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X 사용자 Nekizlab(@nekizlab)은 ‘중학생이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HTML5 게임 품평회’에서 출품작 심사를 도왔다. 중학교 2학년 한 반 40명이 제미나이에게 주문해 만든 게임을 모두 살펴본 뒤, 2026년 10월 11일 밤 X에 타래를 올렸다.
- 출품작의 태반은 3매치 퍼즐이었고, 프롬프트 대부분은 “뭐뭐 게임 같은 걸 만들어 달라"는 한 줄이었다. 그는 세 편을 우승 후보로 꼽았다. 실수로 실시간 전략 게임(RTS)을 다시 발명한 작품, 이미 있는 보드게임을 모른 채 새로 만든 판타지 게임, 규칙과 점수 공식을 꼼꼼히 적은 퍼즐이다.
- “중학생도 바이브 코딩으로 앱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적인 주장과 달리, 그는 실제로 해내는 사람이 세 부류 정도뿐이라고 결론지었다. 그가 쓴 표현은 ‘우연히 그렇게 된 자’, ‘꿈이 높은 자’, ‘이미 경험이 있는 자’다. 다른 교실과 가정의 경험담 가운데는 같은 결론을 낸 기록도 있고, 학생 대부분이 자기 아이디어로 만들어 낸 기록도 있다.
품평회의 조건
Nekizlab은 X 프로필에 자신을 “독서가"라고 소개하는 사용자다. 출품작을 같이 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품평회에 참여했다고 한다. 행사 이름과 조건은 타래의 첫 트윗에 적혀 있다.
오늘은 ‘중학생이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HTML5 게임 품평회’라는 행사를 했었어. 테마는 중학생들 제반현실 사정에 맞춰 ‘학교 수업시간에 제미나이한테 만들어달라고 해서 수업 시간에 선생님 몰래 할 수 있는 게임’이었고. 참가 요건은 프롬프트와 만들어진 HTML파일을 제출할 것.
학생들은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에게 게임을 주문했고, 완성된 게임 파일과 함께 그때 쓴 프롬프트도 냈다. 덕분에 심사하는 사람은 결과물과 주문을 함께 읽을 수 있었다. 품평회에는 중학교 2학년 한 반 학생 40명이 모두 출품했다.
출품작의 장르

출품작을 살펴본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태반이 3매치 퍼즐이라는 점이었다. 3매치 퍼즐은 같은 모양의 블록을 세 개 이상 한 줄로 맞춰 없애는 게임으로, 캔디크러쉬 사가가 대표작이다. 그 까닭을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대체로 프롬프트가 ‘뫄뫄 게임 같은 걸 만들어달라’ <- 이걸로 끝이기 때문인데 왜 하필 그 ‘뫄뫄 게임’이 3매치 퍼즐류인지는 사실 잘 알 수가 없더라고. ‘선생님 몰래’란 조건 때문인가?
조금 더 공을 들인 학생도 떨어지는 블록을 특정 과일 모양으로 바꿔 달라거나, 게임이 끝난 뒤 한 수 무르기 기능을 넣어 달라고 하는 정도였다. 그는 이 장르는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이 목표인 만큼, 점수 계산에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겠느냐고 학생들에게 묻듯 적었다.
두 번째로 많았던 것은 지오메트리 대시를 닮은 게임이었다. 지오메트리 대시는 저절로 달리는 네모 캐릭터를 음악 박자에 맞춰 점프시켜 장애물을 피하는 게임이다. 그는 지오메트리 대시가 비브리본 시절의 리듬 게임에서 시작된 장르라는 점을 학생들이 잘 모르는 눈치였다고 했다.1 아류작 가운데 상당수가 리듬 게임의 특성을 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는 AI에게 문제 출제를 맡기는 퀴즈 게임과 색칠 게임이었다. 이 두 장르는 학생들의 프롬프트가 이상할 만큼 서로 비슷했다. 물어보니 그런 프롬프트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학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음….“이라고 쓴 뒤 제출 조건의 뜻을 설명했다. 게임을 HTML 파일로 제출하라는 것은 외부 연결 없이 웹 브라우저에서 단독으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AI가 문제를 내려면 게임이 실행되는 동안 외부 서비스에 접속해야 하므로, 학원에서 배운 방식이 품평회의 조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플랫포머와 슈팅 게임을 언급하면서 이 둘은 논외로 쳤다. 사람이 레벨 디자인을 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시시할 수밖에 없고, AI에게 맡기는 방식으로는 가장 만들기 어려운 종류의 게임이라는 이유다.
우승 후보 세 편
첫째 작품을 만든 학생은 클래시 로얄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클래시 로얄은 슈퍼셀이 2016년에 낸 모바일 대전 게임으로, 카드로 유닛을 불러내 실시간으로 상대 진영의 탑을 부순다. 프롬프트 어디에도 “클래시 로얄"이라는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학생은 자기가 이해한 규칙만으로 게임을 설명하려다 헷갈렸고, 완성된 결과물은 실시간 전략 게임(RTS)을 처음부터 다시 발명한 것에 가까웠다. 그는 이 작품을 이렇게 평가했다.
사실 실수로 나왔다는 게 거의 분명하지만 어쨌든 인류의 수많은 발명과 발견들은 실수에서 출발한 거니까 이걸 잘 다듬으면 ‘클래시 로얄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고유의 개성을 가진 게임’으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에서 좋았다고 생각해.
둘째는 ‘군인장기를 재발명한 게임’이다. 군인장기는 말을 뒤집어 놓아 정체를 숨긴 채 두는 일본 보드게임으로, 서양의 스트라테고와 규칙이 비슷하다.2 이 학생은 군인장기가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맨 처음 체스 말이 스텔스 상태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고, 그 아이디어에 자기 머릿속에만 있는 세계관을 더해 게임으로 만들었다. 그는 이 작품을 “중2병(…) 세계를 합쳐서 표현하려고 한 걸작 판타지"라고 불렀다. 스타트렉에서 등장인물들이 가끔 두는, 체스와 비슷하지만 체스는 아닌 게임에서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짐작했다. 요즘은 아이들이 다칠까 봐 학교에서 뛰어놀게 하는 대신 보드게임을 시키는 곳이 많으니 군인장기를 알았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임의의 턴마다 규칙이 바뀐다고 해서 게임이 더 재미있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조언을 남겼다.
셋째는 ‘변형판 사메가메’다. 사메가메는 같은 색 블록이 붙어 있는 덩어리를 골라 없애는 퍼즐 게임으로, 덩어리가 클수록 점수가 크다. 그는 게임 자체보다 학생이 프롬프트를 정확하게 쓰려고 고민했다는 점에 가산점을 줬다. 승리 조건과 패배 조건, 필드 크기, 보너스 점수 공식이 프롬프트 첫머리에 하나하나 자세히 적혀 있었다. 그는 프로그래밍 경험이 있는 학생일 거라고 추측했다.

그는 이번 행사가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해 본 신기한 체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괄호 안에는 “대체로는 짜증내고 있었다는 건 비밀"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새로 떠오른 생각 몇 가지는 인용 트윗으로 따로 올리겠다고 했다.
결론
3분 뒤 그는 타래의 첫 트윗을 인용해 결론을 올렸다. 이 결론 트윗은 반나절 만에 조회 3만 8천여 회, 마음에 들어요 430여 개를 받았다.3
그러니까 이게 중학교 2학년 한 반 전체(40명) 결과물을 다 본 건데 ‘중학생도 바이브 코딩으로 앱을 만들 수 있어요!‘라는 희망찬 주장에는 뒤에는 결국 ‘할 수 있는’ 종류의 인간은 ‘우연히 그렇게 된 자’, ‘꿈이 높은 자’, ‘이미 경험이 있는 자’ 딱 이 셋 정도 뿐이라는 게 내 결론이다 이거지.
그리고 그건 아마 중학생이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일 거고. 한국에서 나름 부촌의 고학력자 부모들 사이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들조차 그정도니까 아마 실제 비율은 그보다 훨씬 낮을 거고.
로그라이크 이야기도 덧붙였다.4
참고로 나는 이거 좀 같이 봐달라는 말 듣고 ‘나라면 로그라이크 만들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는데(원래 그 장르야말로 남의 컴퓨터 자원을 낭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초의 장르니까) 어떤 의미에선 그거 자체가 아저씨의 낡은 발상일 수도 있는 거 아닐까 싶기도 했어.
30분쯤 뒤에는 교육 효과에 대한 트윗을 하나 더 올렸다.
아 참, 맞다. 그리고 이게 교육적 효과라는 게 있으려면 일단 만들어진 코드를 애들이 직접 고치고 재실행해가면서 뭐가 달라지는지 관찰하는 과정이 필요할 거 같은데 크롬북에서는 개발 도구 어떤 거 쓸 수 있는지 몰라서 말을 안 했어. 그냥 크롬을 그대로 써야하나?
다른 교실과 가정의 경험담
2025년 여름부터 2026년 가을 사이에 학생이나 아이에게 AI로 게임과 앱을 만들게 하고 그 과정을 기록한 글을 모았다. 학교 수업, 방과 후 워크숍, 집에서 아이와 함께 만든 기록이 섞여 있고, 연구도 두 편 있다.

다른 교실의 40명
나가노는 일본 비영리 단체 미나노코드(みんなのコード)에서 일한다. 그는 2025년 7월 지바현립 가시와노하 고등학교 정보이수과의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에게 바이브 코딩을 가르쳤다.5 수업은 50분이었고 실제 작업 시간은 20분이었다. HTML과 CSS, 자바스크립트로 만들도록 정했고, 막막해할 학생을 위해 예시 주제 다섯 개를 보여 줬다.
예상과 달리 몇 명을 빼고는 대부분이 무엇을 만들지 스스로 정했다. 반마다 40명씩, 모두 80개 정도의 프로그램이 나왔다. 진법 변환을 익히는 학습 게임이 있었고, 딸기 모양 말로 두는 오셀로와 상대 말까지 움직일 수 있는 장기도 나왔다. ‘적분 마스터’라는 수학 게임, 미묘하게 다른 흰색 200가지를 맞히는 게임도 있었다. 육상부 학생은 러닝화마다 달린 거리와 날짜를 기록해 그래프로 보여 주는 앱을 만들었다. 같은 러닝화만 계속 신으면 금방 닳기 때문에, 이 기록을 보고 다음 날 신을 러닝화를 고른다고 한다. 나가노는 “학생들을 얕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예시를 주면 시작하기는 쉬워지지만 학생이 예시와 비슷한 것만 생각하게 만들기 쉽다는 반성도 남겼다.
이 학생들은 정보이수과 소속이었고, 이미 보호자 동의를 받아 평소에 생성형 AI를 쓰고 있었다. 나가노는 이 조건 덕분에 수업 한 시간으로 충분했다고 밝혔다. 후편에서 그는 앞으로의 프로그래밍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를 이렇게 정리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환경인데도 학생이 “만들고 싶은 게 없다”, “무엇을 만들지 선생님이 정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게 되는 것이다.
세키구치 마이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군마현의 10대 대상 크리에이터 육성 시설 TUMO 군마에서 중고등학교 여학생 20명가량을 대상으로 앱 개발 체험을 진행했다.6 주제는 “지금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곤란해하는 일,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싶은 서비스"였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학생을 위해 만들 주제를 미리 준비해 갔는데, 전원이 그 주제를 쓰지 않고 즉석에서 떠올린 자기 서비스를 만들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AI 코딩 LAB’ 수업은 같은 게임을 서로 다른 프롬프트로 요청해 결과를 비교하는 활동부터 했다. 그다음 학생들이 각자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말로 설명해 만들었다. 수업 기록을 남긴 강사는 같은 도구를 주어도 원하는 바를 잘 설명하는 학생이 더 멋진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썼다.
만들고 싶은 것이 없을 때
20년 동안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쳤다는 과외 교사 마이클 머(Michael Murr)는 아이가 방향을 정하고 AI가 구현하는 수업이 실패하는 경우를 두 가지로 정리했다.7 첫째는 아이에게 만들고 싶은 것이 없을 때다.
무엇을 만들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아이가 어깨만 으쓱한다면, AI 도우미도 무엇을 만들지 대신 정해 줄 수는 없다. 이 방식은 아이가 작가라는 전제에서만 성립한다. 작가가 없으면 AI는 아무렇게나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아이는 5분 만에 흥미를 잃는다.
둘째는 AI로 기초 학습을 대신하려 할 때다. 그가 가르치는 학생은 함수와 반복문, 충돌 판정이 무엇인지 몇 달 동안 배웠다. 그래서 AI가 만든 게임을 보고 “충돌 판정이 이상하다"고 지적할 수 있었다. 그는 이런 수업이 아이가 이미 배운 지식을 더 잘 쓰게 할 뿐, 배우지 않은 지식까지 가르쳐 주지는 못한다고 결론지었다.
주앙 아기암(Joao Aguiam)은 일곱 살과 아홉 살인 두 딸과 게임을 만들면서, 아이가 무엇을 만들지 정하지 못하는 문제를 직접 겪었다. 일곱 살 딸은 무언가 만들고 싶어 하면서도, 가능성이 무한하다 보니 무엇부터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그는 게임 제작 도구를 쓰기 전에 아이들이 먼저 챗봇과 함께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게 했다. 챗봇에게 게임 아이디어를 받아 보여 주자 아이들은 그중 하나에 바로 반응했다. 미로 게임이 그렇게 나왔다. 그의 회고에 따르면 게임의 80%까지는 놀랄 만큼 빨리 만들어졌다. 그러나 나머지 20%를 완성하는 동안 아이들의 의욕이 떨어졌다. AI가 아이의 구상과 다른 결과를 내면 아이들은 “못 하겠어!“라고 했다. 그는 사람의 끈기가 있어야 AI가 마무리할 수 있는 이 단계를 ‘에이전틱 갭(Agentic Gap)‘이라고 불렀다. 미로 게임은 난이도 세 단계까지 완성됐지만, 다른 게임 몇 개는 “10분 갖고 놀 만한” 수준에 그쳤다.
어른이라고 모두 막막해하지는 않았다. 열아홉 살 대학생 크리시 람쿠마르(Krish Ramkumar)는 2025년 11월 미국 뉴저지의 초중고 교사 연수에서 한 시간짜리 바이브 코딩 수업을 맡았다.8 만들기 시간 30분이 너무 짧을까 걱정했지만, 무엇을 만들지 몰라 고민한 교사는 한 명도 없었다. 모든 교사는 자기 교실에서 해결할 문제와 프로그램의 쓰임새를 이미 정해 두고 있었다. 이들은 10분 안에 몇 년 동안 상상만 하던 게임을 직접 플레이했다.
제주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 16명과 나흘 동안 바이브 코딩 해커톤을 진행한 위니브의 이호준 대표도 같은 요인을 꼽았다. 그는 화면을 얼마나 그럴듯하게 만들었는지보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왜 이걸 쓰겠는가’를 끝까지 스스로 되물었는지가 결과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먼저 배운 사람들
제품 개발 뉴스레터를 쓰는 패디 단다(Paddy Dhanda)의 열세 살 아들 아르얀은 Replit의 에이전트 기능으로 일주일 만에 3D 돌고래 수집 게임을 만들었다.9 포털로 이어진 세계 두 곳, 보스와 싸우는 전투, 업적 시스템, 이미지 생성 AI로 그린 돌고래 48종이 들어갔다. 기능을 시험할 때마다 게임을 처음부터 하지 않으려고 테스트용 치트 메뉴도 직접 넣었다. 1년 전 같은 시도를 했을 때는 결과가 실망스러웠다고 한다. 아버지에 따르면 아르얀은 변수, 반복문, 조건문 같은 파이썬 기초를 알았지만 이번에는 그 지식이 필요 없었다. 대신 도움이 된 것은 오랜 게임 경험으로 익힌 재미의 감각과, 몇 년째 빠져 있는 돌고래에 대한 애정이었다.
마이클 머는 다른 글에서 열한 살 학생 스테이시의 사례를 소개했다. 스테이시는 파이썬 기초를 1년 반 배운 뒤 Claude Code를 쓰기 시작했고, 4주 만에 캐릭터와 점수, 적이 있는 브라우저 게임을 혼자 완성했다. 그는 스테이시가 어느 파일이든 열어서 각 부분이 대략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할 수 있었다는 점을 성과로 꼽았다. 반대로 감독 없이 이런 도구를 쓰면 아이가 읽지도, 설명하지도, 고치지도 못하는 결과물이 나온다고 경고했다. 머는 아이에게 이런 도구를 쓰게 하기 전에, 열 줄짜리 프로그램을 혼자 쓰고 한 줄씩 설명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라고 권했다.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프레이더(Prather) 연구진은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우는 대학생 21명이 생성형 AI 도구로 과제를 푸는 과정을 관찰했다. 시선 추적 장비로 화면을 어떻게 보는지 기록하고 끝난 뒤 면담도 했다. 결과는 2024년 ICER 학회에서 발표됐다.10 21명 가운데 20명이 과제를 끝냈다. AI로 속도를 낸 학생들은 성적과 자기효능감이 높은 편이었다. 이들은 어차피 쓰려던 코드를 더 빨리 썼고, 틀린 제안이 나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대로 고전한 학생은 10명이었고, 그중 9명이 AI의 도움으로 문제를 풀었다. 연구진은 이 학생들 대부분이 실제보다 자기가 더 잘 이해했다고 믿은 채 과제를 마쳤다고 보고, 이 상태를 ‘능력의 착각’이라고 불렀다. 저자들은 생성형 AI 때문에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의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썼다. ETH 취리히 연구에서는 대학생 100명이 코드를 보지 못한 채 자연어로만 앱을 만들었다. 일반 인지 능력을 통제한 뒤에도 성과를 예측한 변수는 컴퓨터과학 성취도였다.11
고치고 다시 돌려 보는 과정
Nekizlab이 마지막에 덧붙인 교육 효과에 대한 의견과 같은 문제를 다룬 기록도 있다.
네덜란드의 빌럼 미덜코프(Willem Middelkoop)는 2026년 9월의 어느 일요일, 일곱 살 아들 유레와 함께 하루 만에 멀티플레이 게임 ‘Protect Your Eggs’를 만들었다.12 첫 프롬프트는 아버지가 썼다. 마인크래프트와 플래피 버드, 로블록스의 ‘Steal an Egg’를 섞은 게임이었다. 그 뒤에는 유레가 노트북 키보드로 개선 요청을 직접 입력했다. 경비병을 살 수 있게 해 달라, 레벨이 오를수록 괴물을 늘려 달라는 식이었다. 게임 공개에 필요한 도메인 연결과 서버 준비, 아이도 읽을 수 있는 개인정보 안내문 작성은 아버지가 맡았다. 그는 그날을 이렇게 정리했다.
아들은 오늘 프로그래밍을 배우지 않았다. 또렷하게 소리 내어 말한 아이디어가 직접 해 볼 수 있는 게임이 된다는 것을 배웠다.

영국의 교육 단체 굿퓨처재단(Good Future Foundation)은 2025년 8월 학교 수업에서 시험한 수업안을 공개했다. 학생들은 먼저 만들고 싶은 작은 게임의 명세를 짧게 써서 옆자리 친구가 이해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챗봇의 도움으로 그 명세를 자세한 프롬프트로 다시 쓴 뒤 게임의 첫 버전을 만들었다. 이어 짝끼리 서로의 게임을 망가뜨려 보고, 바꾸고 싶은 점을 AI가 고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시로 다시 썼다. 마지막에는 서로의 게임을 돌아가며 해 보고 칭찬 하나와 제안 하나씩을 남겼다. 글쓴이들은 “나한테 게임 하나 만들어 줘"라는 주문은 원치 않는 결과를 낳지만, “화살표 키와 WASD 키로 조종하는 2인용 레트로 스네이크 게임, 두 뱀이 같은 사과를 쫓는다"처럼 구체적으로 주문하면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담당 교사는 처음에 코딩을 기초부터 가르치려 했지만, 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고 계획을 바꿨다고 한다.
어설프게 아는 어른
일본 나가노현 마쓰모토에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15명가량을 모아 AI 게임 만들기 워크숍을 연 히가시 유타로도 자기 생각을 반성했다.13 참가자는 모두 프로그래밍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30분 정도 만에 전원이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완성했다. 워크숍을 마친 그의 소감은 이랬다.
어설프게 지식을 가진 나 같은 어른은 아무래도 “이건 아직 AI로는 무리겠지” 하고 생각하기 쉽다. 반면 아이들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 잘될 때까지 이리저리 만들어 간다.
로그라이크를 떠올린 자기 생각을 “아저씨의 낡은 발상"이라고 부른 Nekizlab의 반성과 같은 내용이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
내가 먼저 주목한 것은 결론의 세 유형이 우승 후보 세 편과 하나씩 대응한다는 점이다. 실수로 RTS를 만든 학생은 그가 말한 ‘우연히 그렇게 된 자’에 해당한다. 자기만의 판타지 세계를 게임으로 만들려던 학생은 ‘꿈이 높은 자’다. 승리 조건과 점수 공식부터 적은 학생은 ‘이미 경험이 있는 자’다. 타래가 이 대응을 직접 밝히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는 이 세 작품이 결론의 근거였다고 본다.
경험담을 모으면서 참가자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도 신경 쓰였다. 학생 대부분이 자기 아이디어로 만들었다는 기록에 등장하는 참가자는 정보이수과 학생, 신청해서 온 워크숍 참가자, 해커톤 참가자였다. IT 업계에서 일하는 부모를 둔 아이들의 기록도 있었다. 연수에 온 교사들도 스스로 참여한 사람들이다. Nekizlab이 본 것은 평범한 학급 하나의 40명 전원이다. 신청해서 온 사람 가운데는 이미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이 많을 테니, 희망적인 기록과 그의 결론은 서로 다른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일 수 있다.
과제를 어떻게 제시했는지도 결과에 영향을 준 것 같았다. “선생님 몰래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주제는 쓰임새만 정하고 내용은 정하지 않는다.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을 때 학생이 가장 쉽게 고르는 답은 이미 아는 게임의 이름이다. 군마와 제주의 수업에서는 주변의 곤란한 일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하게 했다. 이런 과제에서는 “뭐뭐 같은” 것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대상이 처음부터 없다. 그가 ‘꿈이 높은 자’라고 부른 학생이 원래 그만큼 드문 것인지, 과제가 학생에게 하고 싶은 것을 말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인지는 지금 모인 기록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출처
- Nekizlab(@nekizlab), X, 2026년 10월 11일. 본 타래: https://x.com/nekizlab/status/2109269791190175847 / 결론 타래: https://x.com/nekizlab/status/2109270563885904247 / 교육 효과에 대한 후속 트윗: https://x.com/nekizlab/status/2109276366348997052
- 나가노(みんなのコード), 「高校の授業でVibeコーディングをやってみた〜千葉県立柏の葉高校 前編〜」, 2025년 7월 24일. https://code.or.jp/magazine/20250724/
- 나가노(みんなのコード), 「Vibeコーディングはプログラミング教育をダメにする?〜千葉県立柏の葉高校 後編〜」, 2025년 7월 30일. https://code.or.jp/magazine/20250730/
- 세키구치 마이(関口舞), 「女子中高生とVibe Coding(対話型AI開発)をしてみた感想」, note, 2025년 8월 17일. https://note.com/mai_d_mai/n/n57115ee6f06e
- 소이노트, 「[카카오뱅크 모두의 AI 코딩 LAB] 3차시 – 바이브 코딩으로 나만의 게임 만들기」, 2026년 9월 7일. https://soykimblog.com/kakao-ai-coding-lab-03/
- Michael Murr, “What Happens When a 10-Year-Old Directs an AI Game Builder”, Kids Coding Tutor, 2026년 6월 9일. https://kidscodingtutor.com/blog/kid-directs-ai-to-build-a-game
- Michael Murr, “I Gave an 11-Year-Old a Claude Code Subscription”, Kids Coding Tutor, 2026년 6월 1일. https://kidscodingtutor.com/blog/i-gave-an-11-year-old-claude-code
- Joao Aguiam, “My daughters built their own games with AI coding agents”, Inside AI Agents, 2026년 1월 30일. https://insideaiagents.com/articles/kids-building-games-with-ai-agents
- Krish Ramkumar, “Teaching Teachers to Vibe Code”, 2026년 7월 29일. https://www.krishramkumar.com/articles/teaching-teachers-to-vibe-code/
- 정시환, 「위니브, 제주여고서 학생 16명과 나흘간 바이브 코딩 해커톤 진행」, 스페셜타임스, 2026년 8월 19일. https://www.special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1956
- Paddy Dhanda, “Vibe Coding for Kids”, Product Powers, 2026년 3월 17일. https://www.superpowers.school/p/vibe-coding-for-kids
- James Prather 외, “The Widening Gap: The Benefits and Harms of Generative AI for Novice Programmers”, ICER 2024. https://dl.acm.org/doi/10.1145/3632620.3671116 (arXiv: https://arxiv.org/abs/2405.17739)
- Willem L. Middelkoop, “Protect Your Eggs”, 2026년 9월 13일. https://willem.com/en/2026-09-13_protect-your-eggs/
- Good Future Foundation, Joseph Lin, “Vibe-Coding Mini-Games: Teaching Prompt Engineering by Making Something Students Want to Play”, 2025년 8월 29일. https://goodfuturefoundation.substack.com/p/vibe-coding-mini-games-teaching-prompt
- Yutaro Higashi, 「小中学生がAIでゲームを作ったら、大人の想像を軽く超えてきた件」, note, 2025년 8월 18일. https://note.com/suica_versa/n/n1ba400cadae1
원문 타래에 이미지가 없어, 삽화는 블로그 글 「느낌적인 느낌을 숫자로 옮기는 일」의 치비 서소영 라인아트를 참조하여 gpt-image-2.5-flare image-to-image로 생성했다.
비브리본(Vib-Ribbon)은 1999년 일본에서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나온 리듬 게임이다. 음악에 맞춰 만들어지는 선 위의 장애물을 박자에 맞춰 피한다. ↩︎
군인장기(軍人将棋)는 19세기 말 일본에서 생겨난 보드게임이다. 두 말이 맞붙으면 계급을 비교해 승패를 정한다. 군인장기에서 프랑스 게임 L’Attaque를 거쳐 스트라테고가 나왔다는 설명이 있다. ↩︎
2026년 10월 12일 오전 8시 40분(한국 시각)에 확인한 수치다. ↩︎
로그라이크라는 이름은 1980년에 나온 『로그(Rogue)』에서 유래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학생들이 만들었고, 대학의 공용 유닉스 컴퓨터를 통해 퍼졌다. ↩︎
정보이수과(情報理数科)는 정보와 수학, 과학 중심 학과다. ↩︎
세키구치 마이는 이 시설에서 진행한 체험을 개인 note에 적었고, 참가자의 개발 계획을 고려해 작품의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
Kids Coding Tutor는 머가 운영하는 개인 코딩 과외 사이트이며, 두 글 모두 과외 홍보를 겸한 수업 기록이다. 그는 이 방식이 통하려면 아홉 살이나 열 살 이상이고 스크래치나 파이썬 기초가 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
연수에 참여한 교사는 15명에서 25명 사이였다고 한다. ↩︎
단다는 아들과 함께 출연한 팟캐스트 내용을 바탕으로 이 글을 썼다. ↩︎
ICER(International Computing Education Research)는 ACM이 주최하는 컴퓨팅 교육 연구 학회다. 참가자들은 VS Code와 GitHub Copilot, ChatGPT를 쓸 수 있었다. ↩︎
이 연구는 서재 다이제스트 「Computer Science Achievement and Writing Skills Predict Vibe Coding Proficiency」에 정리했다. 작문 능력도 성과와 상관이 있었지만, 일반 인지 능력을 통제한 뒤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
게임은 HTML5와 Three.js로 만들었고, 에이전트는 Claude Code였다. 유레에게 가장 힘든 일은 에이전트가 게임을 멀티플레이로 고치는 동안 12분을 기다리는 것이었다고 한다. ↩︎
워크숍은 2시간 동안 진행됐고 7가족이 참가했다. 구글 제미나이를 썼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