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1. 중국 산시사범대학의 Yilin Li와 홍콩침례대학의 Yuen Kuang Jun은 게임 속 도덕적 선택이 서사 몰입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고, 그 결과를 심리학 학술지 「Acta Psychologica」에 발표했다. 논문은 9월 22일 온라인으로 공개됐고, 일본 게임 매체 AUTOMATON이 9월 29일 이 연구를 소개했다.
  2. 연구진은 중국 게이머 320명에게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과 『바이오쇼크』의 도덕적 딜레마 장면을 보여 주었다. 선택지를 직접 고른 그룹에서는 비도덕적 선택을 한 참가자가 평균 3.83점으로 가장 깊이 몰입했고, 도덕적 선택을 한 참가자는 3.43점이었다. 시스템이 선택지를 무작위로 고른 그룹에서는 도덕적 전개가 3.14점, 비도덕적 전개가 2.39점으로 순서가 역전됐다.
  3. 죄책감과 자부심은 선택과 몰입의 관계를 유의하게 매개했지만, 수치심의 매개 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자기 의지로 고른 비도덕적 선택이 죄책감과 긴장을 동반한 갈등을 일으키고, 그 갈등이 플레이어의 몰입을 강화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연구 배경

게임 속 선택의 도덕성이 서사 몰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연구됐다. 그런데 연구진에 따르면, 도덕적인 선택과 비도덕적인 선택 가운데 어떤 선택을 했을 때 플레이어가 더 깊이 몰입하는지를 두고 선행 연구들의 결론이 서로 달랐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연구는 플레이어가 그 선택을 스스로 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떤 감정을 일으켰는지를 함께 고려했다. 연구진은 자기결정이론1을 바탕으로 자율성과 도덕적 감정을 서사 몰입 모형에 포함했다. 죄책감, 수치심, 자부심을 매개 변수로 삼고, 자율성은 선택이 몰입에 미치는 직접 효과를 조절하는 변수로 설정했다.

자율성, 도덕적 의사결정, 죄책감, 수치심, 자부심, 서사 몰입을 상자로 그리고 가설 H1부터 H4c까지의 경로를 화살표로 표시한 연구 모형 도식 그림 2. 연구진이 세운 가설 모형. 도덕적 의사결정이 죄책감, 수치심, 자부심을 매개로 서사 몰입에 영향을 주고, 자율성이 그 직접 효과를 조절한다고 가정했다. 출처: Li & Jun, Acta Psychologica (2026), CC BY-NC-ND 4.0

실험에 쓰인 두 장면

연구진은 중국에서 18세부터 39세까지의 게이머 320명을 모집했다. 남성이 174명, 여성이 146명이었고, 참가자들은 한 주에 평균 6시간 정도 게임을 했다. 실험 자극으로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Detroit: Become Human)』과 『바이오쇼크(BioShock)』의 영상을 사용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영상에서는 행크 경위와 수사용 안드로이드 코너가 캄스키의 저택을 찾아간다. 캄스키는 안드로이드를 발명한 인물이다. 그는 사건 정보를 원하는 코너가 조수 안드로이드 클로이를 쏠 수 있는지 시험한다. 연구진은 코너가 클로이를 쏘면 ‘도덕성이 낮은 선택’, 쏘지 않으면 ‘도덕성이 높은 선택’으로 간주했다.

어두운 바에서 코너가 술잔을 쥔 행크를 내려다보는 장면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코너와 행크. 이미지 출처: AUTOMATON

『바이오쇼크』의 주인공 잭은 해저 도시 랩처에 불시착한다. 실험에는 잭이 그곳에 붙잡혀 있는 리틀 시스터를 ‘구출’할지 ‘수확’할지 고르는 장면을 사용했다. 이 게임에서는 리틀 시스터를 만날 때마다 이 선택을 해야 한다. 리틀 시스터의 몸에는 캐릭터 강화에 쓰는 유전자 조작 물질 ADAM이 있어서, 리틀 시스터를 희생시키면 더 많은 ADAM을 얻을 수 있다. 연구진은 리틀 시스터를 구출하는 선택은 도덕성이 높고, 수확하는 선택은 도덕성이 낮다고 보았다.

눈이 노랗게 빛나는 리틀 시스터가 촛불이 켜진 어두운 복도에서 정면을 바라보는 장면 『바이오쇼크』의 리틀 시스터. 이미지 출처: AUTOMATON

실험 절차

연구진은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배정했다.

그룹선택 방식
그룹 A두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5초 이내에 직접 고르고, 그 선택에 따른 결말 영상을 본다
그룹 B선택지는 똑같이 제시되지만, 시스템이 무작위로 고른 선택지의 결말 영상을 본다

선택이 정해지면 모든 참가자는 먼저 죄책감과 수치심, 자부심에 관한 질문에 답했다. 그다음 결말 영상을 보고 서사 몰입에 관한 질문에 답했다. 참가자들은 모든 문항을 5단계 척도로 평가했다.2

실험 결과

네 조건의 서사 몰입 평균은 다음과 같다.

조건도덕적 선택 또는 전개비도덕적 선택 또는 전개
그룹 A (직접 선택)3.43점3.83점
그룹 B (시스템이 무작위로 선택)3.14점2.39점

논문 초록은 이 결과를 ‘교차 상호작용 효과’라고 불렀다. 선택권이 있는 그룹과 없는 그룹에서 두 선택의 몰입감 순서가 서로 반대라는 뜻이다. 초록에 따르면, 선택권이 있는 조건에서 비도덕적 선택을 한 참가자가 더 깊이 몰입한 것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연구진은 이어서 죄책감, 수치심, 자부심이 각각 선택과 몰입의 관계를 매개하는지를 병렬 매개 모형3으로 분석했다. 죄책감과 자부심의 매개 효과는 유의했지만, 수치심의 매개 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 참가자의 주간 게임 플레이 시간을 통제한 분석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연구진의 해석과 남은 과제

연구진은 플레이어가 캐릭터의 행동을 스스로 골랐는지에 따라 선택의 도덕성과 서사 몰입의 관계가 달라진다고 결론지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그 선택을 자기 의지에 따른 것으로 여기고, 결과에도 더 강한 책임을 느끼기 쉽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비도덕적 선택을 하면 죄책감과 긴장감을 동반한 도덕적 갈등이 생긴다. 연구진은 이런 감정 때문에 플레이어가 상황에 더 집중하고 깊이 생각하게 되면서 몰입감이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연구진은 향후 과제로 다른 문화권과 연령대의 게이머를 실험 대상에 포함하는 연구를 제시했다. 또 이번 실험은 게임 전편이 아닌 짧은 장면으로 진행했으므로, 작품 전체를 플레이하거나 오래 플레이했을 때도 같은 경향이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AUTOMATON은 이 결과를 알고 게임을 하면 플레이 중에도 어느 정도 메타적인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게임을 어떻게 즐길지 생각할 때 이 실험 결과를 참고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덧붙였다.

가장 의외였던 숫자

그룹 B의 2.39점을 보고 나는 조금 놀랐다. 클로이를 쏘거나 리틀 시스터를 수확하는 영상은 선택을 누가 했든 내용이 같다. 그런데 그 영상을 본 참가자의 몰입감 평균은 시스템이 대신 골랐을 때 네 조건 가운데 가장 낮았고, 직접 골랐을 때 가장 높았다. 도덕적인 선택이나 전개를 본 참가자끼리는 그룹 A와 B의 차이가 0.29점밖에 나지 않았는데, 비도덕적인 경우에는 1.44점이나 차이가 났다. 플레이어가 비도덕적인 장면에 깊이 몰입하려면, 그 장면을 직접 골라야 했던 셈이다. 연구진의 해석대로라면 플레이어는 자기가 직접 고른 결과에만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AUTOMATON이 말한 메타적인 생각도 이 대목과 관련이 있다. 이 연구 결과를 알고 일부러 나쁜 선택지를 고른 플레이어는 도덕성보다 몰입감을 기준으로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선택한 플레이어도 똑같이 죄책감을 느낄지는 이번 실험만으로 알 수 없다. 이번 실험에서는 5초 이내에 골라야 했으므로, 그런 계산을 할 시간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출처

발신: AUTOMATON / Shion Kaneko (2026-09-29) 원문: https://automaton-media.com/articles/newsjp/20260929-470561/

원 논문:

  • Yilin Li, Yuen Kuang Jun. “Why are immoral choices more immersive? The effect of moral decision-making on narrative immersion via moral emotions and the moderating role of autonomy - Evidence from Chinese gamers.” Acta Psychologica 270, 107861 (2026). https://doi.org/10.1016/j.actpsy.2026.107861

연구 설계와 결과는 AUTOMATON 기사와 논문 초록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게임 화면 이미지는 AUTOMATON 기사에서, 가설 모형 도식은 논문에서 인용했다. 논문은 CC BY-NC-ND 4.0 라이선스로 공개되어 있다.


  1.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은 자율성과 유능감, 관계성을 인간 동기의 기본 욕구로 보는 심리학 이론이다. ↩︎

  2. 논문 초록은 이 설계를 자율성(높음, 낮음)과 선택의 도덕성(높음, 낮음)을 조합한 2×2 혼합 실험 설계로 설명한다. ↩︎

  3. 병렬 매개 모형(parallel mediation model)은 여러 매개 변수를 한 모형에 동시에 포함하고, 각 매개 변수의 간접 효과를 따로 추정하는 분석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