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1. 중국 과기대와 중관춘 연구원 등이 낸 논문으로, LLM 에이전트 사회 시뮬레이션을 10억 규모까지 끌어올린 프레임워크 Light Society를 제안한다. 기존 시스템은 최대 $10^7$ 에이전트에 그쳤다.
  2. 핵심은 사회 과정을 에이전트와 환경 상태의 구조적 전이로 정의하고, 완전 LLM과 지식 증류된 대체 모델을 섞어 라우팅하는 mixture-of-models 엔진으로 추론 비용을 낮춘 데 있다.
  3. World Values Survey 실제 인구통계로 에이전트를 채워 신뢰 게임과 10억 노드 의견 확산을 돌렸고, 규모가 커질수록 개인 변동은 줄고 인구통계 효과는 뚜렷해진다는 규칙성을 확인했다.

무엇을 푸는 논문인가

사회 현상을 계산으로 다루는 오래된 도구가 행위자 기반 모델(ABM)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ABM은 규칙이나 고정된 방정식에 기대어 개인 행동을 단순하게 잡는다. LLM은 이 자리를 바꾼다. 성격 특성을 유지하고 맥락에 맞는 감정을 표현하는 등 사람다운 반응의 결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논문은 기존 LLM 시뮬레이션 연구들이 수십 대의 GPU와 수 주의 연산으로 겨우 100만 에이전트 수준을 다뤘다고 정리한다. 규모가 커지면 저장 공간, 지연, 연산비가 빠르게 불어나 행성 규모 시뮬레이션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선행 시스템의 상한이 $10^7$ 에이전트였다(아래 Figure 5).

여러 대표 연구의 보고된 시뮬레이션 규모 비교. 선행 시스템은 수십에서 약 10^7 에이전트에 머물렀고 Light Society는 10^9에 도달한다.

Light Society는 사회 시뮬레이션을 몇 개의 LLM 기반 연산자로 분해하고, 이 연산자들을 이벤트 큐로 배차한다. 알고리즘과 시스템 최적화를 함께 쌓아 행동 충실도를 지키면서 10억 에이전트까지 확장한다는 것이 이 논문의 주장이다.

하나의 추상화: 연산자와 이벤트 큐

프레임워크는 단일 추상화 위에 선다. 두 에이전트의 경제 게임이든 10억 노드 네트워크의 상호작용이든,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을 “에이전트나 환경 상태를 갱신하고 이벤트 큐로 배차되는 LLM 연산"으로 표현한다.

Light Society의 개념 구조. 에이전트, 환경, 이벤트 큐, 그리고 상태를 갱신하는 LLM 기반 시뮬레이션 연산으로 구성된다.

구성 요소는 셋이다. 에이전트 집단, 환경, 그리고 시간 순으로 상호작용을 예약하는 이벤트 큐다. 각 에이전트는 변하지 않는 정적 프로필(인구통계, 성격), 시간에 따라 진화하는 내부 상태(기억, 신념, 목표), 관찰 가능한 외부 상태(위치, 사회적 연결)를 지닌다.

방법론 절에서 시뮬레이션 모델은 튜플로 정의된다. $M := \langle D, T, S_A, S_E, V, Q, F \rangle$ 이고, 연산 집합은 $F := \{f_I, f_P, f_\Pi, f_A, f_E, f_U\}$ 로 초기화, 지각, 정책, 에이전트 진화, 환경 진화, 업데이트를 담는다. 모든 이벤트는 $(\text{time}, \text{priority}, \text{sequence})$ 튜플에 대한 최소 힙으로 구현된 큐 $Q$에 쌓여, 동시에 발생한 이벤트도 결정적으로 해소된다. 한 번의 시뮬레이션은 초기화에서 진화를 거쳐 리드아웃으로 끝나는 주기를 돈다.

어떻게 10억을 감당하는가

확장의 열쇠는 LLM 추론과 런타임 통신을 10억 이벤트 처리량에 맞게 싸게 만드는 데 있다. 논문은 이를 두 층위로 나눠 최적화한다.

추론 층. 프롬프트 캐싱은 반복 질의의 응답을 재사용한다. 정확 일치용 SHA-256 키 LRU 캐시와 FAISS 기반 의미 캐시를 함께 둔다. 지식 증류로 훈련한 경량 대체 모델(surrogate)이 일상적 판단을 대신해 완전 LLM 호출을 덜어낸다. mixture-of-models 라우터는 각 요청을 설정 가능한 정책에 따라 백엔드로 보낸다. 지원하는 정책은 세 가지로, 전량 LLM, 전량 대체 모델, 표본 단위 가중 라우팅이다.

런타임 층. 인접 정보는 CSR(compressed sparse row) 형식으로 저장하고 HDF5로 직렬화해 10억 노드에서도 빠르게 접근한다. 에이전트 상태는 필드별 numpy 배열 기반 컬럼 저장소에 두어 벡터화된 갱신을 살린다. 같은 (시간, 우선순위)를 가진 이벤트는 한 배치로 뽑아 종류별로 묶고, 비동기로 배차해 에이전트 간 지연을 줄인다.

신뢰 게임: 규모가 키우는 것

첫 사례 연구는 신뢰 게임이다. 신뢰자는 10달러 밑천에서 정수 $N$을 익명의 수탁자에게 보내고, 그 금액은 3배가 되어 $3N$으로 전달된다. 수탁자는 받은 돈 중 얼마를 돌려줄지 정한다. 에이전트 프로필은 WVS Wave 7에서 정제한 9만 6,125개 항목으로 만들었고, 각 프로필은 2인칭(“You are…")의 자연어 페르소나로 변환했다.

신뢰 게임 시뮬레이션. 사회 계급과 교육 수준에 따른 신뢰 행동, 그리고 인구 규모에 따른 연령 간 격차의 변화.

결과는 세 갈래로 읽힌다.

  • 사회경제적 계층화. 주관적 사회 계급과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보내는 금액이 뚜렷하게 늘었다. 이 경향은 gemini-2.0-flash-001과 gpt-4.1-nano 두 모델에서 공통으로 나타났다.
  • 모델 간 절대 수준 차이. 평균 송금액과 반환액의 절대 수준은 모델마다 달랐다. 다만 인구통계가 만드는 상대적 경향은 모델을 넘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 규모의 법칙. 참여 에이전트 수를 키우자, 젊은 층(16–34)과 고령층(55+) 신뢰자의 송금액 격차가 점점 선명해지고 신뢰구간은 좁아졌다. 큰 집단이 개인 결정의 확률적 요동을 줄이고 체계적인 인구통계 효과를 키운다는 뜻이다. 각 인구 규모마다 7회 독립 시행으로 안정성을 확인했다.

신뢰 게임의 변형으로 독재자 게임(수탁자가 돌려줄 수 없는 순수 이타적 전달)과 7라운드 반복 신뢰 게임도 돌렸다. 반복 게임에서는 송금액과 반환액이 라운드가 쌓일수록 함께 올라, 상호작용 이력이 협력 규범을 굳혀 간다는 사람 실험의 패턴을 재현했다.

10억 에이전트의 의견 확산

두 번째 사례가 이 논문을 행성 규모로 밀어붙이는 지점이다. 10억 노드의 Barabási–Albert(BA) 척도 없는 네트워크 위에서 의견 확산을 시뮬레이션한다. 각 새 노드는 $m=3$개의 기존 노드에 선호적 연결로 붙어 $P(k) \sim k^{-3}$의 거듭제곱 분포를 만든다. 차수 상위 20%(2억 노드)가 인플루언서, 나머지 80%(8억 노드)가 피영향자다.

10억 에이전트 네트워크의 인플루언서-피영향자 의견 확산. 시딩 방식과 주제에 따라 의견 궤적이 갈라진다.

모든 에이전트에게 “AI 자동화는 대량 실업을 부를 것이다"라는 논쟁적 진술을 주고 초기 의견(찬성, 반대, 중립)을 배정한다. 인플루언서 초기값은 세 가지 시딩 방식(1D1N: 반대 절반·중립 절반, 1A1N: 찬성 절반·중립 절반, Random)으로 설정한다.

이 규모에서 직접 LLM 추론은 불가능하므로, LLM 행동을 경량 MLP 대체 모델로 증류했다. 1만 개 프로필을 text-embedding-3-large($d=3072$)로 미리 임베딩하고, 두 에이전트의 임베딩과 입장을 이어 붙인 6,150차원 입력을 받아 3-클래스 softmax를 낸다. 나아가 $[10{,}000 \times 10{,}000 \times 3 \times 3]$ 형태의 4차원 조회 테이블(9억 조합)을 미리 계산해, 시뮬레이션 중 한 번의 상호작용을 배열 조회 한 번으로 줄였다. 이 대체 모델이 대부분의 LLM 호출을 대신해 토큰 사용을 크게 줄인다.

핵심 관찰은 이렇다.

  • 초기 시딩이 전체 궤적을 좌우한다. 1A1N에서는 여론 중심이 찬성으로 크게 이동했고, 1D1N에서는 반대가 아니라 중립으로 흘렀다. 피영향자 집단이 이미 진술에 우호적인 사전 성향을 품고 있어, 반대 시딩은 역설득이 아니라 중립화를 주로 낳는다는 해석이다.
  • 주제의 사전 성향이 방향을 정한다. 1A1N을 세 주제에 더 적용하자, “지구는 평평하다"는 반대로, “50년 안에 화성 도시"는 중립으로, “숏폼 영상이 집중력을 갉아먹는다"는 찬성으로 각각 이동했다. 인플루언서의 쏠림이 집단을 임의 방향으로 기계적으로 몰지는 못한다.
  • U자형 찬성 곡선. 찬성 비율이 먼저 떨어졌다가 회복한다. 찬성과 반대 사이의 직접 전이는 드물고, 의견 변화는 거의 항상 중립 상태를 완충지로 거쳐 간다. 초기 하락은 외부 설득에 저항하며 유보로 물러나는 심리적 반발로, 이후 회복은 전향한 이웃이 쌓여 임계에 닿으면 수용이 퍼지는 정보 캐스케이드로 설명된다.

인구통계도 영향 역학을 빚는다. 교육 수준이 높은 에이전트는 남을 설득하는 데 더 성공적이면서 자기 의견은 덜 바꿨다. 교육과 소득을 함께 보면, 대학원 학력과 고소득 조합에서 설득 성공률이 가장 높았다.

강건성과 민감도

논문은 이 결과들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 여러 축에서 캐본다.

Light Society의 다면 분석. 실행 간 분산, 언어 효과, 대체 모델 선택, 네트워크 위상, 최후통첩 게임.

실행 간 분산. 10억 에이전트 시뮬레이션을 다섯 개 시드로 반복하자, 라운드별 변동계수(CV) 최댓값이 찬성 0.0038%, 중립 0.0060%, 반대 0.0038%에 그쳤다. 매 라운드 인플루언서 표본 추출이 만드는 요동이 이 규모에서는 사실상 무시할 만하다는 뜻이다. 시드를 고정하고 상호작용의 절반을 실제 LLM으로 돌린 100만 에이전트 변형에서는 CV가 0.14%에서 0.34%로 올랐지만, 여전히 0.5% 아래에 머물렀다.

소통 언어. 상호작용이 자연어로 이뤄지므로 언어 자체가 변수가 된다. 중국어와 프랑스어로 다시 생성해 보니, 입장 변화율이 주제마다 벌어졌다. “지구는 평평하다"가 약 45%, 숏폼이 약 27%, 화성 도시가 약 22%였고, 언어를 바꾸면 최대 4.7%포인트까지 차이가 났다. 어느 언어가 일관되게 더 설득적이지는 않았고, 언어는 주제와 맞물려 작동했다.

대체 모델 선택. 여기서 방법론적 교훈이 나온다. 다섯 아키텍처(softmax 회귀, LightGBM, MLP, Transformer, Qwen3-0.6B 소형 언어 모델)를 같은 교사 LLM 표본으로 훈련했는데, 표본 단위 F1이 높다고 집단 수준 충실도가 보장되지 않았다. 화성 도시 주제의 MLP를 보면 F1 최고 체크포인트(epoch 6, F1 0.843)의 변화율 격차가 7.14%인데, F1이 0.008 낮은 체크포인트(epoch 9, F1 0.835)의 격차는 2.48%로 세 배 가까이 좋았다. 아키텍처 사이에서도 변화율 격차는 MLP의 8.6%포인트에서 softmax 회귀의 19.4%포인트까지 벌어졌고, F1 순위와 정렬되지 않았다. 그래서 배포용 대체 모델은 F1로 후보를 추린 뒤 집단 분포가 교사 LLM에 가장 가까운 것을 고르는 이중 기준으로 정한다.

네트워크 위상. $N=1{,}000$ 에이전트에 여섯 종류의 네트워크를 얹었다. 각 에이전트는 연속 입장 $s \in [-1, +1]$와 확신도 $c \in [0, 1]$를 지닌다. 희소 그래프 세 종에서는 입장 표준편차 $\sigma(s)$가 0.46에서 0.49 사이로 평평하게 유지되고 평균 입장 $\langle s \rangle$는 0에 가까웠다. 반면 밀집 그래프 세 종(경험적 Twitch-DE 부분 그래프 포함)에서는 $\sigma(s)$가 0.33에서 0.39로 단조 감소하고 $\langle s \rangle$는 $-0.18$에서 $-0.27$까지 내려가, 회의론 비율이 49%에서 64%로 올랐다. 밀도가 위상 종류보다 결과를 더 강하게 가른 셈이다.

제한적 합리성. 최후통첩 게임으로 사람다운 비합리성을 시험했다. 단발 조건의 평균 제안액은 100 중 41.0으로, 사람 실험에서 흔히 보고되는 40%에서 50% 범위 안에 들었다. 순수 합리성이 예측하는 0에 가까운 제안과는 거리가 멀다. 10라운드 반복에서는 평균 제안액이 40.0에서 26.9로 떨어지고 거부율은 7라운드에 19.0%로 정점을 찍은 뒤 끝에서 약 2%로 내려왔다.

가장 눈여겨본 것

내가 곱씹은 대목은 F1과 집단 충실도가 어긋난다는 발견이다. 대체 모델을 쓸 때 우리는 표본 단위 정확도를 자연스레 품질의 대리 지표로 삼는다. 그런데 이 논문은 F1이 0.008밖에 차이 나지 않는 두 체크포인트가 집단 수준 변화율에서 세 배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개별 예측을 잘 맞히는 모델과 집단의 분포를 잘 재현하는 모델이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 어긋남은 사회 시뮬레이션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 단위 지표로 모델을 고른 뒤 집단 단위 결론을 끌어내는 모든 파이프라인이 같은 함정 위에 놓인다. 규모가 커질수록 개인 노이즈가 씻겨 나가 인구통계 신호가 또렷해진다는 신뢰 게임의 관찰과 나란히 두면, 큰 수의 세계에서는 무엇을 맞히느냐보다 어떤 분포를 재현하느냐가 더 중요해진다는 한 방향을 가리킨다.

저자들은 윤리적 유보도 분명히 적어 둔다. 행성 규모의 통제 가능한 의견 확산 시뮬레이터는 정당한 연구뿐 아니라 대규모 정보 공작 설계의 문턱도 낮춘다. 또 에이전트 집단은 WVS와 기저 LLM의 인구통계 편향을 물려받으므로, 시뮬레이션 산출물은 실제 사회에 대한 증거가 아니라 경험적으로 검증할 가설로 읽어야 한다고 선을 긋는다.

출처

Haoxiang Guan, Jiyan He, Liyang Fan 외, “Modeling Earth-Scale Human-Like Societies with One Billion Agents”,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of China, Zhongguancun Academy 외. arXiv:2506.12078 [cs.MA] (v1 2025-06-07, v2 2026-06-28).

본문 그림은 논문 arXiv HTML(v2) 판에서 인용했다.

원문: https://arxiv.org/abs/2506.120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