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1.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대학(OIST) 양자기계 연구단이 전자 스핀의 양자 힘만으로 거시 물체의 기계적 진동을 유도하고 관측했다. 실험 대상 물체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1\text{ cm}$이고 질량은 $128\text{ mg}$이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발표되었다.
  2. 연구진은 외부 전력 없이 무거운 물체를 공중에 띄우는 반자성 부양 장치와 다이아몬드 내부의 질소-공공(NV) 중심을 탄소섬유 막대로 결합했다. 수직 공진 주파수인 $17.6\text{ Hz}$에 맞춰 녹색 레이저 펄스를 쏘자, 진폭 $100\text{ nm}$ 이상의 규칙적인 수직 진동이 발생했다.
  3. 이번 실험의 대상 물체는 기존 양자 스핀-기계 결합 실험의 대상보다 질량이 $10^8\sim 10^9$배(1억~10억 배) 무겁다. 연구진은 이 장치를 바탕으로 중력의 양자적 성질을 검증하고 암흑물질과 중력파를 탐지하는 초정밀 센서를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노입자에서 센티미터급 거시 물체로의 전환

전자의 양자 스핀(quantum spin)은 전자가 고유하게 지닌 각운동량으로, 원자 규모의 초소형 자석처럼 자기 모멘트를 형성한다. 외부 자기장의 세기가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영역에 전자가 놓이면 이 자기 모멘트가 자기장 기울기와 상호작용해 역학적 힘인 스핀 힘(spin force)을 발생시킨다. 지금까지 물리학계는 양자 스핀 힘으로 물체를 실제로 움직이는 실험을 수십 나노미터($10^{-9}\text{ m}$) 크기의 미시 입자에서만 수행해 왔다. 전자가 만드는 스핀 힘이 워낙 미약해서 맨눈으로 보이는 거시 물체의 무게중심을 흔들기 어려웠던 탓이다.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대학(OIST) 양자기계 연구단(Quantum Machines Unit)은 상온과 대기압 조건에서 전자 스핀 힘만으로 $1\text{ cm}$ 크기의 부양 물체를 구동하고 그 움직임을 정밀 관측했다1. 연구에는 제이슨 트왐리(Jason Twamley) 교수와 제1저자 안슈만 나야크(Anshuman Nayak), 공동저자 김대희와 실루 티안(Shilu Tian)이 참여했다. 트왐리 교수는 이번 실험이 기존의 최첨단 스핀-기계 결합 실험보다 질량 기준으로 $10^8\sim 10^9$배(1억~10억 배) 무거운 물체에서 양자 스핀 힘에 의한 고전 역학적 반응을 입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비교 항목기존 스핀-기계 결합 실험OIST 연구진의 이번 실험
접근 방식나노입자에서 출발해 질량을 늘리는 상향식거시 물체를 먼저 띄우고 양자 스핀을 결합하는 하향식
대상 물체 크기 및 질량수십 나노미터($\text{nm}$) 크기 나노입자가로와 세로가 각각 $1\text{ cm}$인 흑연판을 포함한 일체형 구조물($128\text{ mg}$)
부양 방식레이저 광학 집게(optical trap) 등영구자석 배열 위 열분해 흑연의 반자성 부양(무전원)
양자 스핀 공급원단일 또는 소수 스핀 중심단결정 다이아몬드 내부 수십억 개 질소-공공(NV) 중심 앙상블
관측된 수직 진동 진폭나노미터 미만의 미시 변위대기압에서 $100\text{ nm}$ 이상(무작위 잡음 대비 약 10배)

제1저자인 나야크 박사과정 연구원은 기존 연구에서 작은 나노입자를 광학 집게에 포획한 뒤 대상의 질량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물체가 거시 규모로 커지면 포획이 불안정해져, 대상의 질량을 더 늘리기가 매우 까다로웠다고 지적했다. OIST 연구진은 이 순서를 뒤집는 하향식(large-to-small) 전략을 썼다. 중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센티미터급 물체를 먼저 안정적으로 공중에 띄운 다음, 그 물체에 제어 가능한 양자 스핀 힘을 결합했다.

녹색 레이저 점멸 여부에 따라 부양 물체의 수직 변위가 시간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나타낸 그래프 녹색 레이저를 껐을 때와 주기적으로 켰을 때의 물체 변위를 비교한 그래프다. 주황색 선은 레이저를 껐을 때 공기 분자 충돌로 발생하는 약 ±10 nm의 무작위 브라운 운동이다. 파란색 선은 레이저를 주기적으로 켰을 때 나타나는, ±100 nm를 초과하는 규칙적인 수직 공진 진동이다. 출처: Nayak et al. (2026) / OIST

반자성 부양과 NV 다이아몬드를 결합한 3단 실험 장치

연구진이 설계한 부양 공진기(levitated resonator)는 상부 부양부, 중부 연결 및 자기 차폐부, 하부 양자 스핀 구동부의 세 영역이 하나의 일체형 구조로 연결된 형태다2. 전체 구조물의 질량은 약 $128\text{ mg}$(논문 제목에서는 $100\text{ mg}$급 공진기로 표기)이며, 수직 방향 고유 공진 주파수는 $17.6\text{ Hz}$다.

반자성 부양 흑연판과 탄소섬유 막대 및 NV 다이아몬드로 구성된 실험 장치 모식도 실험 장치 전체 모식도. 상단의 슬롯 가공 열분해 흑연판이 체커보드 자석 배열 위에 반자성으로 떠 있고, 탄소섬유 막대가 자기 차폐판을 관통해 하단의 NV 다이아몬드 시료와 연결된다. 출처: Nayak et al. (2026) / OIST

상부에는 열분해 흑연(pyrolytic graphite) 평판이 공중에 떠 있다. 평판은 가로와 세로가 각각 $10\text{ mm}$이고 두께는 $1\text{ mm}$다. 그 아래에는 네 개의 영구자석이 체커보드 형태로 극성을 번갈아 가며 배치되어 있다. 열분해 흑연은 외부 자기장을 밀어내는 반자성(diamagnetism)이 강해, 자기부상열차처럼 외부 전력 공급 없이도 자기 반발력과 중력이 평형을 이루며 안정적으로 부양 상태를 유지한다. 흑연판 위에는 작은 거울이 부착되어 있다. 상단의 광섬유 간섭계(interferometer)는 이 거울에 레이저를 쏘고 반사파를 이용해 구조물 전체의 수직 변위를 추적하며, 측정 정밀도는 피코미터($10^{-12}\text{ m}$) 수준이다3.

중부에서는 길이 $5\text{ cm}$, 지름 $0.5\text{ mm}$의 단단한 탄소섬유 막대(carbon fiber rod)가 상부 자석 배열 중앙의 구멍을 통과해 아래로 내려온다. 상부 부양 자석과 하부 스핀 제어용 자석의 자기장이 서로 간섭하면 부양 상태가 불안정해진다. 이를 막기 위해 연구진은 두 영역 사이에 두께 $4\text{ mm}$의 고투자율 철제 자기 차폐판(magnetic shielding)을 설치하고, 탄소섬유 막대만 차폐판의 작은 구멍으로 통과시켰다. 이 차폐판은 하부에서 쏘는 녹색 레이저 빛이 상부 간섭계로 새어 들어가는 현상도 함께 막아준다.

실험 장치 구성 요소주요 제원 및 물리적 조건실험 내 기능
슬롯 가공 열분해 흑연판$10\text{ mm} \times 10\text{ mm} \times 1\text{ mm}$ (전체 구조물 질량 $128\text{ mg}$)체커보드 자석 배열 위에서 무전원 반자성 부양 제공
광섬유 간섭계 및 상단 거울수직 방향 변위 측정, 공진 주파수 $17.6\text{ Hz}$ ($Q_m = 55$)부양 구조물의 미세한 수직 진동을 실시간으로 정밀 측정
탄소섬유 막대 및 자기 차폐판막대 길이 $5\text{ cm}$ (지름 $0.5\text{ mm}$), 철 차폐판 두께 $4\text{ mm}$상하부 자기장 간섭을 차단하면서 하부 스핀 힘을 상부로 전달
단결정 NV 다이아몬드 시료$3\text{ mm} \times 3\text{ mm} \times 0.5\text{ mm}$, NV 농도 $4.5\text{ ppm}$녹색 레이저 조사 시 수십억 개 전자 스핀이 정렬되어 자기력 발생
구동 레이저 및 하부 원통형 자석$532\text{ nm}$ 녹색 레이저(출력 $50\text{ mW}$), 하부 N52 영구자석강한 자기장 기울기 속에서 스핀 편극을 주기적으로 전환해 공진 구동

하부의 탄소섬유 막대 끝에는 단결정 다이아몬드 시료가 매달려 있다. 시료는 원통형 영구자석 바로 위쪽에 있으며, 가로와 세로가 각각 $3\text{ mm}$이고 두께는 $0.5\text{ mm}$다. 이 다이아몬드의 탄소 결정 격자 내부에는 질소-공공(NV, Nitrogen-Vacancy) 중심이 수십억 개 분포한다. NV 중심에서는 탄소 원자 하나가 질소(N) 원자로 치환되어 있고, 바로 옆 격자점은 비어 있다.

녹색 레이저 펄스가 유도하는 스핀 편극과 공진 진동

공동저자인 김대희 박사과정 연구원은 다이아몬드 내부의 NV 중심이 짝지어지지 않은 전자를 포획하고 있으며, 이 전자들이 스핀을 통해 제어 가능한 초소형 양자 자석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NV 중심의 전자 스핀은 상온에서도 양자 결맞음 시간(coherence time)이 매우 길어 극저온 냉각 장치 없이도 양자 상태를 조작할 수 있다.

녹색 레이저 조사 전후 NV 다이아몬드의 자기 모멘트 변화와 하향 변위 발생 원리 (a) 레이저가 꺼진 상태에서는 다이아몬드 내부 NV 중심들이 작은 열평형 자기 모멘트(파란색 짧은 화살표)만 지닌다. (b) 녹색 레이저를 쏘면 NV 중심들이 특정 스핀 상태로 편극되면서 자기 모멘트(파란색 긴 화살표)가 커지고, 하부 영구자석의 자기장 방향으로 당겨지는 힘(주황색 화살표)을 받아 아래로 $\Delta z$만큼 이동한다. 출처: Nayak et al. (2026) / OIST

구동 원리는 레이저 점멸에 따른 자기 모멘트의 주기적 변화에 기반한다. 레이저가 꺼져 있을 때 NV 중심들은 열평형 스핀 상태에 있어 전체 자기 모멘트가 작다. 이 상태에서 부양 구조물은 주변 공기 분자의 무작위 충돌로 인해 진폭 약 $\pm 10\text{ nm}$의 불규칙한 브라운 운동만 보인다.

여기에 파장 $532\text{ nm}$, 출력 $50\text{ mW}$인 녹색 레이저를 다이아몬드에 쏘면 광학 편극(optical polarization) 현상이 일어나면서 수십억 개의 NV 중심 전자 스핀이 일제히 특정 스핀 상태로 정렬된다. 정렬된 스핀들은 훨씬 큰 합성 자기 모멘트를 형성한다. 하부 원통형 자석이 만드는 강한 자기장 기울기에서는 약 $5\text{ nN}$(나노뉴턴) 규모의 스핀 힘이 자석 방향으로 작용하며, 이 힘이 다이아몬드를 아래쪽($\Delta z$)으로 끌어당긴다4.

연구진은 그네를 밀 때 고유 주기에 맞춰 힘을 가하면 흔들림이 커지는 공진 원리를 활용했다. 구조물의 수직 공진 주파수인 $17.6\text{ Hz}$에 맞춰 녹색 레이저를 구형파 펄스로 켰다 껐다 했으며, 이 진동의 주기는 약 $56.8\text{ ms}$다. 이에 따라 NV 스핀들이 광학 편극 상태와 열 이완 상태를 번갈아 나타내면서 구조물 전체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대기압 환경에서 측정된 규칙적인 수직 진동의 진폭은 $100\text{ nm}$ 이상으로, 레이저를 껐을 때의 무작위 열잡음보다 약 10배 컸다5.

실험 조건 및 대조군레이저 및 자기장 설정관측된 수직 공진 반응 ($f_0 = 17.6\text{ Hz}$)
레이저 꺼짐 (기준 열잡음)레이저 미조사, 하부 자석 유지약 $\pm 10\text{ nm}$ 수준의 무작위 대기 브라운 운동
본 실험 (대기압 스핀 공진 구동)$532\text{ nm}$ 녹색 레이저($50\text{ mW}$) 주기적 조사, 하부 자석 유지스핀 힘($>5\text{ nN}$)에 의해 진폭 $100\text{ nm}$ 이상의 규칙적 수직 진동 발생
대조 실험 1 (자석 제거)$532\text{ nm}$ 녹색 레이저($50\text{ mW}$) 주기적 조사, 하부 자석 제거자기장 기울기 소멸로 $17.6\text{ Hz}$ 공진 피크 완전 소멸
대조 실험 2 (적외선 레이저 대체)NV 편극을 유도하지 못하는 $980\text{ nm}$ 레이저($50\text{ mW}$) 조사광열 효과만으로는 구동되지 않아 $17.6\text{ Hz}$ 공진 피크 소멸
저진공 환경 구동공기 감쇠를 줄인 진공 챔버 내부에서 동일 녹색 레이저 구동수직 공진 진폭이 약 $1.5\text{ }\mu\text{m}$($1,500\text{ nm}$)까지 증폭

가장 흥미로운 지점

이번 실험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무거운 물체의 부양과 미세한 양자 스핀 제어를 물리적으로 분리한 뒤 한데 묶은 방식이다. 기존 연구들은 나노입자의 질량을 조금씩 늘리며 양자 상태를 유지하려다가 포획 안정성 문제에 부딪혔다. OIST 연구진은 $128\text{ mg}$짜리 거시 물체를 반자성 부양으로 먼저 띄워 중력과 평형을 이루게 했고, 길이 $5\text{ cm}$의 탄소섬유 막대로 상부 흑연판과 하부 NV 다이아몬드를 직결했다. 상온에서 작동하는 수십억 개 NV 스핀은 $5\text{ nN}$의 집단적인 힘을 내고, 고유 진동수($17.6\text{ Hz}$)에 맞춘 레이저 공진이 이 힘을 증폭해 원자 수준의 전자 스핀 변화를 센티미터급 물체의 $100\text{ nm}$ 수직 진동으로 바꾸어 놓았다.

다음 단계는 진공도를 높여 공기 저항을 없애고 극저온 냉각과 마이크로파 스핀 제어를 결합하는 작업이다. 연구진은 공진 품질 계수($Q_m$)를 높이면 거시 물체를 공간적 양자 중첩 상태에 두거나 중력의 양자적 성질을 검증하는 실험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트왐리 교수도 진공도와 장치 정밀도를 한층 개선하면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을 센티미터급 실제 물체로 구현할 수 있으며, 암흑물질과 중력파를 찾는 초고감도 양자 센서 개발에도 이 구조가 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1. 보도자료의 핵심 수치를 구체화하고 본문과 각주의 상세 제원을 확인하기 위해, 원문 논문인 Anshuman Nayak et al., “Spin-force from a Nitrogen-Vacancy ensemble drives a 100 mg levitated resonator”, Science Advances 12, eaeh0566 (2026) 및 arXiv 프리프린트(arXiv:2605.17750v1)를 함께 참조했다. ↩︎

  2. 논문 2.1절에 따르면 부양 구조물은 상부 열분해 흑연판, 중부 탄소섬유 막대, 하부 단결정 다이아몬드를 결합한 것이다. 흑연판의 크기는 $10\text{ mm} \times 10\text{ mm} \times 1\text{ mm}$이고, 막대는 길이 $5\text{ cm}$에 지름 $0.5\text{ mm}$다. 다이아몬드의 크기는 $3\text{ mm} \times 3\text{ mm} \times 0.5\text{ mm}$이며, 구조물의 총질량은 $128\text{ mg}$이다. 상온($300\text{ K}$)과 대기압에서 수직 공진 주파수는 $f_0 = 17.6\text{ Hz}$이고, 기계적 품질 계수는 $Q_m = 55$다. ↩︎

  3. 열분해 흑연판이 자석 위에서 진동하면 도체 내부에 와전류(eddy current)가 유도되고, 이 전류가 움직임을 감쇠시킨다. 연구진은 펨토초 레이저로 흑연판에 미세한 슬롯 패턴을 가공해 와전류로 인한 감쇠를 억제했다. ↩︎

  4. 논문 2.3절과 그림 3B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내부의 NV 중심 농도는 $4.5\text{ ppm}$이다. 파장 $532\text{ nm}$인 녹색 레이저의 출력을 $10\text{ mW}$에서 $50\text{ mW}$까지 높이면 스핀 힘 변화량($\Delta F$)이 비선형적으로 증가한다. 출력이 $50\text{ mW}$일 때 변화량은 $5\text{ nN}$ 이상이다. ↩︎

  5. 연구진은 관측된 진동이 레이저 가열에 의한 광영동(photophoresis) 효과나 다이아몬드 내부 불순물의 자성 때문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대조 실험(논문 2.4~2.5절)을 수행했다. 본 실험에서는 $17.6\text{ Hz}$의 전력 스펙트럼 밀도(PSD) 공진 피크가 배경 열잡음보다 4자릿수(1만 배)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하부 영구자석을 제거하면 이 피크가 완전히 사라졌다. NV 스핀을 편극시키지 못하는 $980\text{ nm}$ 적외선 레이저를 동일한 출력인 $50\text{ mW}$로 조사했을 때도 피크가 완전히 사라졌다. 또한 저진공 환경에서는 공진 진폭이 약 $1.5\text{ }\mu\text{m}$까지 증가했으며, 향후 고진공($Q_m \sim 10^5$) 복합 반자성 공진기를 적용하면 $100\text{ }\mu\text{m}$ 수준의 변위도 가능할 것으로 계산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