 아리조나로 이동했다. 대만 직원 약 절반(~1,100명)이 가족과 함께 피닉스 교외로 이주했다. 대만의 빽빽한 도시, 효율적 대중교통, 24시간 편의점에 익숙했던 그들에게 피닉스는 “위대한 산, 위대한 강, 그리고 위대한 지루함"이었다.
양측의 불만:
- 대만 엔지니어들: 미국 동료가 “거만하고 태평하며 명령에 도전한다”
- 미국 엔지니어들: “의미 없는 야근”, 주간 파워포인트 보고, “체면 문화"에 분노
미국 전직 직원 5명은 TSMC 엔지니어들이 때때로 고객·매니저용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선별적으로 제시했다고 증언했다. 매니저의 불가능한 기대를 맞추거나, 과중한 업무를 줄이기 위한 행동이었다.
Glassdoor에서 TSMC 평점은 5점 만점에 3.2점이었다(인텔·TI는 4.1점). 이 낮은 평점이 경력직 채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한 전직 직원은 친구 6명을 설득하여 TSMC 입사를 거부하게 했다.
지연과 좌절
2023년 중반, TSMC는 1호 팹(Fab 21)의 가동 지연을 공식 발표했다. 2024년에서 2025년으로. 2호 팹은 2026년에서 2027~28년으로 밀렸다.
TSMC는 숙련 노동자 부족을 원인으로 들었지만, 건설 노조는 안전 문제와 대만 저임금 노동자 수입 의혹을 제기했다. 생산 라인을 운영해야 할 엔지니어들이 건설 현장 감독이나 쓰레기 수거에 투입되기도 했다. 한 전직 직원은 건설 인부들이 남긴 소변 병을 수거했던 일을 회상했다.
TSMC는 지구상에서 가장 일하기 끔찍한 곳이었다.
여러 미국 엔지니어가 퇴사 후 해방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룹 채팅에서 동료들은 친구의 퇴사를 축하했다. 사내에서는 “TSMC는 인텔 취업을 위한 디딤돌"이라는 농담이 돌았다.
울타리와 가림막 뒤의 TSMC 건설 현장, 아리조나 사막. 2024년 3월.
구마모토: 같은 회사, 다른 결과
2024년 2월 24일, TSMC는 일본 구마모토 공장을 개장했다. 아리조나보다 약 1년 늦게 착공했음에도 2년 만에 완공한 것이다. 구마모토 지사는 “TSMC가 요청한 대로 2년 안에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성공 요인은 강력한 정부 지원, 현지 파트너십, 24시간 가동 저비용 인력이었다.
구마모토가 아리조나보다 덜 첨단 칩을 만든다는 점을 감안해도, 같은 회사의 상반된 결과는 기술이 아닌 생태계 적합성의 문제임을 드러냈다.
피닉스의 대만 엔지니어 모임에서 한 사람이 말했다. “일본 공장이 먼저 열었다. 아주 좌절스럽다.”
자급의 환상
전문가들은 미국의 반도체 자급까지 갈 길이 멀다고 경고한다. TSMC 아리조나의 두 시설이 연간 60만 장 웨이퍼를 생산할 계획이지만, 이는 TSMC 전체 연간 생산량 1,600만 장의 극히 일부다. 미국에서 만든 칩 다수가 여전히 아시아로 돌아가 조립·테스트·패키징을 거쳐야 한다.
시카고대 경제학과 창타이 셰 교수는 “TSMC가 피닉스를 필요로 하는 유일한 이유는 미국 정부가 자사에 등을 돌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2023년 TSMC 매출의 65% 이상이 미국 고객에서 나온다.
전 대만 국회의원 제이슨 허(하버드 케네디스쿨 연구원)의 비유가 인상적이다:
젖소를 직접 키울 필요 없이, 우유가 문 앞에 배달되도록 보장하면 된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
이 르포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보조금과 파이프라인의 비대칭이다. 530억 달러를 투입해 공장은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새벽 1시에 기계가 고장 나면 2시에 고쳐놓는 엔지니어를 돈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대만이 30년에 걸쳐 쌓은 것을 정책으로 압축 복제할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이 프로젝트의 근본적 오류였을 수 있다.
모리스 창은 2022년에 이미 이것을 “매우 비싼 헛수고(a very expensive exercise in futility)“라 불렀다. 회계사 부족, 파일럿 부족, 반도체 기술자 부족 모두 같은 구조를 보여준다. 파이프라인은 해체는 빠르지만, 복구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시간이 필요하다.
출처
Rest of World, Viola Zhou, 2024년 4월 23일 원문: https://restofworld.org/2024/tsmc-arizona-expan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