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1.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남성현·조정현)가 2026-06-08 발간한 110페이지 ESG In-Depth 보고서. 인구 감소 시대에도 서울·수도권 핵심 권역의 가치는 왜 계속 높아질까? 라는 질문으로 출발해 일본의 권역 복합개발 사례를 한국 부동산 개발의 다음 사이클로 옮긴다.
  2. 핵심 진단은 두 줄로 압축된다. 향후 개발의 중심은 외곽 확장에서 도심 재편으로, 분양수익에서 장기 운영수익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 본질은 건물이 아니라 권역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3. 한국형 복합개발의 주체로는 핵심 입지 자산과 트래픽 설계 역량을 갖춘 유통기업(신세계·이마트·롯데)과 부동산 개발 기업(서부티엔디·HDC현대산업개발)을 지목한다. 제도적으로는 일본 참가조합원 제도와 프로젝트리츠를 두 갈래 통로로 제시한다.

보고서가 던진 질문

보고서는 첫 문단에서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시작한다. “왜 인구 감소 시대에도 서울과 수도권 핵심 권역의 가치는 계속 높아질까?” 한국은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 인구는 5,168만 명으로 전년 대비 -0.67%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적이라면 도시 수요 소멸 이야기가 따라붙을 시점이다.

저자들의 답은 정반대 쪽을 가리킨다. 수요는 1~2인 가구 확대·고령화·직주근접 선호·교통 접근성 중시가 맞물리면서 오히려 서울과 수도권 핵심 권역으로 더 압축되고 있다. 단, 개발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1. 도시는 또 그렇게 성장한다 — 재도시화 단계 진입

저자들은 Van den Berg et al.(1982) 『Urban Europe: A Study of Growth and Decline』의 도시 라이프 사이클 모형을 끌어와 한국 도시의 좌표를 잡는다. 도시화(urbanization) → 교외화(suburbanization) → 역도시화(deurbanization) → 재도시화(reurbanization)의 4단계 중, 한국은 이제 재도시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다.

그림 1. van den Berg 도시 개발 모델과 서울 인구 추이

2020년대까지의 한국 개발 모델은 도시화·교외화 단계로 분류된다. 1·2기 신도시와 수도권 외곽 택지 개발이 그 시기의 대표 사례였다. 그러나 인구 성장률이 둔화되고 수도권 내부에서도 노후화된 도심과 기성시가지의 기능 저하가 두드러지면서, 개발의 초점은 외곽의 빈 땅이 아니라 기존 도시 안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던 공간으로 이동한다.

서울의 과제는 개발 수요의 부재가 아니라 개발 방식의 변화에 있다는 것이 핵심 명제다. 인구 감소는 도시의 수요가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도시가 요구받는 기능의 구성이 달라진다는 의미에 가깝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이 보여준 제도적 전환

직전 2030 서울플랜이 경관 관리와 저층 주거지 보호를 위해 35층 일률 높이 제한 같은 비교적 보수적인 관리체계를 유지했다면, 2040 계획은 유연한 밀도 관리와 거점 중심의 도시공간 재편을 강조한다.

그림 13.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공간구조도

전환의 핵심 수단은 세 가지다.

  • 35층 일률규제 폐지 → 정성적·유연한 높이 가이드라인(비욘드 조닝)으로 전환
  • 용도지역·용적률 체계의 탄력적 운용 → 저이용·유휴부지의 입지·접근성을 고려한 차등 배분
  • 용적이양제 → 보존이 필요한 지역의 미사용 용적률을 개발이 필요한 지역으로 이전, 도시 전체 평균 밀도는 관리하면서 특정 거점의 개발 유인을 높임

서울 전역을 동일한 방식으로 개발할 수 없다는 인식, 보존할 곳은 보존하고 성장 여력이 있는 곳에는 밀도를 집중시키는 정교화 시도다.

2. 한국형 복합개발(Compact City) 시대

복합개발(Mixed-Use Development)은 하나의 개발 프로젝트 안에 둘 이상의 서로 다른 기능을 통합하여 상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도시 혹은 지역구 개발 방식이다. 단순 혼합 형태인 주거 + 주거의 보조기능인 상업시설이 아닌, 오피스 + 호텔 + 리테일 + 문화시설 등을 결합해 가치와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국내 복합개발이 그동안 제한적이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의 주택 공급 체계를 구축해 왔다. 1970년대 이후 급격한 도시화와 수도권 인구 밀집에 대응하기 위해 주택 공급 + 분양 회수 모델이 정착된 것이 원인이다. 둘째, 분양을 통한 자금 회수가 사업의 주를 이뤘다. 운영수익 기반의 장기 보유 모델은 자리 잡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림 33. 서울시 도심기능 복합화 개발 추진

저자들은 이 두 저해 요인이 자금 조달 방식의 변화와 기존 사업의 한계성을 탈피할 수밖에 없는 환경 변화에 따라 약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형 복합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결론이 여기서 나온다.

3. 수요와 공급 두 측면의 복합개발 니즈

수요 측면 — 머무는 시간과 소비

소비계층이 다변화되고 가족 구성원 수(1~2인 가구 확산)·소비력이 낮아지는 계층 확대·다양한 채널 성장에 따른 소비 분산이 동시에 진행된다. 과거에는 소비를 위해 이동하는 수요가 많았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보고서가 짚는 처방은 명확하다.

소비를 불러일으키는 핵심은 집객력에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체류시간을 길게 확대하면 소비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가장 좋은 솔루션은 머무는 공간과 소비하는 공간을 일원화하는 것이다.

오피스·주거·리테일을 결합시켜 주거와 소비 그리고 근로를 한 곳으로 모으면, 체류시간의 절대적 증가가 소비 증가로 연결된다는 논지다.

공급 측면 — 자산 효율성 극대화

공급 측면의 네 가지 이유도 정리된다.

  1. 입지의 희소성 — 서울과 같은 핵심 입지의 토지 절대 부족. 단일 용도 개발은 기회비용 손실. 오피스는 야간 시간대, 주거는 낮 시간대의 효율성이 하락하는데, 용도 결합으로 토지 생산성 극대화.
  2. 개발 리스크 분산 — 오피스(경기 민감)·리테일(소비 cycle)·주거(금리·정책)가 따로 받는 충격을 하나의 부동산 포트폴리오로 묶으면 사이클 리스크가 분산된다.
  3. 지속적인 현금흐름 창출 — 분양 일회성 회수가 아닌 임대수익 기반의 장기 운영 가능.
  4. 공실 리스크 감소 — 단순한 리스크 분산이 아니라 공실 자체를 줄이는 구조. Internal Traffic + External Traffic 동시 확보.

이 진단은 실측치로 보강된다. 서울 주요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 데이터(1Q17 vs 1Q26)를 기능 다중성에 따라 나눠 본 결과가 핵심이다.

  • 4중 이상 복합 기능 (오피스+유흥+주거+관광 등, 공덕역·잠실·영등포): 공실률 안정적 유지 혹은 감소
  • 3중 기능 (오피스+유흥+교통, 명동·왕십리 등): 안정 혹은 감소
  • 2중 기능 (유흥+교육 등, 논현·신사·압구정·목동·청담): 공실률 빠르게 증가
  • 단일 기능(주로 유흥, 동대문·이태원·신촌·건대입구·불광): 매우 빠르게 증가

기능이 줄어들수록 공실이 빠르게 누적된다는 패턴이 한국 데이터에서도 이미 관찰된다.

4. 한국의 모리 그룹은 누가 될 상인가?

복합개발의 주체는 두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1) 개발할 수 있는 토지 보유, (2) 트래픽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 저자들은 한국에서는 유통기업이 도시 개발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할 가능성을 강하게 점친다.

근거 세 가지가 정리된다. 첫째, 대형 부지 및 핵심 입지 자산을 보유. 둘째, 브랜드와 콘텐츠를 활용한 트래픽 유입 능력. 셋째, 공간 운영 및 경험 관리 능력.

가장 앞선 그룹은 신세계그룹(신세계프라퍼티 100%·신세계센트럴 60%·광주신세계 62.8%)과 롯데그룹(롯데물산).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하남을 시작으로 백화점 + 쇼핑몰 + 할인점 + F&B + 체험형에서 주거 + 오피스 + 리테일 결합 구조로 확장 중이다. 신세계센트럴은 (구)르네상스 호텔부지를 개발해 오피스 60% + 호텔 + 상업시설로 구축한 사례로, 기존 쇼핑몰 중심 모델과는 결이 다른 레퍼런스다. 스타베이시티(화성국제테마파크)와 스타필드 동서울이 다음 파이프라인이다.

5. 일본에서 확인한 개발의 본질 — 권역을 운영한다

이 보고서가 가장 공들여 풀어내는 부분이 5장이다. 도쿄권의 성장과 다핵형 도시 구조의 형성, 그리고 1991~1998년 도쿄 23구 주거지 -53%, 상업지 -73% 하락이라는 자산가격 충격 이후 일본 도시 개발의 논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추적한다. 2002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 이후 일본은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도시재생긴급정비지역을 지정했고, 도쿄에서도 주요 도심부와 교통 결절점을 중심으로 대규모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그림 74. 도쿄도 정비 에리어 지도

저자들이 길어 올리는 세 사례는 다이마루유·시부야 스트림·아자부다이 힐즈다. 세 사례가 공통으로 가리키는 결론은 한 줄이다. 건물이 아니라 권역을 운영한다.

(1) 다이마루유(大丸有) — 100년 CBD의 권역 단위 재편

다이마루유는 오테마치(大手町)·마루노우치(丸の内)·유라쿠초(有楽町)를 묶은 일본 대표 CBD다. 100년 이상 일본 기업의 본사 기능이 집적된 지역이었지만, 1990년대 이후 기존 오피스 중심 기능만으로는 글로벌 도시 간 경쟁·오피스 수요 변화·보행환경 개선 요구에 대응하기 어려워졌다.

그림 81. 다이마루유의 주요 권역 — 오테마치·마루노우치·유라쿠초

핵심 주체는 미쓰비시지쇼였다. 1988년 지역 토지소유자들의 재개발 협의회 설립 → 1996년 도쿄도·지요다구·JR동일본 등이 참여하는 개발 자문위원회 → 2002년 지구계획 수립을 거쳐, 1990년대 후반 이후 마루노우치 빌딩(2002), 도쿄빌딩(2005), 신마루노우치 빌딩(2007) 등이 순차적으로 재건축됐다.

공공의 역할도 명확히 분담됐다. 도쿄도·지요다구는 지구계획·도시재생 관련 특례·용적률 완화 등 도시계획 수단을 통해 권역 단위 고밀 개발을 지원하고, 대신 민간은 공개공지·보행공간·지하 광장·지하 보행로·저층부 상업·문화시설·거리환경 개선을 제공했다. 고밀 개발의 이익을 민간이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라, 민간의 사업성과 공공공간 개선을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상징적 장치는 도쿄역 마루노우치 역사 보존·복원과 연계된 용적이전이었다. 도쿄역은 역사적 건축물로 보존 필요성이 컸지만 그 자체로 고밀 개발을 하기 어려웠고, 사용하지 못한 용적을 주변 개발지로 이전하는 방식이 활용됐다.

성과는 권역 운영 구조에서 확인된다. 도쿄역 2024년도 JR동일본 기준 하루 평균 승차 인원 43.5만 명, 도쿄메트로 기준 하루 평균 19.9만 명. 치요다구 오피스 공실률은 2004년 3월 7.54%에서 2008년 1월 1.35%까지 하락했고, 평균 임대료는 2005년 7월 18,268엔/평에서 2008년 6월 24,077엔/평까지 상승했다. 2026년 3월 기준 치요다구 공실률은 1.35%, 평균 임대료는 24,168엔/평으로 회복돼 있다. 외부 사이클의 흔들림을 겪더라도 장기적으로 회복력이 높다는 신호다.

(2) 시부야 스트림 — 광역 교통망 연계 재생

시부야 스트림은 시부야역 남측에 위치한 복합개발 프로젝트로, 광역철도망 재편과 유휴 철도부지 활용이 결합된 도시재생 사례다. 직접적 계기는 2013년 3월 도큐 도요코선과 도쿄메트로 후쿠토신선의 상호직통 운행이었다. 이 과정에서 도요코선 시부야역이 지하화됐고, 기존 지상부 플랫폼과 선로 부지가 더 이상 철도시설로 쓰이지 않게 됐다.

이 유휴화된 철도부지가 시부야역 남측 개발의 핵심 부지로 전환되면서, 철도망 재편은 교통 개선을 넘어 새로운 도시공간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됐다. 핵심 주체는 도큐 그룹. 시부야를 기반으로 철도·부동산·상업·호텔·생활서비스를 함께 운영해 온 사업자이고, 따라서 시부야에서 도큐의 역할은 철도 이용자 흐름, 역세권 보행동선, 상업시설 배치, 업무 수요 유치, 호텔·문화 기능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 권역 운영자에 가까웠다.

지하 4층·지상 35층, 높이 약 180m, 연면적 약 11.7만㎡ 규모. 시부야구 평균 공실률은 2024년 3월 4.77%에서 2026년 3월 1.27%까지 낮아졌고, 같은 기간 평균 임대료는 23,185엔/평에서 25,047엔/평으로 상승했다.

(3) 아자부다이 힐즈 — 도심 노후지를 고밀 복합 생활권으로

도쿄의 또 다른 핵심 개발축은 롯폰기·도라노몬·아카사카·아자부다이로 이어지는 도심 남서부 권역이다. 마루노우치처럼 전통적 대기업 본사 중심 CBD라기보다는, 외국계 기업·대사관·호텔·문화시설·고급 주거·국제학교·의료·라이프스타일 기능이 혼합된 국제 생활권에 가깝다.

그림 101. 아자부다이 힐즈 건물 내부 구조

아자부다이 힐즈는 1989년 재개발 협의회 설립 → 2018년 3월 재개발 조합 설립 → 2019년 2월 권리변환계획 인가 → 2019년 8월 착공 → 2023년 11월 준공 순으로 진행됐다. 약 34년 장기 프로젝트다. 사업 진행 중 약 300명의 권리자들과의 논의를 거쳤다.

그림 106. 아자부다이 힐즈 — 모리타워와 레지던스

부지 약 8.1ha, 총 연면적 약 86.2만㎡, 약 2.4ha의 녹지. 부지의 약 30%를 녹지와 오픈스페이스로 구성했고,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상업·문화·교육·의료 기능을 배치했다. 완전 입주 시 약 2만 명의 근무자와 약 3,500명의 거주자, 연간 약 3,000만 명의 방문객이 기대된다.

핵심 메시지가 분명히 정리된다. 복합개발의 본질은 토지를 확보해 건물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복잡한 이해관계와 도시 기능을 장기간 조정하는 과정에 있다.

6. 한국형 권역 개발의 조건 — 흩어진 자산을 묶는 제도

흥미로운 것은 한국에도 권역 개발의 원료는 이미 흩어져 있다는 관찰이다. 보고서는 주요 그룹의 서울 내 보유·사용 부동산을 지도 한 장으로 정리한다.

그림 108. 주요 그룹 사옥 빌딩 분포

다만 이 자산들은 일본의 마루노우치·시부야·롯폰기/아자부다이처럼 특정 권역 안에서 연속적으로 축적되어 하나의 도시 플랫폼을 형성했다기보다는, 그룹 본사·금융사 사옥·백화점·호텔·연구시설·업무용 건물 등으로 흩어져 존재해왔다. 여러 자산이 동일한 권역 안에서 연결되어 장기 운영형 도시자산으로 발전한 사례는 제한적이다.

이 차이는 단순히 기업의 결단 문제가 아니다. 1970년대 이후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세제 규제, 1980년대 말 토지공개념 논의, 1990년 5·8 부동산 특별대책은 기업의 대규모 토지 보유 = 투기·불로소득의 원천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제도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1990년 49개 재벌이 처분해야 할 비업무용 부동산은 5,741만 평으로 집계됐고, 1993년 3월 말까지 84.9%가 매각됐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두 가지 제도적 통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일본 참가조합원 제도 — 장기 운영자의 정비사업 참여

일본 도시 재개발에서는 원래 토지를 보유하지 않은 민간 사업자라도 사업에 참여해 자금을 부담하고, 사업 완료 후 일정한 권리를 취득할 수 있다. 이는 미쓰비시지쇼·도큐·모리빌딩 같은 민간 디벨로퍼가 복잡한 도심 재개발에 들어가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반면 한국의 정비사업은 기본적으로 토지 등 소유자와 조합 중심 등 분양목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장기 운영 역량을 가진 민간 사업자가 사업 초기부터 자본과 운영전략을 갖고 구조적으로 참여하는 장치는 제한적이다. 저자들의 제안은 명료하다. 참가 자격은 자본력·장기 운영 레퍼런스·임대운영 실적·개발 완료 후 일정 기간 보유 의무 등을 갖춘 사업자로 제한해, 단기 분양수익 목적의 소규모 시행사 난립을 막아야 한다.

둘째: 프로젝트리츠 — 자본시장형 개발 구조

또 하나의 방안은 자산의 성격에 맞는 자본시장형 개발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다. 오피스·상업시설·호텔·임대주택·생활SOC처럼 준공 이후 임대수익이 중요한 자산은 배당수익과 장기 보유를 전제로 한 구조가 더 적합하다.

그림 113. 프로젝트리츠 구조

기존 PFV·PF 중심의 개발 구조에서는 사업의 핵심이 분양성과 차입상환에 놓인다. 시행사는 제한된 자기자본으로 토지를 확보하고, 브릿지론과 본PF를 통해 사업을 진행한 뒤, 분양대금이나 자산 매각대금으로 차입을 상환한다. 준공 이후 자산을 장기간 보유하며 임대수익과 운영가치를 키우기보다는, 개발 완료 후 빠르게 회수하는 것이 합리적인 구조다.

프로젝트리츠는 개발 단계부터 리츠 구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다. 설립신고가 수리되면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한 투자와 운용, 현물출자, 차입과 사채발행이 가능하고, 개발 및 안정화 단계에서는 일반 리츠보다 공모와 주식분산 부담이 완화된다. 토지소유자에게 단순 매각 외의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이 실질적 장점이다.

준공 전에는 토지와 자본을 묶고, 준공 이후에는 운영형 자산으로 전환해 배당수익과 자산가치 상승을 공유하게 한다. 저자들의 결론은 두 제도를 결합해야 한다는 쪽이다. 참가조합원형 제도가 장기 운영자를 정비사업 안으로 들이는 통로라면, 프로젝트리츠는 흩어진 토지와 기업 자산을 자본시장형 개발 구조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

세 가지가 마음에 남는다.

첫째, 공실률을 기능 다중성으로 분해해 본 데이터. 한 권역의 기능 가짓수가 줄어들수록 공실률이 비선형적으로 빠르게 증가한다는 한국 데이터는, 복합개발의 이론적 정당화를 떠나 이미 그 방향으로 시장이 답을 내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단일 기능 상권(주로 유흥)이 가장 빠르게 비고, 4중 이상 복합 기능 상권은 안정 혹은 감소. 신촌·이태원·동대문이 비어가는 현상의 한 갈래가 여기에 있다.

둘째, 34년 프로젝트라는 시간 단위. 아자부다이 힐즈는 1989년 협의회에서 시작해 2023년 준공까지 34년이 걸렸다. 약 300명의 권리자와의 협상이 그 중심에 있었다. 한국에서 권역 개발을 이야기할 때 제도적 통로가 핵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30년 단위의 협상과 운영을 견딜 수 있는 사업 주체와 자본 구조가 갖춰지지 않으면, 권역 개발은 시작하기도 전에 분해된다.

셋째, 공공-민간 교환 방식의 정교함. 다이마루유 사례에서 공공은 용적률·도시계획 유연성을 제공하고, 민간은 보행공간·공개공지·지하광장·지하보로·저층부 상업·문화시설·거리환경 개선을 제공한다. 고밀 개발의 이익을 민간이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라 민간의 사업성과 공공공간 개선을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 이 교환 방정식이 사회적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지가, 제도 도입의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한 가지 짚어 둘 것

보고서가 일본 사례에 무게를 두는 만큼, 일본 모델의 그늘에 대한 언급은 비교적 절제되어 있다. 도쿄 도심부 부동산 가격 급등, 도심부 거주 비용의 누진적 상승, 외국계·고소득 가구 중심 권역의 도시 양극화, 이런 부수효과는 한국형 권역 복합개발이 본격화될 경우에도 같은 질문으로 돌아온다. 보고서가 결론부에서 짚는 참가 자격 엄격화·일반 분양분 가격·공공기여·장기 보유 의무의 설계 방향이, 정확히 이 그늘의 입구를 좁히는 장치에 해당한다.

출처

발행: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 2026-06-08 저자: 남성현(유통/음식료/지주), 조정현(건설/부동산) 원문: IBKS 유통/부동산 ESG In-Depth 「도쿄에서 본 서울의 미래」 (110p)

본문 인용 이미지는 보고서에서 직접 캡처한 것으로, 출처는 모두 IBK투자증권 리서치(원자료 일부는 서울도시공간포털·2040 서울플랜·일본 내각부·미키쇼지·도쿄메트로·국토교통성·모리빌딩·Google Map·OpenAI ChatGPT 가공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