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동네 치과를 운영하는 원장(아이디 gatsbydds)이 2026년 10월 13일 아카라이브 ‘AI 로컬 홈랩’ 채널에 병원 업무를 AI로 바꿔 온 과정을 올렸다. 원장의 전공은 생물학이고, 코드는 거의 직접 짜지 않았다고 한다.
- 원장은 환자 정보를 외부 서버로 보내지 않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병원 뒷방에 DGX Spark급 AI 컴퓨터 12대와 맥 미니, 가상화 서버, 무정전 전원 장치(UPS)를 설치했다. 모든 AI는 병원 장비에서 실행하며, 개발은 역할별로 실행한 코딩 에이전트들이 맡았다.
- 원장은 보험 서류 대조에서 효과를 가장 크게 보았다. AI는 서류 3,389쪽을 69분 만에 읽었다. 대조 대상인 6,928줄 가운데 77%를 자동으로 확정했으므로, 직원은 나머지 23%만 확인하면 된다. 원장은 AI가 사람을 대체하기보다 사람이 싫어하던 일을 대신 맡는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도 사무직은 큰일 났다고 경고했다.
원장이 AI를 시작한 이유
작은 동네 치과를 운영하는 원장은 치과가 사람이 직접 손으로 진료해야만 돈을 버는 노동집약적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인건비와 물가는 오르는데 진료비는 오르지 않아 사양산업이 됐다고 원장은 진단했다. 원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버티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AI 전환, 곧 제목에 쓴 AX(AI Transformation)를 시도했다.
원장은 컴퓨터를 전공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리누스 토르발스의 자서전을 읽고 네트워크 보안 전문가를 꿈꾼 적은 있다. 하지만 원장이 집 컴퓨터에 리눅스를 설치하고 그래픽 카드 드라이버를 설정하느라 애쓰던 중, 아버지가 CRT 모니터를 부숴 밖에 버렸다. 원장은 그날 이후 컴퓨터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
원장은 친구에게 푸념을 늘어놓다가 AI를 써 보게 됐다. AI가 그림을 그리고 코딩을 하고 소설을 쓰는 시대인데도 자신은 여전히 하루 종일 환자 입 안을 들여다보며 치료한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러자 친구가 “그럼 니가 AI 써 보든가”라고 답했다. 원장은 그날 밤 ChatGPT에 치과에서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었고, 답 몇 가지를 따라 하다 보니 병원 뒷방에 서버랙이 생겨 있었다고 한다. 원대한 계획은 처음부터 하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네트워크 공사를 직접 하다
원장은 치과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졸업하자마자 그만두려 했다. 그러나 다른 병원에 고용된 의사로 일하게 됐고, 그 생활도 견디기 어려워 개원을 결심했다. 원장은 영혼을 파는 기분으로 대출 서류에 서명했는데, 인테리어 견적에 적힌 네트워크 공사비를 보고 랜선 몇 가닥 까는 데 그만한 돈을 낼 수 없다며 직접 공사하기로 했다. 천장 타일을 들어 올려 선을 깔고, 랜 커넥터를 찍고, 스위치를 달고, 공유기를 설정했다. 힘든 부분은 아는 인테리어 업자가 도왔다. 원장은 이 공사를 하면서 ‘이거 내가 할 수 있네’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원장이 직접 진행한 네트워크 공사.

정리를 마친 네트워크 랙.
네트워크 장비는 모두 UniFi 제품으로 구성했다. 원장은 공유기, 스위치, 와이파이, 카메라를 한 화면에서 관리할 수 있고, 전공자가 아니어도 화면을 이해하기 쉬워서 이 제품을 골랐다.
원장은 공사를 한 김에 출입 관리도 바꿨다. 직원 출입문에 NFC 태그를 붙이고, 직원이 출근하거나 퇴근할 때 휴대폰이나 카드를 태그에 대면 사내 포털에 출퇴근 기록이 저장되게 했다. 포털은 이 기록으로 근무 시간과 시급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원장은 그 결과를 급여 처리에 바로 쓴다. 예전에는 종이 출근부를 보며 월말에 계산기를 두드렸다. 기록이 모두 남으니 “나 그날 30분 더 일했는데?” 같은 실랑이도 없어졌다. 근태 기록은 병원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모두 뒷방 서버에 저장한다.

원장의 책상.
요즘 직원들 사이에서 원장은 ‘진료도 하는 IT팀장’으로 통한다고 한다. 원장 스스로도 진료실보다 뒷방에서 개발하고 언어 모델과 씨름하는 시간이 더 길다고 적었다.
환자 정보는 외부 서버로 보내지 않는다
치과에는 진료 말고도 일이 많다. 원장이 꼽은 일은 이렇다.
- 전화를 받고 예약을 바꾼다.
- 보험사에서 온 지급 내역을 병원 기록과 한 줄씩 맞춰 본다.1 직원들은 이 일을 가장 싫어한다.
- 팩스를 정리하고 서류를 찾는다.
- “그거 예전에 어떻게 했더라?”를 물으러 다닌다.
이 일을 클라우드 AI에 맡기면 편하다. 하지만 원장은 통화 녹음이나 보험 서류를 외부 서버로 보내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AI를 병원 장비로 직접 돌리기로 했고, 그러려면 장비를 사야 했다.
뒷방에 들인 장비
원장이 밝힌 장비 구성은 다음과 같다.
| 장비 | 수량 | 맡은 일 |
|---|---|---|
| NVIDIA DGX Spark급 AI 컴퓨터2 | 12대 | 4대씩 케이블로 고리 모양으로 연결해 큰 언어 모델 하나를 함께 돌린다. DeepSeek V4.1 Flash를 돌리는 4대는 통화 요약과 상담 정리, 일반 질의를 맡고, GLM 5.3을 돌리는 4대는 긴 문서와 야간 일괄 작업, 보험 내역 정리를 맡는다. 나머지 4대는 새 모델 시험과 미세 조정에 쓴다. |
| Mac mini M5 Pro | 2대 | 음성 합성(Qwen3-TTS), 받아쓰기와 화자 구분(MOSS), 검색(Qwen3-Embedding, Qwen3-Reranker), 문서 판독(PaddleOCR-VL), 소형 언어 모델(Gemma 4)을 맡는다. 한 대가 고장 나도 업무가 멈추지 않도록 같은 구성으로 두 대를 둔다. |
| Mac mini M4 | 1대 | OpenClaw3를 돌린다. 원장은 Aside CLI를 OpenClaw와 연결해 예약 작업을 돌리거나 보험 청구 사이트에서 일을 시킨다. |
| Proxmox 가상화 서버 | 3대 | 사내 포털, 치과 관리 프로그램, 전화 시스템, 백업, 감시 프로그램을 돌린다. 모든 AI 호출은 이 서버에서 실행되는 게이트웨이(LiteLLM) 한 곳을 거친다. 모델이 응답하지 않으면 DeepSeek, GLM, 로컬 Gemma 순서로 다음 모델이 대신 응답한다. |
| 무정전 전원 장치(UPS) | 6대 | 장비 두 대마다 하나씩 연결한다. 정전이 나면 DGX 장비는 5분 뒤에, 맥은 배터리 잔량이 20%가 되거나 10분이 지나면 정해진 순서대로 종료한다. 전기가 다시 들어오면 자동으로 부팅하고 서비스를 재시작한다. |

AI 컴퓨터 12대가 도착한 날의 상자.
원장은 원래 NVIDIA H200이나 RTX PRO 6000 같은 고성능 GPU를 원했다. 하지만 값이 너무 비싸고 전기 공사까지 해야 해서, 취미로 하기에는 지나치다고 보고 포기했다. 원장은 전력 소모까지 따져 보니 DGX Spark의 가성비가 가장 좋았다고 했다. 12대까지 늘리는 데는 큰 결심이 필요했다. 처음 한 대로 시작할 때 원장은 AI가 반드시 된다고 확신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에 몰아서 투자했고, 수익을 조금 봤다. 그사이 장비 값도 올라 돈을 번 듯한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일을 못하는 직원을 채용해 연봉을 주느니 장비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원장은 이 구성을 AI에게 정리하게 한 요약 화면도 첨부했다. 장비 이름, 주소, 병원 정보는 공개용으로 지웠고, 수치는 2026년 10월 실제 운영 환경에서 잰 값이라고 적혀 있다.

원장이 공개한 사내 AI 설비 요약 화면.
원장은 장비를 다루다 겪은 시행착오도 하나 공유했다. 장비끼리 연결하는 고속 케이블을 전원이 켜진 상태로 꽂으면 속도가 10분의 1로 고정된다. 재부팅해도 풀리지 않고, 전원 플러그를 뽑고 1분을 기다려야 원래 속도로 돌아온다. 원장은 이 점을 모르고 두 번 당했다.
AI가 맡은 여섯 가지 업무
전화 응대
원장은 전화 교환기부터 직접 만들었다. FreePBX라는 프로그램으로 병원에 자체 교환기를 세웠고, 이 교환기가 내선을 연결하고 걸려 온 전화를 다른 내선으로 돌려준다. 통신사의 기업용 전화 상품을 쓰지 않고 직접 운영하니 내선, 돌려주기, 녹음, 안내 멘트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원장은 모바일 앱도 개발했다. 앱을 켜면 집에서도 병원 대표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를 받을 수 있다. 전화도 걸 수 있고, 통화 요약도 볼 수 있다. 원장은 이 앱 덕분에 퇴근이 없어졌다며, 자신을 착취하는 시스템을 자기 손으로 만들었다고 농담했다.
전화 한 통은 이렇게 처리된다.
- 전화가 오면 AI 음성이 먼저 받는다. 첫 소리가 나오기까지 약 0.1초가 걸린다.
- 통화하는 동안 AI가 실시간으로 받아써 직원 화면에 띄운다.
- 통화가 끝나면 AI가 통화 전체를 다시 받아쓰고,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구분한다. 이어 DeepSeek가 통화를 요약하고 통화 목적과 할 일을 정리한다. 맥 한 대가 10분짜리 통화를 받아쓰는 데는 43초가 걸린다.
- 정리된 통화는 10분마다 검색 색인에 추가된다. 나중에 “그 환자 지난번에 뭐 물어봤지?”라고 검색하면 바로 찾을 수 있다.

원장이 개발한 병원 전화 앱.
보험 서류 대조
원장은 이 업무의 효과가 가장 컸다고 했다.
AI는 그동안 처리하지 못한 서류 904개, 3,389쪽을 69분 만에 모두 읽었다. 한 번에 세 건씩 처리했고 읽지 못한 쪽은 없었다. 원장은 이에 앞서 판독 모델 4개를 실제 서류로 시험했다. 시험에는 실제 서류 15쪽을 일부러 흐리게 만들어 썼다. 무료 글자 인식(OCR) 프로그램인 테서랙트(tesseract)는 금액을 열 건 가운데 여섯 건 남짓(62%)만 정확하게 읽었고, 청구 코드는 14%밖에 읽어 내지 못했다. 원장이 고른 모델은 금액과 청구 코드를 하나도 틀리지 않고 모두 읽어 냈다. 판독은 문서의 영역을 먼저 구분하고 영역별로 글자를 인식하는 순서로 진행하며, 표는 줄 단위로 금액과 코드를 보존한다.
판독이 끝나면 GLM이 줄마다 금액과 거절 사유를 정리한다. 치과 관리 프로그램의 지급액과 맞으면 ‘확정’, 다르면 ‘확인 필요’로 표시한다. AI는 6,928줄 중 5,319줄(77%)을 사람의 확인 없이 확정했다. 직원은 나머지 23%만 확인하면 된다.
원장은 이 결과를 보여 줬을 때 직원의 표정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보상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결과를 본 직원은 원장에게 “저 이제 잘리는 건가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사내 검색
직원은 통화 기록, 문자, 보험 서류, 팩스, 매뉴얼, 치과 교과서까지 한 번에 검색할 수 있다. “임플란트 보험 거절되면 어떻게 해?”처럼 평소 말로 물으면 된다. 검색은 키워드 검색과 의미 검색으로 후보 50건을 찾고, 맥 두 대가 25건씩 맡아 관련도 순서로 다시 정렬한다. 결과는 매뉴얼과 실제 처리 사례로 구분해 보여 주고, AI 비서가 답을 요약한다. 직원이 실제로 했던 질문 28개로 검색을 시험했다. 26개 질문에서 필요한 자료가 검색 결과 상위 다섯 건에 포함됐다. 재정렬 모델을 쓰지 않았을 때는 23개 질문에서 필요한 자료가 상위 다섯 건에 포함됐다. 응답에는 약 4초가 걸린다. 원장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했다.

직원용 검색 화면. AI는 사내 자료에서 확인한 내용으로만 답한다.
원내 방송
천장 스피커로 환자를 호출하고 정각마다 시보를 내보낸다. 외국 이름도 자연스러운 한국어 발음으로 읽는다. 원장은 사내 방송이 나올 때 자기가 가장 뿌듯해한다고 했다.
AI 판정을 사람이 채점하는 화면
AI는 통화를 요약한 뒤 “예약 변경, 급함 보통, 할 일 있음”처럼 분류한다. 그러나 분류가 맞는지는 사람이 채점해야 알 수 있다. 원장은 이를 위해 채점 화면을 따로 만들었다.
- 원장은 통화 요약을 읽고 숫자 키를 눌러 항목별로 채점한다. 통화 목적과 상대, 급한 정도, 할 일이 있는지를 고른다. 예약을 희망하는지와 예약이 확정됐는지, 가격 문의나 불만이 있는지, 응급 상황이나 통증이 있는지도 고른다.
- 키보드만으로 한 건을 몇 초 안에 채점한다. 숫자를 누르면 다음 항목으로 자동으로 이동한다.
- DeepSeek와 GLM의 판정이 서로 다른 통화에는 화면에 ‘모델 엇갈림’이라는 표시가 붙는다. 원장은 이런 통화부터 채점한다.
- 블라인드 비교 탭에서는 어느 AI가 쓴 답인지 가린 채 두 답을 비교하고, ‘1이 나음’, ‘2가 나음’, ‘비슷’, ‘둘 다 틀림’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
사람이 채점한 결과는 AI의 판정을 평가하는 정답 자료가 된다. 원장은 이 자료로 어느 모델이 이 치과의 전화를 더 잘 이해하는지 숫자로 비교하고, 나중에 이 병원에 맞춰 모델을 추가 학습시킬 자료로도 쓸 계획이다. 원장은 퇴근 후 소파에서 숫자 키를 누르고 있으면 자기가 조교인지 원장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AI의 통화 분류를 사람이 채점하는 화면.
자동으로 올라오는 경영 리포트
진료가 끝나면 AI가 그날의 숫자를 정리해 리포트로 올린다.
- 일간: 매일 오후 그날의 경영 요약 PDF가 자동으로 올라온다.
- 주간: 매주 월요일 새벽, 지난주 숫자를 그래프로 정리한 리포트가 올라온다.
- 월간: 매달 1일 진단 리포트가 올라온다. DeepSeek가 본편을 쓰고 다른 모델들이 쓴 비교판을 함께 붙인다. 원장은 세 AI에게 같은 숫자를 주고 각자 진단서를 쓰게 한 뒤, 그 진단서들을 합본으로 받아 본다. 셋이 같은 말을 하면 원장은 실제 문제로 보고, 의견이 다르면 직접 들여다본다.
원장은 원칙을 하나 더 정했다. AI는 숫자를 직접 계산하지 않고, 분석 프로그램이 계산한 값만 사용한다. AI는 그 숫자를 해석해 글로 풀어 쓰는 역할만 하고, 추정한 내용에는 [추정]이라고 따로 표시한다. 원장은 AI에게 계산을 맡겼다가 AI가 매출 숫자를 지어내면 큰일이 난다고 걱정했다. 예전에는 월말마다 엑셀로 작업하며 한숨을 쉬었지만, 이제는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PDF 하나만 열면 된다.

자동으로 올라오는 경영진단 리포트 목록. 안내문에 따르면 숫자는 분석 도구가 계산한 값이고 [추정] 표시는 추정치다.
코드를 짜지 않는 원장과 에이전트 팀
원장은 코드를 거의 직접 짜지 않았다. 대신 클로드와 코덱스 같은 AI 코딩 에이전트에 개발을 맡겼다. 원장은 역할별로 여러 에이전트를 실행해 두었다.
- 포털 담당
- 전화 시스템 담당
- 음성 서버 담당
- 인프라 담당
에이전트들은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일한다. 한 에이전트가 “나 이 서버 재시작할 건데 너 쪽 괜찮음?”이라고 물으면 다른 에이전트가 “기다려, 나 지금 녹음 시험 중”이라고 답한다.
원장은 방향을 정하고, 중요한 결정에 “응” 하고 승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운영 중인 설정을 바꿀 때는 반드시 원장이 직접 승인하도록 해 두었다. 에이전트끼리 “원장님이 된대”라고 전해 들은 말은 승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원장은 이 규칙이 은근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도 실수한다. 원장은 실수 사례 두 가지를 들었다.
- 설정 하나가 빠져 방송용 이름 변환에 6초씩 걸렸다. 다른 에이전트가 운영에 반영되기 전에 이 문제를 발견했다.
- 한 에이전트가 시험 결과 숫자를 잘못 적었는데, 다른 에이전트가 숫자가 이상하다고 지적해 바로잡았다.
원장은 AI끼리 서로 교차 확인을 시키는 방식이 생각보다 훨씬 쓸모 있다고 평가했다.
원장은 새 맥 미니 두 대가 도착한 날 하루 동안 한 일도 소개했다. 맥 미니를 세팅해 음성, 검색, 판독 서버를 설치했다. 예전 GPU 서버 두 대가 처리하던 일은 모두 맥 미니가 대신 처리하도록 하고, 기존 서버 두 대는 사용을 중단했다. 남는 UPS는 맥 미니에 연결해 정전에 대비했고, 남는 서버 두 대는 케이블로 연결해 다음 실험을 준비했다. 그동안 AI는 밤새 보험 서류 6,928줄을 자동으로 대조했다. 원장 자신은 “응”, “해”, “꺼”라고 말하고, 케이블을 꽂거나 플러그를 뽑았을 뿐이라고 한다. 물론 낮에는 진료도 했다.
아낀 돈과 늘어난 비용
장비 값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그 돈을 언제 회수하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원장은 절감액을 금액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불필요하게 나가던 돈이 의외로 많이 줄었다며 세 가지를 들었다.
회계사 교체. 원장은 숫자 정리와 경영 리포트 작성, 이상한 지출 확인을 AI에 맡겼다. AI가 이 일을 매일, 매주, 매달 알아서 해 주자 기존 회계사에게 내던 비용이 아깝게 느껴졌고, 원장은 결국 회계사를 바꿨다. 세금 신고처럼 전문가의 서명이 필요한 일은 여전히 사람 전문가에게 맡긴다. 원장은 세무조사가 나왔을 때 AI가 대신 가 주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구독 서비스 해지. 치과 하나를 운영하면서 내던 월 구독료가 생각보다 많았다. 원장은 전화 녹음과 요약, 문서 OCR, 예약 안내와 문자 발송, 각종 ‘AI ○○’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었다. 하나하나는 몇만 원이지만 모아 보니 매달 꽤 큰돈이 나가고 있었다. 원장은 이 서비스들을 하나씩 뒷방 서버로 대체하고 구독을 해지했다. 해지 사유를 묻길래 병원에서 AI를 직접 개발했다고 답했더니 상대가 믿지 않았다고 했다.

마케팅비 0원. 예전에는 블로그 대행, 검색 광고, 상위 노출을 보장한다는 업체에 매달 돈을 냈다. 지금은 모두 끊었다. 대신 두 가지를 직접 한다.
- 검색엔진 최적화(SEO): 병원 홈페이지의 진료 안내, 자주 묻는 질문, 보험 안내를 환자가 실제로 검색하는 말로 AI와 함께 고쳐 썼다.
- 생성형 AI 최적화(GEO): 요즘 사람들은 검색창 대신 ChatGPT에 “근처에 ○○ 잘하는 치과 어디야?”라고 묻는다. 원장은 AI가 병원 정보를 읽고 추천하기 쉽도록 정보를 구조화했다.
원장은 AI를 매일 사용하다 보니 AI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감이 온다고 했다.
원장은 병원 전용 명령줄 도구(CLI)도 만들었다. 터미널에 “어제 보험 거절 몇 건?”이라고 입력하면 바로 답이 나온다. 예전에 집에 블룸버그 터미널을 하나 두고 전업 투자를 하는 꿈을 꾼 적이 있어서, 그 화면을 본떠 만들었다. 진료실 모니터에 까만 화면을 띄워 두자 직원들이 원장님 해킹하시냐고 물었다고 한다.

원문 영상에 나온 병원 전용 CLI의 한 장면. 화면 오른쪽 위에 ‘데모 가상 데이터’라고 표시된 시연 화면이다.
늘어난 비용도 있다. 전기 요금이 조금 올랐다. 원장은 겨울에는 서버랙이 난로 역할을 하니 그것으로 퉁치겠다고 했다.
원장이 정리한 교훈
원장은 이 일을 하면서 사무직은 큰일 났다고 확신하게 됐다. 생물학을 전공한 원장이 AI를 활용해 몇 달 만에 사무 업무 대부분을 자동화했다. 서류를 읽고 숫자를 맞추던 일도, 전화를 요약하고 보고서를 쓰던 일도 이제는 AI가 하고, 직원이 물으면 AI가 검색해서 답도 찾아 준다. 원장은 전문 개발자가 작정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반대로 다행이라고 느낀 점도 있다. 원장은 치과의사가 몸을 쓰는 기술자라고 보았다. 치과의사는 입 안에서 0.1mm 단위로 치아를 깎고, 손 감각으로 신경관을 찾고, 무서워서 우는 환자를 달래 가며 마취한다. 원장은 이런 일을 AI가 아직 못 하며, 로봇이 대신하려면 꽤 오래 걸릴 것이라고 보았다. 치대에 다닐 때는 왜 이렇게 몸이 고된 직업을 골랐나 싶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것이 생존 기술이었다고 했다. 원장은 AI가 사무 업무를 맡아도 자신은 손목과 허리를 쓰며 끝까지 진료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원장은 지금까지 느낀 점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 AI는 사람을 대체하기보다 사람이 싫어하던 일을 대신 맡는다. 직원은 ‘확인 필요’로 표시된 건만 보면 되고, 통화를 다시 들을 필요도 없다.
- 판단은 사람이 한다. AI는 치과 관리 프로그램에 예약, 진료, 청구 기록을 직접 쓰지 않는다. 읽고, 정리하고, 제안하는 데까지만 한다.
- 환자 정보는 병원 장비로만 처리한다. 장비 값이 들어도 이 원칙은 버릴 수 없다.
- 비전공자도 할 수 있다. 단, AI에게 무엇을 시킬지는 치과 일을 가장 잘 아는 원장 자신이 알아야 한다.
원장은 본업이 무엇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추신에는 이 글도 귀찮아서 AI로 썼다고 적었다.
게시 다음 날 새벽까지 글에는 댓글 36개가 달렸다.4 댓글을 단 독자 상당수는 원장의 실행력에 감탄하거나, 이 구성을 다른 치과에 납품해 보라고 권했다. 개원을 준비 중이라며 무엇부터 공부해야 하느냐고 묻는 독자도 있었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
에이전트끼리 “원장님이 된대”라고 전해 들은 말을 승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읽으며, 나는 원장이 이 문제를 어떻게 미리 알았을까 궁금해졌다. 여러 에이전트가 메시지를 주고받는 구성에서는 한 에이전트가 받은 승인을 다른 에이전트가 전해 들으면서, 원장이 허락하지 않은 작업까지 허락받은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원장은 운영 설정을 바꾸는 승인은 자기에게 직접 받아야만 유효하다고 정해 이 오해를 막았다.
원장은 이 밖에도 AI의 출력을 그대로 믿지 않는 장치를 여럿 두었다. 숫자는 분석 프로그램이 계산하고 AI는 해석만 한다. AI는 관리 프로그램에 기록을 쓰지 못한다. DeepSeek와 GLM의 판정이 다른 통화는 사람이 먼저 채점한다. 원장은 컴퓨터를 전공하지 않았는데도, 사람이 확인해야 하는 절차를 처음부터 설계에 넣었다.
원장은 AI가 사람을 대체하기보다 사람이 싫어하던 일을 대신 맡는다고 정리했다. 한편 원장은 장비 12대를 들이면서, 일을 못하는 직원에게 연봉을 주느니 장비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보험 대조 결과를 본 직원은 이제 잘리는 거냐고 물었다. 원장은 이 일화를 웃음 표시와 함께 적었을 뿐 더 설명하지 않았다.
출처
gatsbydds, 「동네 치과의 AX전환기」, 아카라이브 AI 로컬 홈랩 채널, 2026년 10월 13일. 원문: https://arca.live/b/aihomelab/185810092?p=1
사진과 화면은 모두 원문 첨부 자료다. CLI 화면은 원문 영상의 한 장면을 잘라 썼다. 치비 서소영 삽화 네 장은 「느낌적인 느낌을 숫자로 옮기는 일」의 치비 서소영 라인아트를 참조해 gpt-image-2.5-flare로 따로 생성했다.
원문은 병원이 있는 지역을 밝히지 않았다. 첨부 화면에는 보험사 급여 내역서(EOB, Explanation of Benefits)와 보험 카드 뒷면 번호 안내가 있고, 달러 금액과 미국치과협회 시술 코드(D3330 등)도 표시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미국식 민간 보험 청구 환경으로 추정한다. ↩︎
DGX Spark는 엔비디아가 2025년에 내놓은 책상용 AI 컴퓨터로, GB10 칩과 128GB 통합 메모리를 갖췄다. 원장의 요약 화면은 장비를 ‘DGX Spark급(GB10)‘으로 적었고, 첨부 사진에는 DGX Spark 상자 8개와, 같은 GB10 칩을 쓰는 ASUS Ascent GX10 상자 4개가 있다. ↩︎
OpenClaw는 개인 컴퓨터에서 돌리며 메신저로 지시를 받는 오픈소스 AI 비서 에이전트다. 원문은 Aside CLI가 무엇인지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
2026년 10월 14일 새벽 2시(한국 시간) 기준이다. 같은 시점에 조회수는 약 4,500회, 추천은 46회였다. 작성자가 단 답글은 없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