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게임 개발 무경험자인 45세 퍼스널 트레이너 후지나가 나오키가 Claude Code만으로 3개월·약 400달러에 디아블로 스타일 아이소메트릭 ARPG
<파이어필드>를 얼리 액세스로 출시했다 — 12만 줄 코드, 95개 언어 자막, 70개 언어 더빙, 100개 도전 과제가 1인 작업이다. - 첫 달은 무계획한 vibe coding으로 컨텍스트가 폭발했고, 중반부터 시스템별 파일 분리·CLAUDE.md를 인덱스 디렉토리로 운영·1~2주 주기 정기 리팩토링 세 가지를 도입해 ‘문맥과의 싸움’을 통제했다.
- 인터뷰의 마지막 메시지는 “AI가 게임 창작을 민주화하는 이 순간에도, 베테랑 개발자들이 수십 년간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토대 위에 우리가 서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는 당부다.

어떤 게임인가
디스이즈게임 한지훈 기자가 메일함에서 발견한 보도자료 한 줄이 인터뷰의 시작이었다 — “게임 개발 경험이 전혀 없는 45세의 무경험자가, 단 3개월 동안 오직 AI가 작성한 코드로만 완성한 게임.”
기자가 직접 플레이한 첫인상은 영락없는 1996년작 <디아블로>의 카피였다. 이글거리는 불꽃 위의 게임 타이틀, 영어 폰트, 클래스 선택 화면, 아이소메트릭 시점의 작은 마을과 캐릭터까지.
▶ 흐린 눈으로 봐도 영락없는 <디아블로>의 카피 게임처럼 보인다.
그러나 튜토리얼·메인 퀘스트가 제대로 존재했고, 인벤토리·상태창·스킬창이 단축키로 열렸으며, ‘WASD’로 이동도 됐다. NPC에게 말을 걸면 AI 생성 음성이 세계관을 설명했고(이유는 알 수 없으나 모든 NPC에 눈동자가 없다), 던전에서는 익숙한 핵앤슬래시가 이어졌다.
▶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모든 NPC들의 눈에 눈동자가 없다.
장비 외형이 캐릭터에 반영되고, 스킬마다 고유 이펙트가 붙어 있었다. 던전 2층부터는 챔피언 몬스터와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고 화면 중앙에 보스 체력바가 표시됐다.
▶ 게임의 전체적인 그래픽과는 맞지 않지만, 나름 화려한 스킬 연출도 있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포탈을 탔더니 맵 밖에 갇혀서 못 나올 뻔한 버그도 있었다.

개발자 배경과 프로젝트 동기
후지나가 나오키는 현재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하는 45세 일본인이다. 활동명은 ‘로브 오브 파이어(Robe of Fire)’. 지금까지의 일은 항상 육체노동이었고 IT·프로그래밍과 무관했다. AI만으로 만든 게임 <코덱스 모르티스> 기사를 읽고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디아블로> 스타일을 고른 이유는 30년에 가까운 디아블로·울티마 온라인 플레이 경험이다. 같은 세대 플레이어들에게 그 시절의 감정을 다시 한 번 안기고 싶었다.
게임 이름 ‘파이어필드’는 1997년 <울티마 온라인> 베타에서 Rainz라는 플레이어가 파이어 필드 마법으로 로드 브리티시를 암살한 MMO 역사상 전설적 사건에 대한 오마주다. 게임 내 서사도 ‘Rainz가 왕을 살해한 이후, 그의 후손인 플레이어가 조상이 왕을 죽인 이유를 찾는다’는 줄거리로 그 사건을 차용한다.
▶ 유명한 <울티마 온라인>의 로드 브리티시 암살 사건.
본인은 “직업적 지식이 AI 개발 작업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한다. 굳이 도움된 것을 꼽자면 보디빌딩 대회 우승 과정에서 길러진 ‘인내력’ 하나. “그 끔찍했던 훈련과 감량 기간에 비해서도 지난 3개월간의 게임 개발이 더 힘들었다"는 표현을 썼다.
엔진 선택 — 학습 비용 vs 생성 비용의 역전
유니티·언리얼 같은 상용 엔진을 쓰지 않았다. 3개월 데드라인 안에서 엔진을 기초부터 배우는 데 수십~수백 시간을 쏟을 여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AI에게 원하는 메커니즘을 말로 설명하면 AI가 엔진에 해당하는 부분을 직접 작성하게 했다.
AI 시대 이전이라면 1인 개발자가 바닥부터 엔진을 만든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였겠지만, 이제는 AI가 ‘엔진을 배우는 비용’과 ‘엔진을 만드는 비용’의 역학 관계를 뒤집어 놓았다고 생각한다.
엔진 무경험이 약점이 아니라, 기존 관행에 매이지 않은 채 “나에게 딱 맞는 맵 에디터와 에셋 통합 워크플로우를 백지에서 구축"할 수 있는 자유로 작동했다. 이 프로젝트 전용의 고유한 개발 흐름을 가졌던 것이 3개월 완성의 주요 요인이라고 본다.
비용 구조 — Claude Max 5x → 20x로 약 400달러
| 항목 | 사용 내역 |
|---|---|
| 코드 생성 | Claude Code, 주력 모델 Opus + 보조 Sonnet |
| 구독 플랜 | 처음 2개월 Claude Max 5x (월 100달러), 마지막 1개월 Claude Max 20x (월 200달러) |
| 총 구독 비용 | 약 400달러 (한화 약 56만 원) |
| 산출물 | 12만 줄 코드 + 95개 자막 + 70개 더빙 + 100개 도전 과제 |
| 누적 토큰 (AI 추정) | 수천만 ~ 2억 토큰 |
| 일반 API였다면 | 수천 달러 |
| 이미지 | ChatGPT |
| 비디오 | Kling AI |
| 음악 | Suno AI |
| 그 외 | 다양한 로컬 AI 모델과 추가 도구 |
코드는 단 한 줄도 직접 쓰지 않았다. 모든 것은 AI로 생성되고 3개월에 걸쳐 축적됐다.
문맥과의 싸움 — 첫 달의 실패와 세 가지 처방
첫 달은 구조 관리 의식 없이 기능만 쌓았다. 결과적으로 첫 달 말에는 AI의 제한 시간을 단 1~2시간 만에 다 써버리는 일이 잦아졌다. AI가 무언가를 수정·추가할 때마다 관련 데이터를 먼저 읽어야 하는데, 코드베이스가 커지자 읽을 양이 늘어 사고 시간이 눈덩이처럼 불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중반에 깨닫고 세 가지 처방을 도입했다.
- 시스템별 파일 분리 — 마법·맵·적 같은 시스템 역할에 따라 파일을 깔끔하게 분리해, AI가 특정 작업에 관련된 파일만 읽도록 만든다.
- CLAUDE.md를 인덱스 디렉토리로 — Claude Code의 프로젝트 메모리 파일에 “일종의 인덱스 디렉토리"를 작성해, 특정 기능을 수정할 때 어떤 파일을 봐야 하는지 명시한다. AI가 불필요하게 파일을 검색·탐색하느라 토큰을 낭비하지 않게 한다.
- 1~2주 주기 정기 리팩토링 — 개발이 계속되면서 버그 발생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소 2주에 한 번, 혹은 1주에 한 번씩 AI가 직접 전체 코드 구조를 정리하게 한다.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리팩토링의 구체적인 내용은 전적으로 AI에게 맡겼다. 본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개인적으로는 기초가 없는 땅에 탑을 쌓으면서 그 아래의 기초를 보강하는 작업 같다고 느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코딩 자체가 아니라 문맥과의 싸움이었다. 여러 번 고쳤다고 생각한 버그가 실제로는 고쳐지지 않거나, 초기에 정립한 규칙을 AI가 잊고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코드를 작성하기도 했다. 3개월의 가장 큰 교훈은 이 문제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규칙 설정·파일 분리·리팩토링을 통해 구조적으로 다시 세우는 방법을 배운 것이라고 정리했다.
에셋과 95/70 다국어 — AI는 내비게이터다
그래픽은 AI 생성과 오픈소스 라이선스 에셋을 조합해 만들었다. 3개월이라는 기간과 필요한 아이소메트릭 애니메이션 수, 현재 AI 이미지 생성 품질을 고려할 때 모든 그래픽을 AI로만 생성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업은 AI에게 어떤 오픈소스 에셋이 존재하는지 물어보는 것에서 시작했다. 게임 개발이 처음이었기에 라이선스 에셋 라이브러리의 존재조차 몰랐는데, AI의 안내로 세계관에 맞는 에셋을 선별했다. 기존 에셋으로 표현이 어려운 부분만 ChatGPT·로컬 AI 이미지 생성 모델로 직접 만들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AI가 단순한 생성 도구에 그치지 않고 초보자에게 어떤 오픈소스 자원이 존재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내비게이터 역할도 한다는 점이다.
95개 자막·70개 더빙은 다음 절차로 만들었다.
- 기준 언어는 영어. 일본어 원어민으로서 본인과 일본인 테스터들이 영·일 버전이 게임 텍스트로 자연스럽게 읽히는지 먼저 검증했다.
- 주요 언어권 원어민 검수. X(트위터)·유튜브·디스코드로 모집한 원어민 테스터들이 실제 플레이를 하며 부자연스러운 번역을 짚어줬다.
- 나머지 파생 언어는 타 AI 모델 크로스 체크. 번역에 쓴 AI와 다른 AI 모델을 사용해 정확성·문맥·게임 텍스트로서의 적합성을 검토했다.
- 목표는 전문 로컬라이제이션 회사 수준이 아니라 ‘플레이에 지장 없는 실용 수준’.
- 음성 더빙은 단일 서비스가 아니라 언어별 서비스 조합. 서비스마다 지원 언어가 크게 달라 각 언어에 가장 적합한 것을 골라 썼다.
▶ <파이어필드>의 언어 지원 목록. 모두 AI를 활용해 제작 및 검수됐다.
밸런싱 — AI 초기 설계 + 테스터 폴리싱
ARPG의 수치 밸런싱은 두 단계로 접근했다.
- AI 주도 초기 설계 — 디아블로를 비롯한 기존 ARPG 타이틀의 공개된 수치 설계 정보를 AI가 폭넓게 조사·학습한 뒤, 적 HP 범위·드롭률 곡선·스킬 데미지 배율 같은 프레임워크를 함께 결정했다.
- 테스터 피드백 기반 미세 조정 — 초기 구현이 윤곽 잡힌 뒤 테스터가 직접 플레이하며 구체 피드백을 모았다. “보스가 너무 강하다”, “특정 스킬이 약하다”, “특정 아이템이 너무 안 나온다"는 의견으로 수치를 조금씩 조정했다.
본인 표현으로 두 번째 단계는 AI에게 위임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ARPG의 최종적인 감각은 오직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프로젝트의 밸런스는 AI에게 전적으로 맡긴 것도 아니고, 본인 혼자 수천 시간 플레이 테스트한 결과도 아니다. AI는 데이터 연구 보조, 폴리싱은 커뮤니티와 함께 수행한 셈이다.

멀티플레이도 AI와 함께
향후 업데이트와 멀티플레이어 모드도 전부 AI로 개발할 계획이다. 서버 아키텍처·동기화 같은 필수 기술 분야는 AI와 함께 사전 조사를 마치고 이제 본격 설계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최종 목표는 <파이어필드>를 온라인 모드로 즐길 수 있는 ARPG로 완성하는 것이다.
AI 시대 1인 개발의 시사점
마지막 질문은 “AI가 인디 시장과 1인 개발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였다. 본인은 자기를 ‘성공 사례’가 아니라 ‘초기 디딤돌 중 하나’로 명시한 뒤 다음과 같이 답했다.
- 개인 개발·창업의 큰 전환점. 이전에는 기업 규모에서만 가능했던 도전이 앞으로는 개인 규모에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해질 것이다.
- AI 전적 의존이 이상적 형태는 아니다. 본인은 경험·지식 부재로 AI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수년간 상용 엔진을 다뤄온 베테랑들은 AI를 보조 도구로 통합하고 있다.
- 미래 인디 씬의 강자는 양손잡이. ‘AI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구축하는 경험’과 ‘기존 엔진 및 게임 개발의 기초 지식’을 모두 갖춘 사람이 앞으로 인디 게임 씬을 이끌 가장 강력한 크리에이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조한 메시지는 다음 문장이다.
지금처럼 AI가 게임 창작을 ‘민주화(democratizing)‘하는 과정에 있는 바로 이 순간에, 우리 같은 신규 진입자들이 베테랑 개발자들이 수십 년간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토대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AI가 게임 제작의 장벽을 낮출수록 앞서 길을 개척한 분들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
이 인터뷰의 핵심은 대형 산출물의 단위가 어떻게 바뀌었는가다. 12만 줄 코드와 70개 더빙을 1인이 3개월·400달러에 출시하는 것이 ‘한 사람의 인내력으로 가능한 일’이 된 시점이 와 있다. 그러나 그가 가장 길게 말한 것은 모델 성능이 아니라 컨텍스트 관리 — 시스템별 파일 분리, CLAUDE.md를 인덱스 디렉토리로 쓰기, 1~2주 주기 정기 리팩토링이었다. AI 코딩의 본질적 어려움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문맥과의 싸움’이라는 본인 표현이 인상 깊다.
또 하나 — 그가 AI를 ‘생성 도구’가 아니라 ‘내비게이터’로 정의한 대목. 오픈소스 에셋 라이브러리의 존재조차 몰랐던 비전공자가 AI의 안내로 그 세계의 지도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도메인 무경험자가 AI로 도메인에 진입할 때의 가치가 생성보다 발견에 있다는 점을 짚는다.
마지막의 ‘베테랑 존중’ 메시지는 자기 검열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 본인이 3개월짜리 모방작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었다. AI 시대의 신규 진입자가 가장 빨리 잃기 쉬운 자질이 ‘내가 무엇 위에 서 있는지에 대한 감각’이라는 점을 본인이 자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출처
디스이즈게임 | 한지훈 (Kyon) 기자 | 2026-05-20 원문: https://www.thisisgame.com/articles/4239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