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1. KB증권 리서치센터가 2026년 5월 29일 발행한 반기전략 리포트 「Gravity Rules」. 이은택·김민규 등 5명 공저, 80페이지. 한국증시 강세장 전망은 유지하되 “어디까지 오르냐"가 아니라 “언제 붕괴하냐"를 묻는 귀류법으로 접근한다.
  2. 핵심 진단은 셋이다. ① AI 투자는 스케일링 법칙·AGI 경쟁·플랫폼 선점·매몰비용의 네 요인 때문에 자기강화 국면에 들어가 하이퍼스케일러 스스로는 멈출 유인이 없다. ② 랠리를 실제로 끝내는 것은 AI 회사가 아니라 자금을 대는 자본공급자의 이탈이며, 그 임계 시그널을 셋으로 규정한다(미 10년물 5.0~5.3%, Core sticky CPI less shelter 3% 중반, 오픈AI IPO 실패). ③ 130년 3대 버블(1929·1971·1999)이 공통적으로 보인 후반부 패턴 — 시장 폭(breadth)의 지속적 축소 — 이 지금 한국에서도 정량으로 확인된다.
  3. 업종 결론은 주도주 쏠림이 더 격화된다는 것. 붕괴 시그널 감지 시 매도 순서는 펀딩 리스크가 큰 로봇·우주부터, 대형 인프라가 다음, 반도체가 가장 마지막이다. 여기에 김민규 퀀트 섹션이 개인 수급의 심리 프리미엄(고위험 ETF 편입 효과)이 주도주 생명을 어떻게 더 연장시키는지 설명한다.

리포트 개요

  • 제목: 2026년 하반기 주식전략 — Gravity Rules
  • 발행: KB증권 리서치센터, 2026-05-29
  • 저자: 이은택(주식전략·자산배분), 김민규(퀀트), 김지우, 이다은, 김세린
  • 볼륨: 80페이지, 도표 112개
  • 대상: 한국 KOSPI, AI 관련 주도주(반도체·IT·전력·로봇·우주), 글로벌 매크로 비교

Ⅰ. AI 투자는 스스로 멈출 수 없는 국면

리포트의 첫 프레임은 반도체 사이클을 세 단계로 재정의하는 데서 시작한다.

단계성격사이클 종점
슈퍼사이클수요 급증, 공급자가 재고 부담 지고 대응재고 조정으로 종료
과잉발주공급자 리드타임 확보 경쟁, 발주 물량이 실수요 초과발주 취소로 종료
자기강화발주 자체가 다음 발주를 부름재고 조정만으로는 종료 안 됨

이번은 세 번째다. 자기강화 국면에서는 재고 조정이 사이클을 끝내지 못한다. 오히려 발주가 발주를 부른다.

왜 자기강화가 되는가. KB증권은 네 가지 요인을 든다.

  1. 스케일링 법칙이 여전히 성능 개선을 예고한다. NVIDIA GTC 2025 키노트가 컴퓨트·데이터·파라미터를 늘리면 성능이 계속 개선된다는 실증을 공식화했다. S-curve 감속 신호는 없다. 프론티어 성능 결정에서 컴퓨트 확보가 60~70%, 개발자 역량이 30~40%라는 수치까지 나온다.
  2. AGI 선점 경쟁의 승자독식 압력. AGI에 먼저 닿는 회사가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가져간다는 인식이 CapEx 축소를 정치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3. AI 플랫폼 표준을 먼저 잡아야 한다는 락인 논리. 지금 인프라 지출을 줄이면 표준 경쟁에서 밀린다.
  4. 이미 지출된 매몰비용의 회수 압박. 여기서 멈추면 지금까지 넣은 돈이 손실 확정된다.

네 요인이 동시에 작동하는 한, 하이퍼스케일러 자체 브레이크는 걸리지 않는다. 그 결과가 재무제표에 남는 흔적은 무엇인가. 2026년 하반기 빅테크 총 free cash flow가 사실상 0에 수렴한다는 추정이다. 이 시점 이후에는 CapEx 자금을 자체 현금이 아니라 외부 자본에 의존해야 한다.

Ⅱ. 랠리를 멈추는 것은 자본공급자

리포트가 상투를 뒤집는 지점이 여기다. 통상의 버블 붕괴 논의는 “빅테크가 CapEx를 축소하는 순간"을 종점으로 본다. KB증권은 다르게 본다. 빅테크는 위 네 요인 때문에 스스로는 멈출 이유가 없다. 종점을 만드는 주체는 자금을 대는 쪽이다.

이 자금 흐름의 핵심은 오픈AI를 축으로 한 순환 고리다.

  •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클라우드 매출을 되받는 형태로 지분 투자를 늘린다.
  • NVIDIA는 오픈AI가 지급한 GPU 대금을 다시 오픈AI 관련 회사에 재투자로 순환시킨다.
  • 소프트뱅크는 오픈AI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다.

어느 한 축의 조달·차환이 막히면 나머지 축의 조달 조건도 동시에 악화된다. 특히 소프트뱅크의 부채 구조가 취약 고리로 지목된다.

붕괴 임계 3종 시그널을 리포트가 명시적으로 못박은 것이 흥미롭다.

  1. 미 10년물 국채금리 5.0~5.3% 돌파
  2. Core sticky CPI less shelter가 3% 중반대로 재진입
  3. 오픈AI IPO 실패 — 소프트뱅크 차환 위기의 방아쇠

세 신호가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켜지면 자본공급자 이탈이 시작되고, 그때가 실질적 랠리 종점이라는 판단이다.

Ⅲ. 130년 3대 버블이 공통으로 남긴 후반부 패턴

리포트가 가장 정성 들여 다룬 섹션이 이 부분이다. 1929년, 1971년 전후, 1999년 세 번의 대형 버블을 놓고 공통 패턴을 뽑아낸다.

첫째, 이익 둔화 시점과 주가 고점 사이에 시차가 있다.

닷컴 버블에서 S&P500 IT업종의 이익 성장률은 1999년 3월에 이미 꺾였다. 그러나 주가 고점은 2000년 3월이었다. 이익 지표로 고점 타이밍을 잡으려는 시도는 이 시차 앞에서 무력하다.

둘째, 후반부에는 시장의 폭(breadth)이 지속적으로 좁아진다.

GMO의 Jeremy Grantham이 뽑아낸 관찰이다. 슈퍼버블의 마지막 국면에서는 지수가 신고가를 만드는 동안에도 상승 종목의 폭이 좁아진다. 대다수 종목은 이미 조용히 하락하고 있는데 소수 주도주만 남아서 지수를 끌어올린다. 지수만 봐서는 후반부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

셋째, 커리어 리스크가 편승을 강제한다.

Howard Marks가 지적한 구조다. 펀드매니저는 벤치마크 대비 저성과를 내면 커리어를 잃는다. 그래서 개별적으로 “이건 이미 과열이다"라고 판단하더라도 벤치마크 편입 비중을 따를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주도주와 함께 절벽으로 떨어지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이 구조가 후반부 랠리의 마지막 상승을 만든다.

Ⅳ. 업종전략 — 주도주 쏠림은 더 격화된다

리포트는 한국시장의 쏠림을 정량으로 확인한다. 2025년 8월 이후 코스피 26개 업종 중 지수를 아웃퍼폼한 것은 반도체·IT하드웨어 단 2개뿐이다.

개별 종목 상승률(2025년 8월 대비):

종목상승률
삼성전자+320%
SK하이닉스+663%
SK스퀘어+693%
삼성전기+880%
LG이노텍+532%
주성엔지니어링+756%
가온전선+605%
대덕전자+604%

중소형까지 오르는 종목은 사실상 AI 밸류체인이다.

리포트는 앞으로도 이 쏠림이 완화되기보다 격화될 것으로 본다. 자본공급자 이탈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자기강화 국면과 커리어 리스크 편승이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붕괴 시그널 감지 시 매도 순서를 3그룹으로 나눈다.

  1. 1그룹 (먼저 매도): 펀딩 리스크가 큰 로봇·우주 등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테마주. 실적 없이 자본조달로 유지되는 종목이 먼저 무너진다.
  2. 2그룹 (다음): 대형 인프라(전력·통신 등). 실적은 있지만 자본조달 여건에 민감한 대형 자산이 뒤따라 조정을 받는다.
  3. 3그룹 (마지막까지 보유): 반도체. 구조적 부족 내러티브가 살아있는 한 자본공급자 이탈이 시작된 뒤에도 마지막 상승분을 만든다.

이 순서 이후에는 소외됐던 실적 우량주로 순환매가 확산된다는 것이 결론이다.

Ⅴ. 개인 수급이 만드는 주도주 생명연장

김민규 퀀트 파트가 이 리포트에서 가장 신선한 관찰이다. 주도주 쏠림이 왜 예상보다 오래 유지되는가에 대해 개인 수급의 행동경제학적 변화로 답한다.

변화 1: 처분효과의 약화. 전망이론이 예측하는 처분효과(이익은 빨리 실현, 손실은 미룸)가 최근 개인 투자자에서 약해지고 있다는 실증이 나타난다. 강세장을 오래 겪으며 학습된 “더 오른다"는 기대가 이익 실현을 늦추고, 결과적으로 개인이 흡수하는 위험자산 총량이 커진다.

변화 2: 자기귀인 편향이 간접→직접 이동을 이끈다. 처음에는 ETF·펀드로 시작한 개인이 몇 번의 성공을 자신의 능력으로 귀인하면서 개별 종목 직접투자로 옮겨간다.

변화 3: 고위험 ETF 편입 효과. 여기가 핵심이다. 레버리지·테마형 고위험 ETF가 다양화되면서, 특정 종목이 어느 ETF에 편입되었는가가 개인 수급의 심리적 프리미엄을 결정한다. 편입 종목은 ETF 자체 수급에 더해 “이건 대세다"라는 자기귀인이 겹쳐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한다.

리포트는 편입 종목과 비편입 종목의 밸류에이션 괴리를 매매 시그널로 활용할 것을 권한다. 편입 종목은 실적과 별개로 상승 지속력이 유지되고, 비편입 소외 우량주는 붕괴 이후 순환매의 대상이 된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

내가 곱씹은 대목은 “누가 랠리를 끝내는가"라는 관점 이동이다. 통상의 버블 논의는 실물 쪽 — 빅테크 CapEx나 AI 회사 실적 — 을 종점 후보로 놓는다. KB증권은 이 축을 자본공급자 쪽으로 옮긴다. AI 자기강화 4요인이 유효한 한 실물 쪽에서 브레이크가 걸릴 이유가 없고, 실제 임계는 금리·인플레·소프트뱅크 차환이라는 자본 조달 조건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시그널 감시의 대상도 재정의한다. 빅테크 실적 컨퍼런스 콜의 CapEx 가이드가 아니라, 미 10년물과 오픈AI IPO 로드쇼가 진짜 지표라는 뜻이다. 이익 성장률 꺾임에서 주가 고점까지 1년의 시차가 있었다는 1999~2000년 IT 사례는 이 관점 이동을 데이터로 뒷받침한다 — 실물 지표는 늦다.

또 하나. Grantham의 breadth 축소와 Marks의 커리어 리스크가 김민규 퀀트 섹션의 개인 수급 심리 프리미엄과 병치된 구성이 흥미로웠다. 기관은 벤치마크 압박 때문에 편승할 수밖에 없고, 개인은 자기귀인과 고위험 ETF 편입 프리미엄 때문에 편승하며, 두 힘이 만나 breadth 축소를 강화한다는 그림이 자연스럽게 서 있다. 리포트가 이 결합을 명시적으로 잇지는 않지만, 두 섹션을 나란히 읽는 사람에게 그 그림이 남는다.

도표를 옮기지 못한 이유

원문에 그림·표가 112개 실려 있으나 KB증권 리서치 리포트의 도표는 배포·인용 권한이 명확하지 않아 이 다이제스트에는 옮기지 않았다. 관심 있는 도표(반도체 사이클 상향 다이어그램, 1999년 이익 꺾임 vs 주가 시차 차트, 개인 가치함수 S-curve 등)는 원문에서 직접 확인해 주기 바란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