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1. 경향신문이 음악 프로젝트 ‘머무르’의 제작팀 글로리웨이브(이용석, 최성혁)를 서면 인터뷰하고, 대중음악 현장의 AI 활용 방식과 저작권 정산 공백을 취재했다. 머무르가 AI 음원 제작 프로그램 ‘수노(SUNO)’로 만든 곡은 멜론 톱 100 차트 3위까지 올랐다.
  2. 글로리웨이브는 작곡가로서 겪은 고민을 가사로 직접 썼다. 수노가 생성한 결과물은 기존 음악 제작 프로그램에서 멜로디와 구성을 고친 뒤 다시 AI에 입력했으며, 이 과정을 반복해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를 완성했다.
  3. AI 생성곡의 비중도 커졌다. 감사원 분석에서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리 대상 곡 표본의 60%에 AI 활용 가능성이 있었고, 스트리밍 업체 디저에서는 하루 업로드 곡의 과반이 AI 생성곡이었다. 그러나 신탁 등록 기준이 철회되면서 음원 사이트에서 발생한 AI 음원 저작권료는 미정산금으로 보관돼 있다.

멜론 3위에 오른 AI 보컬 곡과 글로리웨이브의 작업 방식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프로젝트 ‘머무르’의 노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가 2026년 10월 초 국내 음원 사이트 멜론의 톱 100 차트에 진입했다. 이후 최고 3위까지 올랐고, 10월 15일 기준으로는 4위다. 청취자들 사이에서는 AI가 부른 노래에 감동했다는 호평이 나왔고, 노래는 좋지만 AI 음원이라 듣기 꺼려진다는 반응도 함께 나왔다.

이 곡을 제작한 ‘글로리웨이브’(이용석, 최성혁)는 10여 년 동안 길구봉구, 황치열 등 가수들과 협업해 온 작사, 작곡 팀이다. 이들은 그동안 가수와 소속사의 요구에 맞춘 곡을 주로 썼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스스로 방향을 정해 자유롭게 음악을 하고 싶어 머무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과거에는 구상을 음악으로 구현하려면 편곡, 연주자 섭외, 가이드 보컬 녹음 등 여러 작업을 차례로 해야 했다. 이제는 AI로 다양한 멜로디와 편곡을 빠르게 시도해 보고, 예상하지 못한 아이디어도 얻는다.

그렇다고 명령어 한 번만 입력해서 원하는 곡을 바로 완성할 수는 없다. AI 생성 도구로는 특정 구간만 정밀하게 고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마디의 멜로디나 편곡만 바꾸려고 곡을 다시 생성하면, 앞서 마음에 들었던 구간까지 함께 바뀐다. 그래서 글로리웨이브는 AI가 만든 결과물을 기존 음악 제작 프로그램으로 가져와 멜로디를 직접 다시 부르거나 구성을 고친 뒤, 그 수정본을 AI에 재입력하는 방식을 택했다.

헤드폰을 목에 건 치비 서소영이 작업 책상에서 노트북의 디지털 파형 조각과 전통 악보 두루마리 사이로 하늘색 음표 조각들을 골라 재배치하는 모습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역시 이러한 반복 작업으로 완성됐다. 가사는 작곡가로서 꿈을 고민하던 개인적 경험을 소재로 사람이 직접 썼고, 기본적인 작곡과 보컬은 AI 음원 제작 프로그램 수노에 명령어를 입력해 만들었다. 명령어를 여러 차례 수정하고 음원 소스를 추가해 완성도를 높였다. 청취자들은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어릴 적 몰랐던 고민들이…나를 짓누르네요”라는 가사에 공감했다.

글로리웨이브가 애초부터 AI 도구를 반겼던 것은 아니며, 처음 수노를 접했을 때는 장난감 수준이라고 여겼다. 그러다 지난해 겨울 다시 사용해 보고 달라진 품질에 놀랐다고 한다. 오랜 세월 음악을 공부하며 일해 온 노력이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어, 한동안 작업을 멈출 만큼 고민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을 막을 수 없다면 빨리 이해하고 직접 사용해 보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지난 8일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AI의 기술적 한계가 있는 만큼 AI 음악이 음악 제작 과정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제는 음악을 만드는 기술보다 어떤 음악을 만들지가 더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콘텐츠 산업의 AI 도입률과 급증하는 AI 생성곡

음악뿐 아니라 대중문화 산업 전반에서 생성형 AI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공중파 TV 드라마에 AI로 만든 가상 인물과 배경이 등장하고, 영화 현장에서도 유명 감독들이 AI를 활용한 단편영화를 제작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기준 전체 콘텐츠 산업의 생성형 AI 도입률은 32.1%다. 전체 집계는 2023년 상반기 7.8%에서 시작해 2년 반 만에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년 4분기 기준 콘텐츠 산업 생성형 AI 도입률 추이 그래프(전체 2023년 상반기 7.8%에서 2025년 4분기 32.1%, 2025년 4분기 분야별 음악 15.2%, 영화 30.0%, 방송 및 영상 31.9%) 출처: 경향신문 원문

실제 음원 유통 시장에서 확인되는 AI 생성곡의 비율은 기업 설문 기준 도입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 지난 3월 감사원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리 대상 곡을 분석해 보니, 조사 표본의 60%가 AI를 활용해 작곡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프랑스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디저(Deezer)는 AI 생성곡을 따로 집계한다. 하루에 올라오는 AI 생성곡은 지난해 1월 1만 곡으로 전체 업로드의 10%였고, 올해 1월에는 6만 곡, 약 39%로 늘었다. 올해 6월에는 약 9만 곡에 이르러, 하루 업로드 곡의 과반이 처음으로 AI 생성곡이었다.1

유튜브에 업로드된, 저작권료가 없는 12시간짜리 카페용 AI 음악 플레이리스트 화면 유튜브에 게시된 AI 음악 플레이리스트 갈무리. 출처: 경향신문 원문

지급되지 못한 저작권료와 제도적 공백

AI 활용 음원이 차트 최상위권을 기록했지만, 저작권 등록과 수익 정산을 처리할 제도는 아직 정비되지 못했다. 글로리웨이브는 현재 머무르의 곡을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신탁 등록하지 않아 일반적인 작사, 작곡, 편곡 저작권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음원 유통 수익만 유통사를 통해 정산받는다.

플랫폼 역시 처리 기준이 없어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신지영 실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AI 활용 음악 신탁기준 토론회’에서 “음원 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저작권료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며 정산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멜론 측에 따르면 현재 AI 음원 수익금 가운데 저작권료 몫은 지급되지 못하고 미정산금으로 보관돼 있다.

한쪽에는 만년필과 악보, 다른 쪽에는 로봇 마이크를 올린 저울 옆에 하늘색 자물쇠로 잠긴 동전 상자와 트로피가 있고, 치비 서소영이 고민하며 바라보는 모습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 8월 AI 활용 음악의 신탁 등록 기준을 발표했다. 사람이 작사, 작곡, 편곡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한 곡이면 등록을 허용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기준을 철회했다. 글로리웨이브는 “사람이 창작한 부분과 AI로 생성한 부분을 구분해 인간이 창작한 부분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AI가 기존 음악을 학습하면서 저작권을 침해했는지에 관한 법적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산에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유니버설뮤직그룹과 소니뮤직 등은 AI 음악 생성 업체를 상대로 학습 데이터에 쓰인 음원의 권리를 다투는 소송을 제기했다. AI 생성물과 특정 원곡의 관계를 입증하고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일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기술적, 법적 과제다.

글로리웨이브는 앞으로도 AI를 활용한 창작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사람 연주자나 보컬과 협업하는 등 기존 음악 제작 방식과 AI를 결합하는 작업도 함께 할 예정이다. 이들은 “도구는 변해도 이야기는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

인터뷰 기사 끝에 실린 관련 기사의 제목은 「카페 점령한 ‘딸깍 음악’, 저작권 논의는 꾸물꾸물」이었다. 하나는 명령어 몇 마디로 수백 곡씩 대량 생성한 카페 배경음악이 청취자에게 피로감을 준다는 보도다. 다른 하나는 같은 수노로 만든 ‘머무르’의 노래가 멜론 3위까지 오르며 청취자를 울컥하게 했다는 인터뷰다. 한 기획 연재가 두 이야기를 모두 다룬 셈이다. 두 결과물은 생성 도구가 같아도 창작 과정이 크게 달랐다.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의 가사는 10여 년 경력 작곡가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직접 쓴 것이다. 멜로디도 AI가 한 번에 생성한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기존 작업 프로그램으로 가져와 직접 다시 부르고 고친 뒤 AI에 재입력하기를 반복해 완성했다.

사람이 겪은 이야기를 가사로 쓰고 수작업으로 편집한 곡이라도, 현행 제도에는 명령어만 입력해 대량 생성한 곡과 구분할 기준이 없다. 차트 3위에 오른 곡의 저작권료도 창작자에게 지급되지 못하고 플랫폼에 미정산금으로 보관돼 있다. 기술이 창작 현장에 보급되는 속도에 비해, 사람의 창작 기여도를 판별할 제도 마련은 더디다.

출처

  • 매체 및 기자: 경향신문 문화부 서현희 기자 (기획 연재 「딸깍! 누가 만들었나」)
  • 발행일: 2026년 10월 16일
  • 원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610160900001
  • 치비 서소영 삽화 두 장은 「느낌적인 느낌을 숫자로 옮기는 일」의 라인아트를 참조해 gpt-image-2.5-flare로 따로 생성했다.

  1. 경향신문은 앞서 2026년 9월 11일 자 기획 기사에서도 이른바 ‘딸깍 음악’을 다뤘다. 음식점과 카페 매장에 수노 같은 생성형 AI로 대량 제작한 플레이리스트가 보급되면서, 반복적인 배경음악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보도다. 이런 곡은 샤잠(Shazam) 등 음악 검색 앱으로도 검색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