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조선일보가 1990~2000년대 일본 갸루(ギャル) 문화의 한국 재유행을 다뤘다. 걸그룹 리센느 멤버 미나미의 갸루 부캐가 도화선이다.
- ‘거제 야호’ 밈으로 2년 전 곡 ‘러브 어택’이 역주행해 6월 22일 기준 멜론 톱100 5위까지 올랐고, 다수 연예인이 갸루 변신 영상을 올리고 있다. J팝 스트리밍도 지니뮤직 기준 전년 상반기 대비 29.5%, 2024년 대비 57.5% 늘었다.
- 원인으로 일본 현지의 ‘레이와 갸루’ 복고 부활, 1990~2000년대 레트로 붐, 10~20대의 부캐 놀이가 지목된다. 다만 일본의 갸루를 30년 동안 떠받쳐 온 인프라는 한국에 그대로 옮겨 오지 않았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
지난 18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한 걸그룹 리센느는 멤버 전원이 짙은 눈 화장과 화려한 머리 장식, 과장된 분장으로 무대를 채웠다.1 2년 전 발매곡 ‘러브 어택’(LOVE ATTACK)을 다시 부른 자리였다. 한국인 원이와 일본인 미나미가 갸루식 분장과 말투를 선보인 유튜브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노래도 역주행했다. 차트 진입은 지난 3월 말, 6월 22일 기준 멜론 톱100 5위. 원이의 고향 거제에서 미나미가 나른한 비음으로 외친 “거제 야~호!“가 젊은 층의 필수 밈이 됐다.



리센느만의 일은 아니다. 배우 이민정과 박한별, 가수 강남, 러블리즈 출신 미주, 모델 한혜진, 걸그룹 하츠투하츠 등 다수 연예인이 갸루 화장으로 변신한 모습을 올리거나 갸루 차림으로 일본을 여행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1990년대 갸루들이 유로비트에 맞춰 추던 파라파라 댄스도 숏폼에서 다시 소환됐다. 걸그룹뿐 아니라 엔시티 위시, 보이넥스트도어, 알파드라이브원 같은 보이그룹도 파라파라를 따라 추는 영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트렌드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니뮤직에 따르면 올 상반기(1월 1일~6월 17일) J팝 스트리밍이 전년 동기 대비 29.5%, 2024년 대비 57.5% 늘었다. 인스타그램의 갸루 네일 해시태그도 2만 4천여 개에 달한다. 상품도 따라온다. 웨이크메이크가 ‘갸루 헬로키티 에디션’, 컬러그램이 ‘갸루짱구’ 립스틱 같은 한정판을 내놓았고, 스노우·틱톡에는 ‘교복 갸루’, ‘스트릿 갸루’, ‘오네(성숙한) 갸루’ 필터가 등장했다.
갸루는 무엇이었나
기사가 정리한 갸루의 시기 구분은 다음과 같다.
| 시기 | 명칭·아이콘 | 상징 |
|---|---|---|
| 1980년대 | ‘이케이케 갸루’(イケイケギャル) | 버블경제 시절 유흥과 소비. 높은 힐과 몸에 붙는 원피스, 디스코장 |
| 1990년대 | ‘아무라’(Amura) 스타일 — 아무로 나미에 | 태닝 피부, 흰색 반짝이 눈 화장, 갈색 머리, 미니스커트, 통굽 부츠 |
| 2000년대 | ‘시로 갸루’ — 하마사키 아유미 | 흰 피부, 탈색한 금발, 화려한 속눈썹과 네일아트 |
| 2019~ | ‘레이와 갸루’ | 1990~2000년대 복고가 일본에서 다시 인기, 한국으로 역유입 |
기사는 갸루를 ‘조신한 여성상’에 맞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낸 1990~2000년대 일본 하위문화로 정리한다.2
갸루를 떠받친 일본의 세 인프라
조선일보 기사는 일본의 흐름을 빠르게 훑고 한국 현상으로 넘어간다. 일본측 자료를 통해 보충하자면, 갸루는 단순한 화장법 유행이 아니라 잡지와 거점, 그리고 댄스라는 세 갈래가 함께 받쳐 온 하위문화다.
1. 잡지 — 『egg』(에그)
『egg』는 1995년 미리온출판이 창간한 갸루 패션지다. 창간 발행인은 디스코 정보지 『HEAVEN’S DOOR』를 다뤘던 나카가와 가즈아키. 당시 여고생, 루즈삭스, 배꼽 노출 룩, 코무로 사운드, PHS가 한꺼번에 유행하던 시기였다. 잡지는 2014년 5월 7월호로 휴간한 뒤 2018년 3월에 유튜브·인스타그램을 축으로 한 ‘web판 egg’로 먼저 돌아왔고, 이듬해 2019년 5월 1일에는 ‘레이와판 egg’ 복간호를 내며 종이 잡지까지 살려 냈다. 이후 연 2회 발간 중이다. 일본의 ‘레이와 갸루’는 패션 유행이 먼저 일어나고 잡지가 그것을 받아 적은 순서가 아니라, 잡지가 먼저 부활하면서 유행을 다시 빚어낸 쪽에 가깝다. 잡지는 모델 라인업까지 새로 짰고, 거기서 나온 ‘유챠미’(古川優奈), ‘미리챤’(大木美里亜) 같은 인물이 레이와 갸루의 얼굴 역할을 했다.3
2. 거점 — 시부야 109
도쿄 시부야 도겐자카의 패션 빌딩 109(이치마루큐)는 1979년 4월 28일 개업해 갸루 패션의 본거지가 됐다. 1999년 109에 입점한 브랜드 ‘에고이스트’(EGOIST)의 점원들이 미디어에 카리스마 점원(カリスマ店員)으로 거듭 등장하면서 갸루는 단순 화장법을 넘어 직업적 아이콘까지 만들어 냈다. 잡지와 매장, 미디어와 아이콘이 한 빌딩 안에서 맞물려 돌아갔다.4
3. 댄스 — 파라파라의 4차례 붐
파라파라(パラパラ)는 1980년대 신주쿠 가부키초의 청소년 디스코 빌딩 ‘동아회관’(東亜会館)에서 발원했다. 일본 위키피디아는 파라파라가 네 차례에 걸쳐 붐을 일으켰다고 정리한다.
| 시기 | 붐 | 동력 |
|---|---|---|
| 1986~1990 | 제1차 | 동아회관 디스코, 유로비트 |
| 1994~1998 | 제2차 | 에이벡스의 ‘파라파라 교전’(パラパラ教典) 비디오 시리즈, 가정용 학습 |
| 1999~2001 | 제3차 | 코갸루·아무라 시기와 겹치는 대중화 정점 |
| 2002~ | 제4차 모색기 | 디스코 폐점 이후 지속 시도 |
특히 2018년 4월 일본경제신문 NIKKEI STYLE은 제3차 파라파라 붐을 모르는 젊은 세대가 디스코 이벤트에 오는 사례가 늘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 숏폼으로 파라파라가 되살아나기 한참 전부터, 일본 본토에서 이미 세대를 건너 부활이 진행 중이었다는 뜻이다.5
한국에서는 갸루가 부캐의 옷이 된다
기사 후반부는 한국에서 갸루가 어떻게 부캐로 수용되는지를 분석한다.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부캐 놀이가 10~20대 유행이 됐고, 갸루는 그 채널의 하나가 됐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식 왕홍(인플루언서) 메이크업도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두 화장 모두 눈을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커 보이게 하는 분장에 가까운 짙은 화장이다.
과거에는 이런 짙은 화장이 조롱 대상이었다. 2012년 KBS ‘개그콘서트’에서 박성호가 유행시킨 ‘갸루상’ 캐릭터가 그 예다. 그러나 지금은 우스꽝스러운 분장이 아니라 색다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방편이다.
김헌식 평론가는 이 차이를 한국이 리얼리티, 일본이 판타지와 귀여움 강세였던 콘텐츠 풍토 차이로 풀어낸다.6
가장 눈여겨본 대목
내가 곱씹은 것은 한국과 일본의 갸루가 같은 외형으로 어디까지 다르고, 어디까지 닮았는가다.
일본의 갸루는 30년이 쌓여 만들어진 하위문화의 한 갈래다. egg가 빚은 모델, 109가 길러 낸 카리스마 점원, 가부키초에서 시부야로 옮겨간 디스코의 동선이 한 묶음으로 작동했다. ‘조신한 여성상’이라는 사회적 압력에 맞선 자기 표현의 양식이었기에, 1990년대 코갸루의 짙은 태닝과 2010년대 야만바·간구로의 극단까지가 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한국에서 갸루는 그 인프라 없이 결과물만 들어왔다. 멜론 차트, 인스타 해시태그, 틱톡 필터, 보이그룹의 파라파라 챌린지. 그런데 부캐 놀이라는 형식 자체가 일본 갸루의 핵심과 묘하게 겹친다. 다른 사람을 연기한다는 것은, 평소의 자기에게는 허용되지 않던 표현을 잠시 빌려 입어 보는 일이기도 하다. 일본 갸루가 ‘조신한 여성상’이라는 압력에 맞선 자기 표현이었다면, 한국의 갸루는 평소의 자기를 잠시 벗어 두고 다른 결의 자기를 입어 보는 놀이다. 놀이가 반, 자기 표현이 반이다.
윤수정, “당당하게 ‘야~호!’ 90년대 日 갸루가 돌아왔어요”, 조선일보, 2026-06-23.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6/06/23/TBGSATMMCFEYLHU42HZJVE46NA/ ↩︎
조선일보 원문 인용: “자유분방한 화장과 옷차림으로 개성을 마음껏 표출하며 1990~2000년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하위문화. 당시 일본의 획일적인 ‘조신한 여성상’에 맞서 자신들만의 개성을 드러낸 문화로도 해석된다.” ↩︎
ja.wikipedia 「egg (雑誌)」 https://ja.wikipedia.org/wiki/egg_(%E9%9B%91%E8%AA%8C) 및 「安室奈美恵」 https://ja.wikipedia.org/wiki/%E5%AE%89%E5%AE%A4%E5%A5%88%E7%BE%8E%E6%81%B5 항목 종합. 잡지 『egg』의 1995년 창간 → 2014년 휴간 → 2018년 web 부활 → 2019년 레이와판 복간 흐름과 안무로 나미에의 평성 우타히메 위치를 확인. ↩︎
ja.wikipedia 「109 (商業施設)」 https://ja.wikipedia.org/wiki/SHIBUYA109 및 「ギャル」 https://ja.wikipedia.org/wiki/%E3%82%AE%E3%83%A3%E3%83%AB 항목. 1979년 4월 28일 개업, 1999년 ‘에고이스트’ 카리스마 점원의 미디어 부각. ↩︎
ja.wikipedia 「パラパラ」 https://ja.wikipedia.org/wiki/%E3%83%91%E3%83%A9%E3%83%91%E3%83%A9 항목. 1986~1990 동아회관 1차 → 1994~1998 에이벡스 ‘파라파라 교전’ 2차 → 1999~2001 3차 → 2002~ 모색기. 2018년 4월 NIKKEI STYLE의 세대 건넌 부활 보도까지 같은 항목에서 인용. ↩︎
김헌식 평론가의 조선일보 인터뷰 원문: “과거부터 한국은 상대적으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영화와 드라마가 강했고, 일본은 애니메이션처럼 판타지와 과장된 서사, 특히 귀여움이 돋보이는 콘텐츠가 강세였다. 남들 눈에 상관없이 개성과 재미를 추구하는 10~20대에겐 갸루 문화가 한국에는 없는 색다른 체험처럼 보이는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