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Interfere의 디자인 엔지니어 Jakub Krehel이 2025년 10월에 발표한 에세이다. AI 덕분에 만들기 쉬워진 시대에 양으로 기우는 제작 방식의 함정을 경고한다.
- 단순함은 장식을 덜어낸 상태라기보다 깊은 이해의 산물이며, 빼는 결정에는 더하는 결정보다 훨씬 많은 의도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 에이전트는 실행에 뛰어나지만 이해와 판단을 아직 갖추지 못했으므로, 그 두 가지는 사람이 맡되 스킬과 리뷰 커맨드로 팀의 기준을 에이전트에게 전달하라고 제안한다.
양보다 질, 실감하기 어려운 격언
AI와 함께라면 모든 아이디어, 새 기능, 늘 만들고 싶던 애니메이션이 프롬프트 몇 개 거리에 있다. 예전에 몇 시간, 며칠, 몇 주가 걸리던 일이 몇 분으로 줄었다. 저자는 이것을 초능력에 비유하면서도, 도구를 오래 쓸수록 양에 기대는 방식이 과연 최선인지 자문하게 된다고 적는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더 빨리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더 많이 만들어진다고 더 나은 것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제품에서 훌륭한 제품으로 넘어갈 때 사용자는 차이를 감각으로 느낀다. 도메인 전문가조차 그 차이의 요인을 전부 지목하기 어렵다. 대개 단일 요소가 아닌, 작은 결정과 디테일이 쌓여 만들어진 총합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결론은 간명하다. AI 시대에 돋보이고 오래 남는 제품은 의도와 각별한 정성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빼는 일이 더하는 일보다 어렵다
인간의 뇌는 일종의 에너지 절약 기계라서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것을 선호한다. 단순함은 불필요한 인지 부하를 줄이고, 경험을 덜 버겁게 만든다. 심리학의 처리 유창성(processing fluency) 개념도 같은 방향의 근거다. 처리하기 쉬울수록 더 친숙하고, 유쾌하고, 신뢰할 만하게 느껴진다.
“완벽함이란 더 보탤 것이 없을 때가 아닌, 더 뺄 것이 없을 때 달성된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AI는 추가를 그 어느 때보다 쉽게 만들었다. 그리고 추가는 제거보다 훨씬 유혹적이다. 무언가를 제거하려면 의도를 갖고 모든 함의를 따져야 하지만, 에이전트와 함께라면 눈을 감고 이것저것 더한 뒤 잘 되기를 바라는 쪽이 편하다.
저자는 Jony Ive의 말을 빌려 단순함을 다시 정의한다.
“참된 단순함은 잡동사니와 장식이 없는 상태 그 이상에서 나온다. 복잡함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이다.” (Jony Ive)
단순함은 이해에서 나온다
에이전트를 쉬지 않고 돌려 수백만 줄의 코드를 뽑아낼 수는 있어도, 그 결과가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저자는 애니메이션을 예로 든다. 기묘하게도 이제는 애니메이션을 넣는 쪽이 넣지 않는 쪽보다 쉬워졌다.
macOS에서 우클릭할 때 나오는 컨텍스트 메뉴를 생각해 보자. 열릴 때와 닫힐 때 모두 애니메이션을 넣는 것이 좋아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사용자가 이 동작을 하루에 수백 번, 때로는 수천 번 반복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루 200번 메뉴를 열고 애니메이션이 1회 300ms라면, 하루에 약 1분, 1년이면 6시간 이상을 애니메이션 재생을 지켜보는 데 쓰는 셈이다. 애니메이션은 방해물이 되고 거슬리기 시작한다.
무엇을 해결하려는지,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쓰는지 이해하고 나면, 애니메이션을 넣지 않는 쪽이 자명한 결정이 된다. 저자는 여기서 선을 하나 긋는다. 에이전트는 실행에는 놀랍도록 뛰어나지만, 이해와 판단은 아직 온전히 갖추지 못했다. 그리고 제품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 두 가지다.
팀의 기준을 에이전트가 쓸 수 있는 형태로
같은 논리가 엔지니어링에도 적용된다. 누구나 많은 코드를 쓸 수 있게 된 지금, 엔지니어의 산출물을 코드 양으로 평가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저자가 속한 Interfere에서는 최소한의 코드로 목적을 달성한 풀 리퀘스트를 축하한다.

코드를 리뷰하고, 좋은 코드와 나쁜 코드를 구별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코드를 작성하는 능력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동시에 더 희소해지고 있다. 지식과 이해 없이 곧장 만들기부터 시작하면, 에이전트의 산출물이 좋은지 나쁜지 가려내기 어렵고, 따라서 좋은 방향으로 조종하기도 어렵다.
Interfere는 품질 기준과 원칙을 사람과 에이전트가 함께 따를 수 있도록 자체 /codebase-standards 스킬을 만들었고, 이 기준에 비추어 코드를 리뷰하는 /interfere-review 커맨드를 짝지어 쓴다. 팀의 이해와 판단을 도구의 형태로 부호화한 것이다.

에이전트와 일하는 원칙 7가지
저자가 에이전트와 일할 때 따르는 원칙 목록이다.
- 생각을 에이전트에게 외주하지 마라.
- 비판적으로 보라. 에이전트가 쓴 것이 기본적으로 옳다고 가정하지 마라.
- 에이전트가 추가한 코드 한 줄 한 줄이 무엇을 하는지, 적어도 대략은 설명할 수 있게 하라.
- 지금 추가하는 것이 최종 결과물을 더 낫게 만드는지 생각하라.
- 에이전트는 당신의 연장이다. 당신이 무언가를 잘할수록 에이전트도 잘한다.
- 에이전트에게 맥락을 최대한 주어라. 스킬, 커맨드, MCP를 쓰고, 원하는 방식에 대해 뚜렷한 의견을 가져라.
-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AI에게 설명을 청하라. AI는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학습 도구 중 하나다.
결론
AI는 더 많은 기능, 더 많은 코드, 더 많은 애니메이션을 그 어느 때보다 쉽게 만들어 준다. 그만큼 굳이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을 만들기도 쉬워졌다. 요즘의 질문은 “만들 수 있는가"에서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로 옮겨갔다.
도구가 강력해질수록 이해, 판단, 테이스트가 더 중요해진다. 제품과 사용자와 문제를 이해하는 일, 뚜렷한 의견을 갖는 일, 비전을 세우는 일, 테이스트를 조율하는 일. 이것들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저자는 이렇게 맺는다. AI 시대에는 무엇을 만들지 않을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술일지도 모른다. 대체로, 적은 것이 많은 것이다.
머릿속에 남는 대목
컨텍스트 메뉴의 산수가 남는다. 300ms짜리 애니메이션이 연간 6시간이 된다는 계산 자체는 초등 산수지만, 이 산수를 시작하려면 사용자가 그 메뉴를 하루에 몇 번 여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판단은 재능이라기보다 이해의 결과물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이 짧은 계산 하나에 압축되어 있다. 원칙 목록의 다섯 번째 항목, “당신이 무언가를 잘할수록 에이전트도 잘한다"는 말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에이전트의 상한선은 모델 성능 이전에 그것을 부리는 사람의 이해 수준에서 먼저 정해진다는 이야기다.
출처
Jakub Krehel (Interfere 디자인 엔지니어, 디자인 엔지니어링 매거진 Interfaces 발행인), 2025년 10월 28일 발행. 원문: https://jakub.kr/writing/less-is-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