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2026년 6월 2일, 5개국 15개 대학 소속 16명의 수학자가 「AI와 수학에 관한 라이덴 선언(Leiden Declaration on Artificial Intelligence and Mathematics)」을 발표했고, 국제수학연맹(IMU)이 공식 지지했다.
- 선언은 AI가 수학의 다섯 가지 핵심 가치 — 증명의 신뢰성, 저작 귀속, 독립 검증, 적절한 평가, 연구 자율성 — 를 위협한다고 진단한다. AI를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학문을 훼손하지 않도록 공동체 규범을 세우자는 호소다.
- 개인 수학자·연구기관·정부·상업 AI를 향해 총 23개 권고를 제시한다. 핵심은 AI 사용의 투명한 공개, 정확성에 대한 인간의 책임 유지, 산업과 학계의 비대칭을 줄이는 공적 투자다.

어떤 문서인가
이 다이제스트는 언론 보도가 아니라 선언 원문(2026년 6월 2일, DOI: 10.5281/zenodo.20302944) 을 정리한 것이다. 선언은 2025년 9월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로렌츠 센터에서 열린 워크숍 〈Mechanization and Mathematical Research〉에서 출발했다. 10개국 약 60명의 수학자·컴퓨터 과학자·철학자·역사학자·사회과학자가 모여 AI가 수학 연구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고, 이후 8개월간 16명의 실무 그룹이 수학계의 폭넓은 피드백을 받아 선언문을 작성했다. 발의자는 아인트호벤 공대의 Jim Portegies다.
선언은 자신을 고립된 문서로 두지 않는다. 〈웁살라 과학자 윤리 강령〉, 〈연구 평가에 관한 샌프란시스코 선언(DORA)〉, 〈유네스코 오픈 사이언스 권고〉, 〈영국 과학자 보편 윤리 강령〉 등 기존 호소와 연대한다고 명시한다. IMU 부회장 Ulrike Tillmann은 지지문에서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AI가 우리 학문에 미치는 빠른 발전과 영향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그것은 새롭고 흥미로운 기회를 열지만, 동시에 검토 없이 넘길 수 없는 질문도 제기한다. (…) 수학은 깊이 인간적인 활동이며, 앞으로도 늘 그래야 한다.
수학이 지키려는 다섯 가지 가치
선언은 권고에 앞서, 보존하고자 하는 수학 연구의 특징적 가치를 먼저 밝힌다.
- 증명 — 수학의 바탕에는 증명이라는 활동이 있다. 증명은 결론에 가장 높은 수준의 확실성을 부여할 뿐 아니라, 왜 그 결론이 참인지에 대한 이해를 함께 전한다.
- 귀속과 책임 — 결과는 특정 저자에게 귀속되며, 저자는 그 발견의 공로를 갖고 정확성에 책임을 진다. 이것이 수학의 실력 기반 평가를 떠받친다.
- 투명성과 독립 검증 — 수학적 논증은 투명하며 독립적으로 검증된다. 원칙적으로 그 누구도 이해를 위해 독점적 지식이나 장비를 필요로 해서는 안 된다.
- 공유된 평가 기준 — 수학자들은 깊이·난이도·중요성이라는 공유 기준에 따라 연구를 적절히 평가하는 데 관심을 함께한다.
- 자율성 — 수학은 결과의 집합만이 아니라 그것을 빚어 온 공동체의 이해·명료함·판단력을 낳는다. 연구의 방향과 방법을 자율적으로 정해 온 것이 이 학문의 오랜 강점이다.
AI가 가하는 다섯 가지 위협
선언은 위 다섯 가치 각각이 위협받고 있으며, 그 피해가 학생과 초기 경력 연구자에게 더 크게 — 따라서 학문의 장기적 미래에 — 미친다고 본다.
| 위협 | 내용 |
|---|---|
| 신뢰할 수 없는 결과 | 자동화 기법은 그럴듯하지만 신뢰할 수 없거나 틀린 논증을 만들어내며, 올바른 증명과 구별하기 어렵다. 형식화(formalization)에서도 컴퓨터 인코딩과 인간 표현 사이의 번역에 어려움이 있다. 동료 심사 체계가 과부하에 걸린다. |
| 귀속 실패와 저작권 침해 | 공개된 수학적 공유 자산을 광범위하게 학습한 모델은 종합한 인간 저작물을 제대로 인용하지 않는다. 다수 모델은 AI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맺어진 라이선스·접근 약정을 체계적으로 악용하거나, 저작권을 그냥 침해한 데이터로 구축됐다. |
| 의존과 불평등 | AI 사용 자체가 목적처럼 장려되면 채용·연구비·인정 메커니즘이 교란된다. 최신 독점 기술과 값비싼 연산 자원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가치가 맞지 않는 조직의 기술을 쓰기를 거부하는 연구자가 불리해진다. |
| 과장 보도 | 결과가 보도자료·블로그 같은 비공식 경로로, 과학적 평가에 필요한 정보 공개 없이 전달된다. 자동화 도구의 의의는 과장되고 그것을 가능케 한 인간의 선행 기여는 평가절하된다. 특정 수학 과제가 상업 제품의 일반 추론 능력 지표로 오용된다. |
| 자율성 상실 | 기술 기업의 개입이 커지면, 연구 질문이 깊은 의의가 아니라 자동화에 적합한지에 따라 우선순위가 매겨질 위험이 있다. 대학 예산 압박 속에서 연구자가 비대칭적 조건으로 기업과 협력하도록 떠밀린다. |
선언은 이 모든 도전이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의 결과 — 전쟁, 대량 감시, 정치적 교란, 환경 파괴 — 가 널리 논의되는 시점에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행동하지 않으면 수학 실천을 넘어선 위협을 지지하는 데 공모하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23개 권고
선언은 네 주체에게 실행 가능한 권고를 제시한다.
개인 수학자에게 (11개)
- 도구 사용 공개 — LLM, 머신러닝 시스템, 증명 보조기, 수학 소프트웨어 등 자동화 도구 사용을 투명하게 밝히고, 논문에 “도구 및 연산 자원 공개” 절을 둔다.
- 심사의 필요를 지원 — 정확하고 완전한 참고문헌, 가능한 경우 형식 증명을 제공해 동료의 심사 부담을 덜어준다.
- 오픈 사이언스 원칙 준수.
- 정확성에 대한 책임 유지 — 자동화 기법을 썼더라도 논증·결과의 정확성과 인용의 완전성에 대한 책임은 오직 인간 저자에게 남는다.
- 저작의 인간성 확인 — 공로와 책임은 인간 공동체에 속하며 자동화 시스템에 부여되지 않는다.
- 적절한 귀속에 노력 — 도구가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한계는, 새 결과를 가능케 한 출처를 능동적으로 찾아 표기할 의무를 낳는다.
- 공적 담론에 참여 — 진지한 과학 저널리즘을 지원하고 AI 보조 결과를 설명·맥락화한다.
- 신기술에 정통하게 유지.
- 새 기여자를 환영 — 타 분야에서 유입되는 연구자를 맞이하되, 그들에게 수학의 가치를 존중할 것을 요청한다.
- 어떤 도구를 쓸지 신중히 선택 — 비독점·에너지 효율·소규모 시스템으로 충분한지 고려한다.
- 윤리적 결과를 평가하고 행동 — 전쟁·억압·대량 감시·민주주의 훼손에 쓰이는 기술 개발과 관련된 작업은 필요하면 철회한다.
수학 기관·비영리 연구비 지원자에게 (8개)
- 전문성 구축과 전략적 계획, 출판·심사 정책 주도, 엄밀성 기준 유지(자동화 결과에 대한 인간의 핵심 논증 서술 요구, 형식 검증, 교차 확인 등), 저자 권리 보호(동의 없는 학습 데이터 사용 금지, 옵트아웃 보장), 동료 심사 출판 경로 고수, 산업과 독립된 공적 연구소 지원, 협업 프레임워크 제공(법률 지원·행동 강령), 가치에 부합하는 연구비 배분.
정부·정책 입안자에게 (4개)
- 저자 권리의 법적 보호 강화.
- 과장에 속지 말 것 — 보도자료가 아니라 수학자를 포함한 전문가와 상의해 정책을 세운다.
- AI 산업 규제 — 군사·대량 감시 관여, 허위정보·민주주의 훼손 기술, 환경 비용에 대한 공적 감독을 대폭 강화한다.
- 공적 연산 인프라에 투자 — 독점 기술의 공적 대안(온라인 협업 기본 서비스부터 연산 클러스터까지)에 자금을 댄다.
상업 AI에게
선언은 수학계가 기업 의사결정에 상응하는 역할을 갖지 못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수학 작업이 산업 AI에 끌려 들어간 두 경로 — 상업 제품 홍보에 수학을 쓰는 것, 수학 출판물과 형식 라이브러리를 학습 데이터로 쓰는 것 — 를 짚는다. 형식 증명은 인간 감독 없이 자동으로 정확성을 확인할 수 있어, 사실상 무한한 학습 피드백 원천이 된다. 그 전략은 “정리 증명으로 기른 능력이 더 넓은 일반 추론으로 확장된다"는 가정에 기댄다. 선언은 산업과의 협업이 최소한 선언이 동료에게 기대하는 기준을 따라야 하며, 기여자가 기업 정책을 공개적으로 말할 양심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이 선언이 “AI가 수학을 풀 수 있느냐"를 거의 다투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툼의 자리를 책임·귀속·심사·투명성·자율성으로 옮겨 놓았다. 증명을 자동으로 검증할 수 있다는 바로 그 성질 — 인간 감독 없이 정답 여부를 가릴 수 있다는 점 — 이 수학을 범용 AI 학습의 매력적인 연료로 만들었다는 분석이 특히 날카롭다. 자기 학문이 가진 가장 엄밀한 미덕이, 정작 그 학문을 상업적 추론 능력의 시험장으로 끌어들이는 통로가 됐다는 자각인 셈이다.
또 하나, 선언은 피해가 균등하지 않다고 거듭 말한다. 최신 독점 모델과 값비싼 연산에 접근할 수 있는 쪽과 그렇지 못한 쪽 사이의 불평등, 그리고 그 부담이 학생·초기 경력 연구자에게 쏠린다는 진단은 — 수학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 AI 시대 모든 지식 노동이 마주한 질문처럼 읽힌다.
출처
- 「Leiden Declaration on Artificial Intelligence and Mathematics」 (2026년 6월 2일) — 16인 실무 그룹, 발의자 Jim Portegies(아인트호벤 공대). 국제수학연맹(IMU) 지지.
- 원문: https://leidendeclaration.ai/
- DOI: https://doi.org/10.5281/zenodo.20302944
- 보도 참고: 조선일보 「“AI, 수학의 핵심 가치 위협”… 세계 수학자들 ‘라이덴 선언’ 발표」(곽수근 기자, 2026.06.03), 라이덴대학 뉴스, Scientific American, Isaac Newton Institute.
- 이미지: 라이덴대학 (Universiteit Leiden)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