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터키 인디 개발자 MrAente가 2026년 6월 Steam Next Fest(SNF)의 동시접속 상위 게임들을 분석한 뒤 “SNF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기술적으로 행사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데모 하나 올려두면 터진다는 시대는 지났다는 진단이다.
- 핵심 논지는 두 가지다. 행사에 들어가기 전 이미 모멘텀(위시리스트, 외부 트래픽)을 갖춘 게임만 큰 수확을 가져가고, Top 50 밖이면 사실상 의미가 없다. 빈익빈 부익부 구조가 자리 잡았다.
- 같은 진단을 Chris Zukowski(데이터), GameDiscoverCo(데모 수 폭증), 그리고 여러 개별 개발자(포스트모템)가 독립적으로 확인한다. SNF는 발견 도구가 아니라 이미 가진 모멘텀의 증폭기로 재정의됐다.
“그 기차는 떠났다”
발단은 MrAente의 트윗 타래다. 그는 2026년 6월 SNF 기간 동안 동시접속(CCU) 상위 25개 데모를 추려 퍼블리셔, 스튜디오 규모, 제작 기간, 예산 티어별로 태그를 달았다.
상위 25개 데모를 예산 티어별로 색칠한 차트. 1위 BOMBANANA!(31,660 CCU)를 빼면 대부분 III~AA 이상 규모이며, 순수 인디(연두색)는 상위권에서 빠르게 줄어든다. 출처: MrAente
그의 핵심 주장은 이렇다. 이 목록에는 바이럴 히트를 친 게임이나 이미 좋은 흐름을 타고 들어온 게임, 혹은 행사 중 좋은 영상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는 게임만 남는다. 그저 데모를 올려둔 인디는 한 자리도 없다.
자기 게임 이야기를 근거로 든다. 직전 SNF에 참가했을 때 행사 시작 전 위시리스트 3만 개를 넘겼고, Top 50 안에서 마무리해 행사 도중 가시성과 행사 후 Valve의 Top 50 리스트라는 두 번째 노출까지 노렸다. 결과는 90위권. 위시리스트는 8천 개 안팎을 얻는 데 그쳤고(목표는 최소 2~3만 개), Top 50 밖으로 밀린 순간 그 기차는 떠났다.
이제는 3만도 아니고 4만 위시리스트로도 SNF가 당신을 ‘눈에 띌 만큼’ 밀어주는 자리인 Top 50에 들지 못할 수 있다. (운 좋게 약한 인디들만 들어온 회차라면 달라질 수 있지만, 거기에 기대선 안 된다.)
그가 제시한 숫자들
협동·시뮬레이션 게임에 강한 퍼블리셔 Polden의 CEO Kirill Oreshkin이 공유한 SNF 전후 위시리스트 변화다.
| 게임 | SNF 전 | SNF 후 |
|---|---|---|
| Static Dread: The Submarine | 24,836 | 29,859 |
| Meowgic | 92,814 | 97,777 |
| Project: Doors | 78,754 | 104,664 |
| Cheat Death | 7,285 | 8,775 |
| Iron Frontier | 11,074 | 12,414 |
Project: Doors가 유일하게 크게 뛰었지만, Kirill은 이렇게 단서를 달았다.
Please note that, for all of these games, Next Fest essentially didn’t provide anything particularly significant. Yes, Project Doors performed reasonably well, but we deliberately planned and coordinated a separate marketing push for it in advance because a new type of door had been added.
즉 SNF가 만든 성과가 아니라 사전에 준비한 별도 마케팅이 만든 모멘텀이다. MrAente의 결론은 분명하다. SNF 전과 도중에 외부 트래픽을 끌어오지 못하거나, 이미 “이건 됐다” 싶을 만큼 위시리스트를 모으지 못했다면 그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 Top 50에 든 게임들의 위시리스트 수확은 차원이 다르다. Bombanana 23만+, Iron Nest: Heavy Turret Simulator 약 20만, Mistfall Hunter 약 15만, ReStory: Chill Electronics 약 10만, Nightwater 약 7만 5천. 결국 단물은 상위 25~50위가 거의 다 가져간다.
상위 50개 데모에서 가장 많이 쓰인 태그. Co-op(13), Multiplayer(11)가 압도적이다. 이미 알고리즘과 시청자가 좋아하는 형태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출처: MrAente
데이터가 말하는 것
MrAente의 직관을 데이터로 가장 분명하게 받쳐주는 사람은 How To Market A Game의 Chris Zukowski다. 그는 회차마다 참가 게임을 서베이해 위시리스트 분포를 추적한다.
2024년 10월 SNF 분석에서 그는 알고리즘 개편의 효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Yes, games underperformed compared to previous Next Fests. And, it seems the biggest reduction in visibility was towards top-performing games. Basically, the new algorithm effectively lowered the maximum potential visibility while maintaining the minimum.
상한선이 내려갔다는 뜻이다. 2022년 10월 서베이에서는 7개 게임이 위시리스트 2만 개를 넘겼지만, 2024년 10월에는 단 한 개도 그 선을 넘지 못했다. 70th percentile 위시리스트는 같은 기간 17,518개에서 2,205개로 약 87% 무너졌다.
| 지표 | Oct 2022 | Oct 2024 |
|---|---|---|
| 참가 게임 수 | 673개 | 약 3,000개 |
| 70th percentile 위시리스트 | 17,518 | 2,205 |
| 중앙값 위시리스트 | 5,077 | 1,864 |
| 위시리스트 2만+ 달성 게임 | 7개 | 0개 |
2026년 2월 SNF 분석에서는 수치가 한번 폭락했다 회복했지만 평범한 게임의 몫은 제자리라고 봤다. 그가 내놓은 어림 기준은 이렇다.
1,000 wishlists or less if your marketing is struggling. 2,000-3,000 wishlists for middle class games… 15,000 wishlists for the big boys who are at the top of their game. 30,000-45,000 wishlists for the breakout hits that ‘win’ next fest. (don’t bet on doing this)
가장 중요한 발견은 상관관계다. SNF에서 얻는 위시리스트와 가장 강하게 묶이는 변수는 행사 전에 이미 쌓아둔 위시리스트 총량이었다(Spearman r = 0.825). 1 Chris Zukowski, “Benchmarks: How Many Wishlists Can I get From Steam Next Fest”, How To Market A Game.
In short, bigger games enter the event with more momentum and leave with even more.
| 진입 전 보유 위시리스트 | SNF 중 획득 중앙값 |
|---|---|
| 0~999 (n=71) | 322 |
| 1,000~9,999 (n=60) | 1,006 |
| 10,000~99,999 (n=36) | 5,215 |
| 100,000+ (n=7) | 12,882 |
행사 전 보유 위시리스트가 많을수록 SNF에서 더 많이 가져간다. 0~999 구간은 중앙값 322개에 그치지만 10만+ 구간은 12,882개. 데이터: How To Market A Game
차갑게 진입한 게임이 95th percentile로 올라갈 확률은 한 메타 분석의 표현을 빌리면 약 20분의 1이다. 그 글의 한 문장이 MrAente의 진단과 정확히 겹친다.
The festival rewards momentum you bring with you. It does not manufacture it.
행사는 왜 포화됐나
GameDiscoverCo의 Simon Carless는 참가 데모 수의 폭증을 회차마다 집계해 왔다. 2 Simon Carless, GameDiscoverCo: “Which games hit big in Steam’s Oct. 2024 Next Fest?”, “Who ‘won’ June 2026’s Steam Next Fest?”. 숫자만 늘어놓아도 포화가 보인다.
| 시기 | 데모 수(근사) |
|---|---|
| June 2023 | 약 900 |
| June 2024 | 약 1,800 |
| October 2024 | 약 3,000 |
| June 2025 | 2,600+ |
| October 2025 | 약 2,960 |
| February 2026 | 3,500+ |
| June 2026 | 4,300+ (등록 기준 8,700) |
참가 데모 수는 회차마다 사상 최대를 갱신해 왔다. 같은 노출 공간을 두고 경쟁하는 게임만 늘었다. 데이터: GameDiscoverCo
3년 만에 4~5배다. Carless는 이 폭증의 이유를 대형 개발사들의 인식 변화에서 찾는다.
Our impression is that this is because devs — and increasingly larger ones — are understanding that putting a demo in Next Fest is a necessary and helpful ‘marketing beat’ for discovery, rather than ’let’s get people to try our game, to see if they want to buy it’. (That’s the archaic view of demos.)
데모를 “사서 볼지 체험시키는 자리"가 아니라 “마케팅 비트"로 쓴다는 관찰이다. 이미 팬을 가진 팀이 증폭기로 쓰는 자리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AI 생성 게임의 범람이 겹친다. 2026년 6월 SNF 등록 8,700개 데모 중 약 1,704개(19.5%)가 생성형 AI 사용을 공개했다. 2025년 10월에도 2,960개 중 507개(17%)였다. Kotaku 취재에서 한 플레이어는 발견성의 역설을 이렇게 짚었다.
These last few fests I’ve just had to sort by popularity. But I feel like that defeats the purpose of these events if all I’m doing is ‘finding’ the stuff that I would’ve heard about anyway. It’s just too exhausting to filter through.
AI 슬롭을 피하려 인기순으로 정렬하면, 그 순간 SNF의 본래 목적인 “작은 인디 발견"은 무너진다. MrAente가 “마른 군중이 바늘과 hidden gem 찾기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한 대목과 같은 이야기다.
이 군비경쟁의 구조는 일찍이 Tactical Breach Wizards의 Tom Francis가 한 인터뷰에서 짚었다.
There’s always this weird arms race with Steam developers where they come up with algorithms and systems and metrics that they believe will detect which games are organic and doing well… And then the more developers do that, and focus on it, the less of a good metric that turns out to be for organic reach.
개별 개발자들의 회고
데이터 바깥에서, 직접 참가한 개발자들의 포스트모템도 같은 결론에 닿는다.
- Bramble Royale (Eric Farraro, 2025.04): 4년 개발한 덱빌더. SNF 직전 위시리스트 2,500~3,000에서 4,500으로 소폭 늘었을 뿐 동종 게임군 대비 크게 저조했다. “Next Fest is a good multiplier for a game that has achieved product market fit, but won’t save a game that isn’t able to generate sustained interest on its own.”
- Gravity Storm (Jampley, 2025.06): 유튜버 섭외, 디스코드 10곳 홍보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지만 236에서 464로 끝났다. 목표의 절반.
- Tamzin Twins (Funner Games, 2026.05): “Valve won’t market anybody’s game for them.” 기대 100, 실제 134 획득.
- Cellscape (Kate Solbakk, 2026.03): Reddit이 심어준 비현실적 기대를 경계하라고 적었다. “I saw a few too many Reddit posts that gave unrealistic expectations for what Next Fest could offer.”
공통점은 셋이다. SNF는 모멘텀의 증폭기이지 발견 도구가 아니다. Top 50 밖이면 곡선이 지수적으로 꺾인다. 외부 트래픽 없이는 알고리즘이 3일째부터 노출을 거둬간다.
MrAente의 권고
그의 타래는 다음 정리로 끝난다.
- SNF는 당신의 구원자도, 록스타가 되는 자리도 아니다.
-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 길을 와 있어야 한다.
- SNF 참가는 늘 필수지만, 위시리스트 획득의 1차 소스가 아니라 피드백/테스트 공간으로 봐야 한다. 기술적으로 좋은 데모를 좋은 게임으로 바꾸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충분한 위시리스트(최소 4~6만)를 쌓고 들어왔다면 과정을 바짝 따라가라. 1일차, 2일차 패치를 내라. 3일째부터는 karma가 아니라 personalized 알고리즘에 들어가 진짜 관심 있는 플레이어가 온다. 그 트래픽이 오기 전까지 데모에 고칠 게 있으면 자지도 먹지도 말고 패치를 내라.
그리고 마지막 문장.
이제는 아주 좋은 소셜 미디어나 아주 좋은 퍼블리셔가 지난 3년에 비해 훨씬 더 중요해진 것처럼 보인다. 그게 없으면 이 ‘visibility contest’에서 존재하기는 매우 어렵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
내가 가장 눈여겨본 지점은 “발견성의 역설"이다. SNF는 묻혀 있던 작은 게임을 발견시키려고 만든 행사다. 그런데 데모가 4~5배로 불고 그중 5분의 1이 AI 슬롭이 되자, 플레이어는 살아남기 위해 인기순 정렬을 택한다. 그 순간 발견되는 건 이미 유명한 게임뿐이다. 도구가 자기 목적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구조다.
MrAente의 “끝났다"는 선언이 과장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Zukowski의 상관계수 0.825, GameDiscoverCo의 데모 수 곡선, 개발자들의 포스트모템이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행사가 사라진 게 아니라, 행사의 의미가 “발견"에서 “이미 가진 것의 증폭"으로 옮겨갔다. 들어가기 전에 이긴 게임만 이기는 자리가 됐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