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스탠퍼드 경영대학원(GSB)의 성장이론가 찰스 “채드” 존스가 2026년 5월 동창회에서 한 강연이다. 그는 이 straight line 그래프 하나로 커리어를 쌓았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미국의 1인당 소득이 150년간 연 2%로 놀랍도록 안정적으로 자라온 그 그래프다.
- 핵심 개념은 ‘약한 고리(weak links)‘다. 사슬은 가장 약한 고리만큼만 강하다. AI가 소프트웨어 같은 한 작업을 무한히 잘하게 되어도 나머지 병목들이 전체를 붙잡는다. 그래서 성장은 폭발하되 그 폭발이 수십 년에 걸쳐 느리게 온다.
- 그런데 약한 고리는 이득은 늦추지만 위험은 앞당긴다. 사슬은 한 고리만 끊어도 가치 전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존스가 낙관을 말하면서도 “우리 미래가 매우 불안하다"고 덧붙인 이유다.
두 개의 극단 시나리오
존스는 먼저 두 극단을 펼쳐 놓고 시작한다. 둘 다 실제로 일어날 일은 아니고 일종의 캐리커처지만, 그 사이 어디쯤에 우리가 있을지 가늠하는 도구다.
첫 번째: AI가 성장을 극적으로 가속한다(실리콘밸리의 FOOM 시나리오). 다리오 아모데이, 샘 올트먼, 데미스 허사비스, 제프 힌턴 같은 이들이 10년 전부터 그려온 일정표다. 첫 단계는 AI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자동화하는 것. 존스는 구체적 사례를 든다. Anthropic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채용할 때 2시간짜리 재택 시험을 낸다. 지난 11월 Claude Opus 4.5에 같은 시험을 줬더니 역사상 어떤 인간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게 벌써 일곱 달 전이고, 지금은 Opus 4.7까지 왔다. 코딩을 자동화한 에이전트를 AI 연구에 투입하면, 더 나은 알고리즘을 만들고, 데이터센터 안의 “천재들의 나라(country of geniuses)“가 새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인지 작업에 이어 물리 작업까지 자동화되면, 존스가 가르쳐온 성장 모델에서 성장은 폭발한다.
두 번째: AI는 그냥 평범한 기술이다(business as usual). 전기나 반도체,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여기서 존스는 그 유명한 150년 그래프를 꺼낸다. 1870년 전기는 에디슨의 눈 속 반짝임에 불과했고, 이후 50년에 걸쳐 경제를 바꿨다. 내연기관, 제트기, 항생제, 진공관, 반도체, 정보기술, 인터넷. 이 모든 게 생활수준을 근본적으로 바꿨는데도 성장률은 늘 연 2%였다.
여기서 존스가 던지는 퍼즐이 핵심이다. 어떻게 이 기술들이 그토록 혁신적이었는데 성장률은 계속 2%였을까? 답은 반사실(counterfactual)에 있다. 기술 하나하나는 언젠가 아이디어가 고갈된다. 증기기관은 증기가 빠진다. 전기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성장은 꺾였을 것이다. 각 기술은 성장을 가속했다기보다 2% 성장을 또 50년 이어가게 해줬다는 것이다. 비관적 시나리오는 AI도 그렇게 2% 성장을 다시 50년 늘려주는 최신 기술일 뿐이라는 쪽이다.
그리고 경제사의 교훈 하나. 증기에서 전기로, 정보기술의 확산까지, 이런 전환은 수십 년이 걸렸다. 공장을 재조직해야 하고(하나의 축 대신 모터를 곳곳에), 스프레드시트·워드프로세서·데이터베이스·SQL 같은 보완 혁신들이 통합돼야 한다. 그 시간은 연 단위가 아니라 수십 년 단위다.
약한 고리
두 시나리오 사이 어디쯤일까. 존스가 지난 1년 반 붙잡은 개념이 ‘약한 고리’다.
사업의 성공은 수많은 작업을 전부 성공시켜야 성립한다. 새 아이폰을 내려면 설계하고, 부품을 조달하고, 정밀한 공차 안에서 제조하고, 수억 대를 제때 배송하고, 유통과 광고를 해내야 한다. 어느 한 단계라도 무너지면 가치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다. 챌린저 우주왕복선은 25달러짜리 고무 O링 하나가 터져 폭발했다. 사슬은 가장 약한 고리만큼만 강하다.
여기서 존스가 가장 즐겨 드는 예가 있다. 우리 주머니 속 컴퓨터에는 1970년대의 1억 배에 달하는 트랜지스터가 들어 있다. 그런데 나는 연구에서 1억 배 더 생산적이지 않다. 왜? 컴퓨터는 행렬을 순식간에 역산하지만, 어떤 데이터를 넣을지, 어떤 질문을 던질지, 어떤 이론을 검증할지는 여전히 내가 정해야 한다. 한 가지를 아무리 잘해도 바뀌지 않은 다른 약한 고리들이 발목을 잡는다. 1억 배가 아니라 기껏 두세 배 생산적일 뿐이다.
약한 고리는 곧 희소성의 원천이다. 경제학의 핵심 교훈 하나는 희소한 것이 높은 수익을 낳는다는 것. 그래서 “무엇이 희소한 약한 고리인가"는 어떤 경제 현상을 볼 때든 던져야 할 질문이 된다.
이 관점은 데이터로도 드러난다. GDP 중 컴퓨팅에 대한 대가로 지불되는 몫은 1990년대 닷컴 붐 때 오르다 2000년 4.5% 조금 못 미치는 지점에서 정점을 찍고, 이후 3분의 1이 깎여 3%로 떨어졌다. 컴퓨터는 어디에나 있는데도 GDP에서 차지하는 몫은 오히려 줄었다. 가격 하락이 수량 증가를 압도한 것이고, 이게 정확히 약한 고리 모델이 예측하는 바다. 컴퓨터가 가장 흔해지자, 희소한 건 인간 쪽이 됐다.
무한 소프트웨어라도 +2%
모델을 세우기 전에 존스가 던지는 사고실험이 이 강연에서 가장 회자된 대목이다. 모두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자동화를 곧 기대한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를 무한히 가지게 되면 우리는 얼마나 더 부유해질까?
답은 놀랍도록 단순하고 우아하다. 약한 고리 때문에, 어떤 작업을 무한히 공급해도 GDP는 그 작업이 차지하는 몫만큼만 오른다. 소프트웨어는 GDP의 약 2%다. 그러니 소프트웨어가 무한해져도 우리는 2% 더 부유해질 뿐이다.
조금 더 일반화하면, 대체탄력성을 $\sigma$, 어떤 투입의 초기 비용 몫을 $s$라 할 때 그 투입을 무한히 늘렸을 때 산출은 다음 배율로 오른다.
$$\left(\frac{1}{1-s}\right)^{\frac{\sigma}{1-\sigma}} \approx 1 + \frac{\sigma}{1-\sigma}\,s \quad (s\text{가 작을 때})$$왜 겨우 2%인가? 나머지 모든 약한 고리가 우리를 병목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가지를 정말 잘 자동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계속해서 약한 고리들을 하나씩 자동화해 나가야 한다. 정적 계산이 아니라 동적 모델이 필요한 이유다.
시뮬레이션: 폭발하지만 느리게
존스와 크리스 토네티의 모델(Jones and Tonetti, 2026)은 두 시나리오의 재료를 모두 넣는다. 자동화가 새 아이디어를 낳고 그게 다시 자동화를 낳는 양의 되먹임(플라이휠), 그리고 그 효과를 제약하는 약한 고리. 1950년대 이후 미국 데이터에 맞춰 보정한 뒤 미래로 굴린다. 두 가지 보정으로.
AI가 과거 자동화의 연장인 경우. 자본에 돌아가는 몫은 향후 80년간 38.2% 근처에 머문다. 성장률은 가속되긴 한다. 2%에서 2.3%, 2.6%, 3%로. 그런데 축을 보면 그 가속이 아찔하게 느리다. 2050년에도 2.3%다. 결국엔 폭발해 연 50%까지 가지만, 거기까지 수백 년이 걸린다. 소득 수준으로 보면 2050년에 2% 직선 대비 4% 더 부유하고, 2075년에 15% 더 부유하다.
AI가 과거와의 단절인 경우(Moore’s Law가 경제 전체에). 기계가 연 3%가 아니라 10%로 좋아진다고 가정한다. 이 매우 공격적인 설정에서는 2050년 성장률이 연 25%를 넘고, 2030년엔 가속 없는 세계보다 50% 더 부유하다. 그런데도 폭발이 완성되는 건 2060년경, 여전히 30년이 걸린다. 왜? 다시 약한 고리다.
존스의 요약은 이렇다. 자기 커리어를 만들어준 그 2% 직선 그래프는 “성장이 안 바뀐다에 베팅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가 돌려본 모든 시나리오는 향후 50~100년 안에 성장이 폭발한다고 말한다. 다만 그 폭발은 ‘폭발’이라는 단어에서 기대할 만큼 빠르지 않다. 결국 모든 약한 고리를 자동화해 없애고 나서야 플라이휠이 진짜로 돌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세 시나리오는 200년 뒤엔 완전히 다른 세계를 그리지만, 앞으로 75년간은 어느 쪽에 있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일자리: 방사선의와 우버 기사
제프 힌턴은 2016년 “방사선의 양성을 멈춰야 한다, 5년이면 AI가 더 잘한다"고 말했다. AI가 여러 면에서 방사선의보다 나아진 건 맞다. 그런데 오늘 방사선의는 2016년보다 더 많고 더 많이 번다.
존스의 설명은 다시 약한 고리다. 일자리는 작업들의 묶음이다. 한 직업에 100가지 작업이 있고 AI가 그중 75개를 자동화하면, 이제 희소해진 나머지 약한 고리들이 높은 수익을 가져간다. AI와 상의해 암을 더 잘 찾는 방사선의는 더 가치 있어지고, 어려운 스캔을 이중 확인하거나 수술을 자문하는 역할로 여전히 필요하다. 그래서 작업의 75%를 자동화해도 임금이 오를 수 있다.
반대편엔 우버 기사가 있다. 웨이모 자율주행차는 우버 기사가 하는 일을 사실상 전부 자동화한다. 10년 뒤 우버 기사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힌턴처럼 틀릴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말이지만.
다만 그 ‘언젠가’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관건이다. 첫 DARPA 자율주행 대회가 2004년, 어느 차도 완주하지 못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샌프란시스코에선 자율주행차를 탈 수 있지만 베이 지역 밖에선 여전히 드물다. 약한 고리의 관점은 늘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고 말한다.
하방 위험은 빠르게 온다
강연 내내 낙관처럼 들렸다면 오해다. 존스는 자기 미래가 매우 불안하다고 말한다. 파국적 위험 때문이다.
두 판본이 있다. 나쁜 행위자. 북한 어딘가의 해커가 탈옥된 GPT-8이나 Opus 7에 접근한다. 이 오라클급 모델들은 가장 똑똑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뭐든 할 수 있다. 에볼라보다 치명적이고 3개월간 증상이 안 나타나는 바이러스 설계가 가능하다면 AI가 알아낼 것이다. 핵무기는 빨간 버튼을 쥔 사람이 소수라 여기까지 왔다. 80억 명이 버튼을 쥐면 아무도 누르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외계 지능. 오늘 저녁 명왕성에서 우주선이 지구로 온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하자. 처음엔 설렌다. 그러다 떠올린다. 앞선 문명이 뒤처진 문명을 만났을 때 뒤처진 쪽에 좋게 끝난 적이 별로 없다는 걸. 스튜어트 러셀의 물음. “우리보다 강한 존재에 대한 통제권을 어떻게 영원히 유지하는가?”
여기서 약한 고리가 다시 등장하는데, 이번엔 방향이 반대다. 사슬은 한 고리만 끊어도 가치 전체가 무너진다. 즉 약한 고리 모델은 개선은 느리지만 하방으로는 취약하다. 존스가 지난 한 달 논문을 쓰며 걱정한 대목이 이거다. Anthropic이 공개하지 않은 모델 Mythos는 인간이 25년간 검증해온 소프트웨어에서 아무도 못 찾은 버그 수천 개를 찾아냈다. 반년, 1년 뒤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오픈소스 판본이 나온다. 나쁜 행위자가 그걸로 전력망이나 금융 시스템을 해킹하지 않으리라 얼마나 확신할 수 있나. 존스는 이걸 존재론적 위험까지는 아니어도 향후 3년 안에 마주칠 가능성이 상당한 문제로 본다.
가장 눈여겨본 것은
내가 곱씹은 대목은 존스가 자기 직업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이미 AI 연구 도구를 쓰고 있고, GPT-5.2 Pro는 수학에서 자기만큼, 5.5 Pro는 자기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AI가 자기보다 나은 성장 논문을 쓰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그때 나는 뭘 하지, 하고 묻는다. 성장 논문이 그의 의미의 절반인데.
그가 꺼낸 비유는 은퇴다. 은퇴자를 보고 “저들은 의미 있는 일을 잃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풍요 속에서 크루즈를 타고 친구를 만나고 춤을 춘다. 존스의 버전은 도자기를 빚고 노래하고 성장 이론 친구들과 모여 AI에게 최신 성장 모델을 배우는 ‘여름 캠프’다. AI가 성장을 폭발시키는 세계는 GDP가 엄청나게 높은 풍요의 세계이고, 나눌 것이 많은 세계이기도 하다는 것. 다만 그게 자동으로 모두에게 좋게 돌아가진 않는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경제학자는 늘 무역이 모두를 이롭게 한다고 말했지만 차이나 쇼크로 노스캐롤라이나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지역사회가 무너진 것처럼.
강연을 여는 그래프가 “성장은 안 바뀐다"였는데, 그 그래프로 종신교수가 된 사람이 무대에서 자기 예측을 뒤집는 장면. 파국을 이야기하며 강연을 닫고는 “2006년 졸업생 만세!“로 마무리하는 그 온도차. 나는 그 모순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태도가 이 강연에서 가장 신뢰가 갔다.
출처
Charles “Chad” Jones (Stanford GSB and NBER), “A.I. and Our Economic Future” Stanford Graduate School of Business, 2026년 5월 1일 GSB 봄 동창회 강연 (60분) 원문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xBpGn3BDcOY 관련 논문: Jones and Tonetti (2026) “Past Automation and Future A.I.: How Weak Links Tame the Growth Explosion”; Jones (2026) “A.I. and Our Economic Future” (for JE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