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조선일보 칼럼이 루마니아의 94% 자가보유율을 한국 주택정책의 경고 사례로 인용했다. 핵심 수치는 Eurostat으로 검증되지만, 논거로 쓴 오스왈드 가설은 학계에서 논쟁 중이고 한국과의 비유는 과장이다.1
- 그러나 칼럼이 건드린 메커니즘 자체 — 극단적 자가보유율이 임대시장을 소멸시키고, 그 빈자리를 국가 재정으로 메울 수 없는 구조적 함정 — 는 세계은행과 체제전환국 연구에서 실증적으로 잘 문서화되어 있다.
- 교훈은 “집을 많이 갖지 마라"가 아니라, 소유와 임대의 균형이 무너지면 되돌리기가 극히 어렵다는 것이다.
발단: 조선일보 칼럼의 주장
손진석 기자의 [동서남북] 칼럼(2026.05.14)은 다음 논리를 전개한다:
루마니아는 자가보유율 94%로 EU 1위인데, 주거 과밀·임대시장 소멸·인력 유출에 시달린다. 영국 워릭대 오스왈드 교수는 1주택자 비율이 높을수록 실업률이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한국 정부의 ‘1주택 실거주’ 압박이 이런 방향으로 시장을 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팩트는 대체로 맞고, 핵심 메커니즘은 흥미롭지만, 논거 구성에 문제가 있다.
팩트 체크: 칼럼의 숫자는 맞는가
| 주장 | 검증 |
|---|---|
| 루마니아 자가보유율 94%, EU 1위 | 맞다. Eurostat 2024 기준 94.4%. 슬로바키아(94.1%)와 함께 최상위2 |
| 주거 과밀도 40.7%, EU 평균 16.9%의 2.4배 | 맞다. Eurostat 2024 수치와 정확히 일치 |
| 민간 임대 거주 비율 1.3% | 합리적. EU-SILC 데이터에서 루마니아 시장임대 비율은 극히 낮음 |
| 루마니아인 약 20%(400만명) 해외 거주 | 대략 맞다. 유럽의 대표적 인력 유출국 |
| 차우셰스쿠 시대 국가가 아파트 70% 소유 | 과장 가능성. EU 법률 연구에 따르면 1990년 국가 소유 비율은 32.7%. 도시 아파트에 한정하면 더 높았을 수 있으나 70%는 출처에 따라 다름 |
| 독일 47%, 스위스 42% | 대략 맞으나 약간 오래된 수치. Eurostat 2024 기준 독일 52.3% |
숫자 자체는 대부분 정확하다. 문제는 이 숫자들을 엮는 논리에 있다.
오스왈드 가설 — 칼럼이 말하지 않는 것
칼럼은 앤드루 오스왈드의 이론을 확립된 사실처럼 제시하지만, 학계에서는 상당히 논쟁적인 가설이다.
오스왈드가 말한 것
오스왈드는 1996년 워킹페이퍼에서 자가보유율과 실업률 사이의 양(+)의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자가보유율이 10%p 오르면 실업률이 약 2%p 오른다는 추정이다.3 이론적 채널은 세 가지:
- 노동 이동성 저하 — 집을 소유한 사람은 더 나은 일자리가 있어도 이사하기 어렵다
- 통근시간 증가 — 이사 대신 먼 거리를 통근하므로 혼잡 비용이 늘어난다
- 신규 창업 감소 — 주거 고정성이 지역 간 자원 재배치를 막는다
2013년에 Blanchflower와 공저로 미국 주(州) 단위 50년 장기 데이터를 분석해 이 패턴을 재확인했다.4
반박 연구들
그러나 이후 미시 데이터를 사용한 후속 연구 대다수가 오스왈드의 결론과 반대되는 결과를 내놓았다:
- Green & Hendershott (2001): 개인 단위로 추적하면 자가보유자의 재취업 지연 효과는 오스왈드 주장의 1/10 수준에 불과5
- Munch, Rosholm & Svarer (덴마크): 자가보유자가 지역 내 일자리 전환율이 더 높아, 이동성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음 — 자가보유가 실업을 오히려 줄인다
- De Graaff & Van Leuvensteijn (EU 14개국), Brunet 외 (프랑스/미국): 자가보유자가 실직 시 더 빨리 재취업 — 오스왈드와 정반대
- Coulson & Fisher (2009): 임금 협상 방식과 기업 진입 조건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며, 어떤 모델도 데이터를 잘 설명하지 못함
Metropolitics(2011)의 종합 리뷰는 이렇게 결론 짓는다6: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해서는 안 되며, 최근 연구들은 이 이론을 반박하는 방향으로 수렴한다. (…) 자가보유와 고용 사이에 부정적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는 없다.
오스왈드 본인도 자신의 연구를 “conjecture(추측)"이라 불렀고, 결론부에서 “exploratory rather than definitive(탐색적이지 결정적이지 않다)"고 밝혔다는 점을 칼럼은 언급하지 않는다.
진짜 흥미로운 메커니즘: 민영화 덫(Privatization Trap)
오스왈드 가설의 진위와 별개로, 칼럼이 건드린 구조적 메커니즘 자체는 독립적으로 성립한다. 세계은행(2006)이 루마니아를 포함한 6개 체제전환국(아르메니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러시아, 세르비아)을 연구한 보고서가 이 메커니즘을 명시적으로 모델링했다.7
자기강화 악순환
핵심은 한번 임대시장이 소멸하면 되돌리기가 극히 어렵다는 것이다:
1단계: 대량 헐값 민영화 → 공공임대 재고가 잔존 수준으로 소멸한다. 루마니아에서는 Law 61/1990과 Law 85/1992에 의해 공공주택 입주자들이 헐값에 집을 사들였다.
2단계: 임대 공급자가 사라진다. 거의 모든 가구가 1주택 실거주자가 되면, 민간 임대용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극소수가 된다. 세입자 풀도 극히 작아(1.3%) 임대 사업 자체가 시장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3단계: 신규 가구가 갈 곳이 없다. 민영화 혜택을 받지 못한 후속 세대 — 젊은이, 이주 노동자, 빈곤층 — 는 공식 임대시장에서 집을 찾을 수 없다. 선택지는 세 가지뿐이다:
- 비공식 임대(무계약, 불안정, 높은 비공식 임대료)
- 부모 집에 묶여 살기
- 해외 이탈
4단계: 건설시장이 소유 목적에만 집중한다. 임대 수요자 풀이 작으니 임대용 건설에 투자할 유인이 없다. 신규 공급은 전부 분양용. 악순환이 고착된다.
왜 국가가 이 빈자리를 메울 수 없는가
세계은행 보고서의 핵심 문장:
Whatever the ultimate policy design, public housing budgets in the studied countries are far too small to comprehensively resolve the problems of the rental sector through subsidies.
이유는 세 가지다:
재원의 절대 부족. 한번 헐값에 매각한 공공주택 재고를 국가 예산으로 다시 쌓는 건, 물건을 90% 할인에 팔아놓고 정가에 되사는 것과 같다. 체코 연구에서는 이를 “privatization trap”이라 명명했다 — 한번 시작된 헐값 매각은 정치적으로 멈출 수가 없고, 멈춘 뒤에도 되돌리는 비용이 원래 자산가치보다 크다.8
정치적 경로 의존성. 자가보유율 94%는 유권자의 94%가 집주인이라는 뜻이다. 이 유권자들은 임대시장 활성화나 공공임대 확대를 지지할 유인이 없다. 세계은행: “Rent reforms face strong political resistance from privatized tenant-owners.”
민간 임대 투자의 구조적 부재. 임대 수요자 풀이 너무 작아 투자 수익 예측이 어렵고, 세입자 보호 법제·분쟁 해결 시스템·임대 관리 산업이 발달할 기반 자체가 없다. 있는 임대마저 비공식(무계약, 탈세)으로 운영되어 제도적 투자자가 진입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높다.
세계은행은 이 상황을 이렇게 요약한다:
Governments are increasingly recognizing that sustainable homeownership for all is neither financially and fiscally possible, nor desirable for all household groups and life-cycle stages.
한국과의 비유는 어디까지 성립하는가
칼럼의 “한국이 루마니아화된다"는 비유는 과장이다.
| 루마니아 | 한국 | |
|---|---|---|
| 자가보유율 | 94% | ~56% |
| 1인당 GDP | ~$18,000 | ~$35,000 |
| 임대시장 | 사실상 소멸 | 전세/월세 대규모 활성 |
| 공공임대 비중 | ~2% (잔존) | ~8~9% (확대 중) |
| 핵심 문제 | 공산정권 유산 + 빈곤 | 투기 과열 + 가격 급등 |
한국의 자가보유율은 EU 평균(68%)보다도 낮고, 전세라는 독특한 임대 시스템이 있어 구조 자체가 다르다.
그러나 메커니즘의 방향성에서는 배울 것이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매물이 잠기고, 갭투자 규제로 임대 목적 매수가 위축되고, 전세 사기 이후 규제 강화로 임대 사업 리스크가 높아지면 — 자가보유율이 94%가 아니더라도 임대 공급이 경직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독일·스위스가 낮은 자가보유율에서도 잘 돌아가는 이유는 “집이 없어서"가 아니라, 민간 임대가 매력적인 투자처이자 안정적인 주거 형태로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
루마니아의 교훈은 “집을 많이 소유하면 안 된다"가 아니다. 소유와 임대의 균형이 한번 무너지면 되돌리기가 구조적으로 극히 어렵다는 것이다.
국가가 임대 공급을 떠맡으려 해도 재원이 부족하고, 민간이 임대시장을 만들려 해도 제도적 기반이 없고, 유권자 다수가 현상 유지를 원하니 정치적으로도 막힌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면 함정에서 빠져나올 경로가 사실상 없다.
한국에 이 프레임을 적용한다면, 질문은 “자가보유율을 올려야 하는가 내려야 하는가"가 아니라 “임대시장이 자생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조건을 유지하고 있는가”가 되어야 한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만 보는 시각은, 그들이 동시에 임대 공급자라는 사실을 놓친다.
출처
발단이 된 조선일보 칼럼은 본문 도입부에서 직접 인용한다. 학술·정책 자료의 출처는 본문 각주로 옮겨 두었다.
손진석, “[동서남북] 자가 보유율 94% 루마니아, 왜 주거지옥일까”, 조선일보, 2026.05.14 원문: https://www.chosun.com/opinion/dongseonambuk/2026/05/14/XOHW56DMK5H3PMIBLWSUAV2QXY/ ↩︎
Eurostat, “Living conditions in Europe — housing”, 2024 EU-SILC data ↩︎
Oswald, A.J., “A Conjecture on the Explanation for High Unemployment in the Industrialized Nations: Part I”, University of Warwick Working Paper #475, 1996 ↩︎
Blanchflower, D.G. & Oswald, A.J., “Does High Home-Ownership Impair the Labor Market?”, NBER Working Paper No. 19079, 2013 ↩︎
Green, R.K. & Hendershott, P.H., “Home Ownership and the Duration of Unemployment”, NBER Conference Paper, 2001 ↩︎
Bosvieux, J. & Coloos, B., “Is rising home ownership bad for employment?”, Metropolitics, 2011 ↩︎
World Bank, “Rental Choice and Housing Policy Realignment in Transition”, Policy Research Working Paper 3884, 2006 ↩︎
Lux, M. & Sunega, P., “Public Housing in the Post-Socialist States of Central and Eastern Europe”, Housing Studies, 20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