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1. 자료: 오크트리(Oaktree Capital) 공동 회장 하워드 마크스가 TBPN의 조르디 헤이스, 존 쿠건과 2026년 2월 26일에 나눈 36분 인터뷰. 시장 사이클부터 역발상 투자, AI, 미중 경쟁, 자산 배분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2. 진단: 기저 가치는 트렌드 라인을 따라 점진적으로 움직이지만 가격은 심리 때문에 그 주위에서 거칠게 흔들린다. 마크스는 본능적인 역발상 투자자로, 고점에서 두려워하고 저점에서 공격한다.
  3. 함의: AI는 단순한 노동 절약 도구가 아니라 자율성을 가진 첫 번째 기술이다. 마크스는 이 점에서 비관에 가깝다. 사회가 적응하는 속도가 AI의 혁신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고 본다.

화자와 자료의 배경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공동 회장 하워드 마크스(Howard Marks)는 1978년 시티뱅크에서 하이일드 본드와 컨버터블 본드 펀드를 시작했고, 이후 오크트리에서 35년간 클라이언트 메모를 써 왔다. 이 인터뷰는 35주년에 맞춰 2025년 12월 9일 발행한 AI 메모를 인터뷰 직전에 갱신해 발표한 직후 진행되었다. TBPN의 두 진행자는 그 흐름을 따라 시장 사이클부터 AI 시대의 노동, 미중 경쟁까지 폭넓게 질문한다.

오크트리의 투자 영역은 대부분 주식이 아닌 크레딧, 즉 채권과 부실채권이다. 마크스는 자신의 화법을 “본능적 contrarian"이라 부른다.

시장 사이클의 본질

마크스의 사이클론(論)은 단순하다.

회사나 시장, 경제는 트렌드 라인을 따라 점진적으로 가치를 만든다. 그러나 사람들이 흥분해 가치를 과대평가하면 시장은 지속 불가능한 고점에 닿는다. 그 뒤 무언가가 가격을 트렌드 라인 쪽으로 되돌리지만, 인간 본성 때문에 이번에는 지속 불가능한 저점까지 내려간다. 결국 다시 트렌드 라인으로 되돌아온다.

기저 가치는 천천히 움직이고, 가격은 심리의 변동 때문에 거칠게 흔들린다. 이것이 모든 사이클의 동력원이다.

마크스가 자주 인용하는 마크 트웨인의 말은 이렇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운율을 맞춘다(history does not repeat but it does rhyme).” 운율을 맞추는 것은 인간 본성이다.

사이클을 빚는 인간 본성
빨리 부자가 되려는 욕망
다른 사람이 빨리 부자가 되는 것을 보는 데서 오는 질투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
FOMO, 즉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가격이 올라갈수록 더 흥분하는 경향, 본래는 경계해야 할 것

마크스는 1620년 튤립 버블과 1720년 South Sea 버블을 같은 패턴의 사례로 든다. “이번은 다르다"라고 말하는 순간 사이클을 의심해야 한다는 농담을 잊지 않는다.

역발상은 학습 가능한가

마크스 본인은 파트너 Bruce Karsh와 함께 본능적으로 contrarian이다. 1978년 시티뱅크가 그를 채권 부서로 보낸 결정도 결과적으로는 맞았다. “대출자(lender)에게는 보수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시티뱅크가 “벤처캐피털 펀드를 시작하고 아마존이 언제 만들어질지 예측하라"고 했다면 본인은 재앙이었을 거라 회고한다.

대표 사례는 2008년 10월, 리먼 파산 직후에 쓴 메모 The Limits to Negativism이다. 비관도 한계가 있다는 메시지였다. 시장이 가장 두려워할 때 그는 글을 써서 진정시켰고, 동시에 매수했다.

역발상은 학습 가능한가? 마크스의 대답은 미묘하다.

나는 왜 그것이 중요한지, 왜 본질적인지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걸 섭취(ingest)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에게는 그게 쉽게 온다. 내 정서적 구조와 논리의 결합에서 오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내 정서적 구조를 갖지 못했다면, 논리는 배울 수 있지만 쉽게 오지는 않을 것이다.

마크스는 본인의 콜에 망설임이 없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한다.

확신하는 사람은 바보다. “큰 돈을 잃는 사람에는 두 종류가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과, 모든 것을 안다는 사람.”

블랙스완을 다루는 방식

탈레브의 블랙스완에 해당하는 마크스의 용어는 improbable disaster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덧붙인다. improbable bonanza, 있을 법하지 않은 호재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쩔 수 없다는 점이다.

“여덟 번의 허리케인이 걱정된다"거나 “20% 인플레이션이 걱정된다"고 하자. 오마하에 사는 그분이 보험 증권을 써 줄 것이다. 다만 보험료가 마음에 안 들 뿐이다. 그리고 그 비싼 보험료를 내고 보호받으면, 대부분의 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얼마 안 가 보험료를 내는 게 지쳐 끊을 텐데, 보통 그게 사고가 터지기 직전이다.

확률 분포의 끝자락에 있는 사건은 그냥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AI를 멘토로, 35년 메모 작가의 경험

마크스의 아들 Andrew는 TQ Ventures의 공동 창업자다. 아버지의 35주년 AI 메모를 갱신할 때 Andrew는 한 가지를 제안했다. “Claude에게 물어봐."

마크스는 Claude와 함께 작업한 경험을 이렇게 설명한다.

Claude는 나를 위해 튜토리얼을 써 줬다. 내게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서 엄청난 양을 배웠다. 그것은 나에게 멘토였다. 다른 사람에게도 멘토가 될 수 있다. 단, 우리가 알듯이 올바른 질문을 해야 한다.

메모 초안을 Claude에게 검토받은 일화도 인상적이다.

동료나 친구가 보낸 노트 같은 느낌이었다. 따뜻하고 개인적이었다. 내 35년치 메모와의 유추를 그렸고, 내가 존경하는 사람을 언급했고, 유머를 섞었고, 칭찬도 했다. 어떤 섹션이 정말 좋다고 일러줬다.

마크스는 아들에게 “Claude가 아첨꾼인가?” 하고 묻는다. Andrew는 “Dad, hypercritical하게 비평해 달라고 해 봐"라고 답한다. 다시 부탁하자 Claude는 농담으로 응수한다.

“hypercritical하게 할까요, 아니면 hypocritical하게 할까요?”

마크스의 결론은 명확하다. AI는 그 자체로 멘토를 가진 존재이자, 다른 사람의 멘토가 된다. 세상의 모든 글을 읽고 기억해 두기 때문이다.

AI가 크레딧 시장에서 하는 일과 하지 못하는 일

마크스는 자기 분야의 현실적 진단을 내놓는다.

영역현재 AI의 상태
데이터 마샬링전례 없는 철저함과 속도, 무오류로 도움
로직 정리와 질문 프레이밍강점
가설 제시좋은 출발점을 줌
패턴이 확립된 사안의 분석강점
새로운 사안의 분석가장 약한 지점
최종 투자 결정아직 사람의 검증 필요

AI가 가장 약한 것은 확립된 패턴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사안을 분석하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의 많은 부분이 그런 일이다.

마크스가 크레딧 시장의 변화를 비교 대상으로 드는 것은 인덱싱(indexation)이다. 인덱싱은 “열등하게 운용하면서 비싼 수수료를 받던” 다수의 액티브 매니저를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마크스는 AI가 이 흐름을 한 단계 더 진행할 것으로 본다.

AI는 진입 장벽을 더 높이고, 가치를 더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걸러낼 것이다. 최고는 대체하지 못해도 많은 사람을 대체할 것이다.

AI의 진짜 차이는 자율성

마크스가 AI를 이전 기술 사이클(철도에서 인터넷까지)과 가르는 결정적 지점은 자율성이다.

다른 모든 기술은 노동 절약 장치(labor-saving devices)였다. 우리가 하던 일을 더 잘, 더 빨리, 더 싸게 했다. AI는 다르다.

AI는 단순히 우리가 하던 일을 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일을 설계하고 할당한다. 우리가 시키지 않은 일을 떠맡고, 우리가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일을 떠맡는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는 지시 없이 작동한다.

근거로 든 사례 하나가 묵직하다. 이 인터뷰가 진행되기 직전, OpenAI는 새 모델 출시 글에서 “AI(모델)가 이 모델 설계를 도왔다”고 적었다. 마크스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마크스는 노동 디스로케이션에 비관적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람이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좋은 소식"이라 말한다. 내게는 끔찍한 소식이다. 우리는 일에서 월급 외에도 많은 것을 얻는다. 그것이 어떻게 대체될지 모르겠다.

그는 자신을 “이 논쟁에서 경계론자(warriors)의 자리"라 위치시킨다. 노동 절약에 의한 일자리 소멸은 상상할 수 있지만, 새로 만들어질 일자리를 상상하기에는 자신이 충분히 상상력 있지 않다고 한다. 순감소(net decline)를 예상한다는 결론이다.

또 하나의 진단은 속도다.

AI가 혁신하는 속도가, 사회가 적응하는 속도보다 빠르다. 따라잡을 거라고 말할 수 있지만, 최소한 의미 있는 디스로케이션의 시기를 거칠 것이다.

미중 경쟁과 scruples의 비용

마크스는 미국이 처음으로 진정한 경제적 라이벌을 만났다고 평가한다. 러시아는 군사와 핵 차원의 위협이었지 경제적 라이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라이벌은 중국이고, AI가 그 핵심에 있다.

미국과 선진국에는 scruples, 즉 양심과 규범이 있다. 마크스는 이 가치 자체를 부정하지 않지만 비용을 가리킨다.

이것은 군비 경쟁이다. 우리가 scruples 때문에 늦추고, 그들이 pell-mell(앞뒤 안 가리고)로 달려 나간다면 그게 승리에 도움이 된다. 그들이 우월한 AI를 통제하게 되면, 우리에게 삶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이 흐름의 사례로 마크스가 든 것은 희토류다.

중국이 희토류의 주도권을 갖기 전, 주도권은 누구에게 있었나? 우리였다. 캘리포니아의 한 광산에서 대부분이 나왔다. 어떤 생태학자들이 “dirty하니 우리가 하지 말자"고 결론을 냈다. 그러자 중국이 “우리가 할게, 더 싸게 할게"라고 했다. 그렇게 의존성이 생겼다.

유럽의 에너지도 같은 구조다. 독일은 원자력 발전소를 줄이기로 결정했고, 러시아가 “우리가 공급할게"라고 했다. 그렇게 의존성이 자리잡았다.

마크스의 진단은 한 마디로 압축된다.

두 경우 모두, 순수하게 경제적 기준만으로 결정이 내려졌다. 전략적 사고가 필요했던 영역에서 그랬다. 결정은 경제학자와 생태학자에게 모두 넘겨졌다.

개인 자산 배분, 룰 오브 썸은 모두 결함

진행자가 “나이 = 채권 비중” 룰 오브 썸을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마크스는 단호하다.

모든 사람에게 들어맞는 숫자는 없다. 숫자가 들어간 룰 오브 썸은 던져 버려라. 유일한 룰 오브 썸은, 룰 오브 썸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방향성은 가리킨다.

일반화 가능한 방향의미
젊은 사람더 불확실하지만 궤적이 높은 길을 택할 여지가 있음
은퇴가 가까운 사람덜 불확실하고 더 의존 가능한 길

각자의 적절한 위험 자세(risk posture)는 나이, 부, 소득, 부양가족, 그리고 위장의 강도(intestinal fortitude), 다시 말해 변동을 견디는 능력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답을 내기 쉽지 않지만, 내야 한다.

사이클에 묶인 펀드 운영

오크트리의 펀드 운영도 마크스의 사이클론과 일치한다.

시기오크트리의 행동
디스트레스가 많을 때큰 펀드로 공격적으로 투자
평온할 때“remission” 상태로 작은 펀드를 통해 선별 투자, 잠시 물러섬
모두 낙관적일 때cocoon으로 들어감. 시장의 만용을 두려워함
모두 공포에 잠겼을 때공격적 전환. 위험에 대한 보상이 높을 때

마크스가 자주 인용하는 버핏의 말이 이 행동을 한 줄로 요약한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 일을 신중하지 않게 처리할수록, 우리는 우리 일을 더욱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마크스 본인의 표현이 따라붙는다.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 가장 위험한 것은 위험이 없다는 믿음이다. 사람들이 위험이 없다고 믿으면 세상은 미쳐 간다. 은행에는 오랜 격언이 있다. 최악의 대출은 최고의 시기에 나간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

가장 마음에 남은 부분은 두 곳이다.

하나는 역발상은 학습 가능한가에 대한 마크스의 솔직한 답이다. 논리는 가르칠 수 있어도 정서적 구조는 가르칠 수 없다는 말은, 자기계발서가 잘 말해 주지 않는 진실을 가리킨다. 35년 메모 작가가 “내게는 쉽게 온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는 쉽지 않을 것"이라 인정하는 태도가 묵직하다.

다른 하나는 AI를 자율성으로 정의하는 부분이다. 마크스가 일러준 OpenAI의 출시문, “AI가 이 모델 설계를 도왔다”는 짧지만 다른 모든 기술 사이클과의 단절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가 그 단절에서 경계론자(warriors)의 자리를 택했다는 점이, 평생을 “한계까지 가지 마라"고 써 온 사람의 일관성으로 읽힌다. 낙관의 한계와 마찬가지로, 비관의 한계도 그가 늘 다뤄 온 주제였다. 이번에는 비관 쪽에 그가 서 있다.

두 지점 모두, 시장 사이클의 베테랑이 심리와 기술을 가르지 않고 같은 렌즈로 본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AI도 결국 인간이 적응하는 속도라는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변수에 묶여 있다는 진단이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