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한국경제 안정훈 기자의 2026-07-19 산업면 기사. 스팀 상반기 매출은 111억 달러로 반기 사상 최대인데, 해당 연도 신작이 가져간 몫은 21%로 2년째 내려앉았다. 매출의 79%가 기존 카탈로그에서 나온다.
- 알리니아애널리틱스의 원 리포트는 이 흐름을 “카탈로그가 사업이 되고, 신작은 그 사업의 마케팅이 된다"고 표현한다. 스팀 신작이 두 배로 늘어난 사이 이용자의 눈은 오히려 더 좁아졌고, 스팀 등록비 100달러를 회수하지 못한 신작이 40%다.
- 게임사는 프로젝트를 선별해 접고 검증된 IP에 자원을 몰아준다. 넥슨은 세 개를 접고 두 개(낙원·우치)를 키웠고, 엔씨는 자회사의 신작 RTS ‘택탄’을 접으며 인력의 75%를 정리했다.

카탈로그가 사업이고, 신작은 그 마케팅이다
기사가 축으로 삼은 통계의 원 출처는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사를 둔 게임 판매·오디언스 분석 회사 알리니아애널리틱스(Alinea Analytics)의 2026년 7월 리포트다. 이 회사가 스팀 상반기 매출을 정리한 결론은 짧다.
“The catalogue becoming the business, and the new release becoming the marketing for it.”
“카탈로그가 사업이 되고, 신작은 그 사업의 마케팅이 된다.”
Alinea Analytics, 2026-07
수치를 얹으면 이렇다.
| 지표 | H1 2024 | H1 2025 | H1 2026 |
|---|---|---|---|
| 스팀 상반기 총매출 | — | 97억 달러 | 111억 달러 (+14.5%) |
| 당해 연도 신작 매출 비중 | 29% | 27% | 21% |
| 기존 카탈로그 매출 비중 | — | 73% | 79% |
같은 리포트가 밝힌 H1 2026 상위 신작 세 편은 Forza Horizon 6, Resident Evil Requiem, Crimson Desert다. 각각 상반기 매출이 1.9억 달러 안팎으로, 상위권 안에서도 셋 다 대형 퍼블리셔의 IP·프랜차이즈 후속이다. 신작 몫 21%의 대부분이 신생 소품이 아니라 이미 브랜드가 확립된 시리즈로 흘러갔다는 뜻이다.
왜 신작 몫이 줄었나 — Valve의 AI 정책과 슬롭의 시대
숫자를 흐름으로 이어보면 원인이 조금 더 선명해진다.
2024년 1월 — 밸브가 스팀 개발자 정책을 개정해 AI 생성 콘텐츠를 폭넓게 허용했다. Pre-Generated(개발 중 사용)와 Live-Generated(실행 중 사용)를 구분하고, 스팀 상점 페이지에 AI 사용 공시를 의무화했다. 종전에 거절하던 대부분의 AI 생성 게임이 이때부터 상점에 오르기 시작했다.
2025년 — 스팀 신작이 2만1394개로 뛰었다. 2021년 1만1223개의 약 두 배다. 게임 엔진과 유통 플랫폼의 접근성, 생성형 AI가 결합한 결과다. AI and Games 리포트에 따르면 이 해에 스팀 상점 페이지에 오른 신작의 약 20%가 AI 사용 공시를 붙였다.
2025년 하반기 — ‘AI slop’이라는 표현이 게임 문맥에 붙기 시작한다. 이 단어는 2022년 이미지 생성기 확산 시기부터 커뮤니티에서 쓰이던 말이었지만, 2024년 5월 프로그래머 Simon Willison이 정리한 뒤 널리 퍼졌고, 2025년에는 메리엄-웹스터가 올해의 단어로 뽑았다. 게임 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것이 Call of Duty: Black Ops 6의 AI 생성 로딩 화면 — 좀비 산타의 손가락이 여섯 개였다.
2025년 12월 중순 — 스팀에서 그 해 출시된 신작 1만9112개 중 9327개가 이용자 평가 10건에도 못 미쳤다. 2229개는 한 건도 받지 못했다.
| 스팀 2025 신작 (12월 중순 기준) | 게임 수 | 비중 |
|---|---|---|
| 평가 0건 | 2,229 | 11.7% |
| 평가 10건 미만 | 9,327 | 48.8% |
| 전체 | 19,112 | 100% |
Gamalytic이 같은 시점에 집계한 결과도 방향은 같다. 2025년 스팀에 출시된 신작의 약 40%가 스팀 등록비 100달러조차 회수하지 못했고, 연매출 10만 달러 이상은 약 8%다. 중간값 매출은 249달러. GameDiscoverCo의 Simon Carless는 다른 각도에서 이 흐름을 짚는다.
“There’s no inherent advantage to being a large company launching a game on Steam vs. a tiny solo dev, by and large.”
Simon Carless, GameDiscoverCo, 2026-06
그는 발견 가능성 위기의 더 큰 원인이 AI 자체가 아니라, 무료 언리얼 엔진과 저가 에셋, 100달러 등록비의 조합으로 사실상 진입 장벽이 사라진 취미 개발자(hobbyist)의 대량 진입이라고 본다. 실측으로 보면 두 힘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AI가 낮춘 것은 제작 원가이고, hobbyist를 진입시킨 것은 등록 원가다. 스팀 상점 앞줄에 도달하는 병목은 그 두 겹이 겹친 자리에서 지금 만들어지고 있다.
신작은 왜 발견되지 못하는가 — 이용자의 방어 자세
기사에서 익명의 게임업계 관계자가 정리한 문장이 이 국면을 짚는다.
“AI로 만든 듯한 비슷한 게임이 잇달아 노출되면서 이용자가 신작을 일단 의심하고 있다. 초기 평가 수와 동시접속자, 업데이트 이력 등을 확인한 뒤에야 구매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익명의 게임업계 관계자, 한국경제 인용
이용자가 신작에 대해 방어 자세를 취하는 세계에서, “만들어냈다"는 것과 “발견됐다"는 것 사이의 간격은 크게 벌어진다. 국내 한 중소 게임사 대표의 말이 그 간격의 무게를 보여준다.
“AI로 개발 비용은 아꼈지만, 제대로 된 게임이라는 걸 증명하고 초기에 이용자를 끌어오기 위한 마케팅 비용은 과거보다 몇 배 커졌다. 출시 초반 반응을 얻지 못하면 제대로 평가 받기도 전에 묻혀 차기작은 꿈도 못 꾼다.”
국내 중소 게임사 대표, 한국경제 인용
이 관찰은 밸브 스스로의 시야와도 겹친다. GDC 2026(2026-03)에서 밸브는 2025년 한 해 스팀에서 매출 10만 달러 이상을 낸 타이틀이 5,863개라고 밝혔다. 2020년의 약 3천 개에서 꾸준히 늘어난 숫자다. 이 숫자는 전체 카탈로그 기준이고, 앞서 본 Gamalytic의 8%는 2025년 신작 기준이라 층위가 다르다. 다시 정리하면,
- 카탈로그 전체로는 매년 10만 달러를 버는 게임이 늘어난다.
- 그러나 그 해 새로 나온 게임 중에서 10만 달러를 넘는 비율은 오히려 얇아진다.
같은 스팀 안에서 두 그림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고, 이 벌어짐이 바로 알리니아가 요약한 “카탈로그가 사업이 된다"는 문장의 실측이다.
자본 배분으로 옮겨간 경쟁 — 넥슨과 엔씨
넥슨. 2026-05-14 발표한 1분기 어닝레터에서 넥슨은 프로젝트 세 개를 접고 두 개에 자원을 몰아주는 결정을 명시했다. 원문은 이렇다.
“Following a product review for quality and commercial viability, three projects were cancelled and additional funding was allocated to two promising games: NAKWON: LAST PARADISE and Woochi the Wayfarer.”
Nexon Q1 2026 Earnings Letter, 2026-05-14
투자 확대 대상 두 게임은 좀비 서바이벌 슈터 낙원: 파라다이스(NAKWON: LAST PARADISE)와 오픈월드 액션 우치 더 웨이페어러(Woochi the Wayfarer)다. 중단된 세 개 중 국내에 이름이 공개된 것은 판타지 오픈월드 어드벤처 프로젝트 EL(개발 인원 약 100명, 2년가량 진행) 하나이고, 나머지 둘은 미공개다. 2026년 2월 취임한 신임 회장 패트릭 쇠더룬드는 매주 열리는 포트폴리오 검토 회의를 도입했다고 어닝레터에 함께 실었다.
같은 분기 넥슨의 총매출은 1조4201억원(¥152.2B, +34% YoY)으로 단일 분기 역대 최대였고, 메이플스토리 프랜차이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늘었다. 2003년 출시된 게임의 20여 년 만의 성장이라는 무게는 크지만, 배경을 보면 원조 PC 클라이언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메이플 키우기(방치형)와 메이플스토리 월드가 글로벌·모바일 축을 새로 열었고, 북미·유럽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뛰었다. 하나의 IP가 여러 파생물로 카탈로그를 두껍게 만들면서 매출이 계단식으로 올라간 것이다. 카탈로그가 사업이 된다는 문장의 국내판 예시로 부족하지 않다.
엔씨. 2025-08-12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박병무 대표는 자회사 루디우스게임즈가 개발하던 코옵 RTS 택탄: 나이츠 오브 더 가즈(TACTAN: Knights of the Guzz)의 개발 중단을 공식화했다.
“게임 출시를 하기 위해서 게임성 평가 기준을 높인 결과 이대로 출시하는 것보다는 지금 현재의 게임을 드롭하고…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게 훨씬 더 낫겠다라는 판단”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 2025-08-12 컨퍼런스콜
루디우스게임즈는 분사 당시 약 100명 규모였는데, 이 결정 이후 25명만 남고 75%가 조직을 떠났다. 남은 인력은 20~30개월치 희망퇴직금을 받고 나갔다. 남은 25명은 새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시작했다. 개발 문턱은 낮아졌지만 그 다음 단계, 즉 “출시할 만한 게임"이라는 문턱은 오히려 높아진 것이 이 결정의 배경이다.
이 두 회사만의 얘기는 아니다. 2025~2026 동안 컴투스는 라온스튜디오를 해체했고, 크래프톤은 조직 통폐합과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AI 인력을 제외한 인원을 동결했다. 위메이드는 디스민즈워 관련 권고사직이 있었고, 펄어비스는 주요 신작 부재 속에 투자 축소 기조로 돌아섰다. 팬데믹 시기에 팽창한 개발 조직이, 수익성 기준 미충족 프로젝트를 축으로 다시 접히고 있다.
기사가 마지막에 끌어들인 업계 관계자의 진단은 이 국면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
“AI 시대 게임 업체의 경쟁력은 단순 출시작 수가 아니라, 유망 신작을 선별해 개발하고 흥행작을 장수 프랜차이즈로 키우는 자본 배분 능력에서 갈릴 것이다.”
익명의 게임업계 관계자, 한국경제 인용
가장 눈여겨본 지점
내가 곱씹은 대목은 “카탈로그가 사업이 되고 신작은 그 사업의 마케팅이 된다"는 알리니아의 한 문장이다. 이 문장은 게임사가 스튜디오에서 자산운용사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지목한다. 어떤 신작을 어느 시점에 얼마나 크게 만들지, 언제 접을지를 결정하는 감각이 흥행보다 앞선 게임 자체가 된다. 넥슨이 매주 포트폴리오 회의를 열고, 엔씨가 이미 100명이 3년 이상 붙어 있던 프로젝트를 접을 수 있다는 것은 그 감각이 조직 습관으로 내려앉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그 아래에는 두 겹의 낮아진 문턱이 겹쳐 있다. AI가 낮춘 제작 원가와, 스팀 등록비·무료 엔진·저가 에셋이 낮춘 등록 원가. Simon Carless가 짚은 hobbyist의 대량 진입은 두 번째 층의 이야기이고, 안정훈 기자의 기사가 짚은 ‘AI 슬롭’은 첫 번째 층의 이야기다. 서로 다른 층이 겹치면서 이용자에게는 “일단 의심하고, 초기 지표를 확인한 뒤 지갑을 연다"는 방어 자세가 굳어졌다.
이 방어 자세 위에서 오래된 IP는 안전한 선택이 아니라 가장 비싸게 값이 매겨진 자산으로 재평가된다. 20여 년 된 메이플스토리 매출이 한 분기 만에 42% 뛴 것, H1 2026 스팀 신작 매출 상위 세 편이 모두 대형 프랜차이즈 후속이라는 것은 그 값을 뒷받침한다. 신작 절반이 리뷰 10건도 못 받는 세계에서, 이용자가 이미 그 이력을 알고 있는 이름은 그 자체로 마케팅 자본이다.
한 가지 열려 있는 질문. Gamalytic 기준 2025년 스팀 신작의 매출 중간값은 249달러다. 이 숫자가 알려주는 것은 스팀의 절반 이상 신작이 취미의 결과물이지 상업 프로젝트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이 반쪽이 통계에 함께 세어지는 한 “신작 매출 비중 21%“는 실제 상업 프로젝트의 성적표라기보다 통계적 착시에 가까울 수 있다. 이 층을 걸러내고 나면 ‘진짜 상업 신작’이 상반기에 어느 정도의 매출을 거뒀는지가 다르게 보일 것이다. 다음 알리니아·Gamalytic 분기 리포트에서 확인하고 싶은 지점이다.
숫자 한자리 정리
| 지표 | 값 | 출처 |
|---|---|---|
| 2026 H1 스팀 총매출 | 111억 달러 (+14.5% YoY) | Alinea Analytics 2026-07 |
| 2026 H1 신작 매출 비중 | 21% (2024 29% → 2025 27% → 2026 21%) | Alinea Analytics |
| 2026 H1 신작 상위 3편 | Forza Horizon 6 / RE Requiem / Crimson Desert | Alinea Analytics |
| 2025 스팀 신작 수 | 21,394개 (2021년 11,223개의 약 2배) | SteamDB (다수 매체 인용) |
| 2025 신작 등록비 미회수 | 약 40% | Gamalytic 2025-10 |
| 2025 신작 연매출 10만 달러 이상 | 약 8% | Gamalytic |
| 2025 신작 매출 중간값 | 249달러 | Gamalytic |
| 2025 스팀 전체 카탈로그 10만 달러+ | 5,863개 (2020년 3천 개대비 증가) | Valve GDC 2026-03 |
| 스팀 AI 콘텐츠 정책 개정 | 2024-01-10 (Pre-/Live-Generated 구분, 공시 의무) | Steam Announcements |
| 2025 스팀 신작 AI 공시 비율 | 약 20% | AI and Games 2025 |
| 넥슨 Q1 2026 매출 | 1조4201억원 (+34% YoY, 단일 분기 최대) | Nexon Earnings 2026-05 |
| 넥슨 메이플스토리 프랜차이즈 | +42% YoY | 동상 |
| 엔씨 택탄 개발 중단 | 2025-08-12 발표, 루디우스게임즈 100→25명 | 엔씨 2Q 2025 컨콜 |
출처
- 안정훈. “‘AI로 만든 건 재미없어’…더 잘나가는 옛날 게임.” 한국경제 2026-07-19 지면A23. 원문: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71928421
- Alinea Analytics. “Steam is having another record year.” 2026-07. https://alineaanalytics.substack.com/p/steam-is-having-another-record-year
- SteamDB. Game Release Summary. https://steamdb.info/stats/releases/ (직접 접근 제한, 간접 인용: PC Guide 2025-12-15 https://www.pcguide.com/news/steam-breaks-another-record-for-annual-game-releases-but-almost-half-of-them-have-fewer-than-10-reviews/)
- Gamalytic. Steam Analytics 2025 데이터. https://gamalytic.com/steam-analytics (요약: WN Hub 2025-10-22 https://wnhub.io/news/stores-and-publishing/item-49120)
- Chris Kerr. “Valve says 5,863 titles earned over $100,000 on Steam in 2025.” Game Developer, 2026-03-11. https://www.gamedeveloper.com/business/valve-says-5-836-titles-earned-over-100-000-on-steam-in-2025
- Simon Carless. “Why ‘hobbyists’ are a bigger discovery disruptor for games than AI.” GameDiscoverCo, 2026-06-02. https://newsletter.gamediscover.co/p/why-hobbyists-are-a-bigger-discovery
- Valve. Steam AI 콘텐츠 정책 개정 공지. 2024-01-10. https://store.steampowered.com/news/group/4145017/view/3862463747997849618
- Nexon. Q1 2026 Earnings Letter. 2026-05-14. https://www.businesswire.com/news/home/20260514529375/en/Nexon-Releases-Earnings-for-First-Quarter-2026
- 뉴데일리. “박병무 엔씨 대표, 택탄 개발 중단 공식화.” 2025-08-12.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5/08/12/2025081200077.html
- 게임메카. 택탄 개발 중단 관련 후속 보도. 2025-10-17. https://www.gamemeca.com/view.php?gid=17672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