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1. Campanelli 외 연구진이 18개 도시에서 자동차와 대중교통의 접근성 격차를 하나의 지표(CDI)로 정량화했다.
  2. 대중교통이 자동차보다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도시는 파리와 취리히 단 두 곳뿐이며, 빈(Vienna) 분석에서 소득을 통제해도 CDI가 자동차 보유율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로마 메트로 확장 시뮬레이션은 지하철 두 노선 분량의 투자로도 도시 전체 CDI가 0.029밖에 줄지 않음을 보여주며, 네트워크 수준의 체계적 대중교통 확장만이 구조 전환을 가능케 한다고 결론짓는다.

Car Dependency Index(CDI)란

연구진이 제안하는 자동차 의존 지수(Car Dependency Index, CDI)의 핵심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한 지점에서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곳과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곳을 비교하는 것이다.

POI 접근성 개념도. 중앙의 에이전트를 기준으로 자동차로만 닿는 영역(빨강), 대중교통으로만 닿는 영역(파랑), 양쪽 모두 닿는 영역(보라)을 보여준다.
Figure 1 — 교통 수단별 POI 접근 범위 개념도. Campanelli et al. (2026), arXiv:2604.01019, CC BY 4.0

도시를 약 200m 단위의 H3 육각형 격자(해상도 9)로 나누고, 각 격자에서 자동차와 대중교통 각각으로 도달할 수 있는 관심 지점(POI — 식당, 병원, 학교, 공원 등)의 수를 센다. 멀리 있는 POI일수록 가중치를 낮추는 지수 감쇠 함수($f(t) = \frac{1}{\tau}e^{-t/\tau}$, $\tau = 60$분)를 적용하여, ‘실질적으로 접근 가능한 기회’를 측정한다.

이렇게 구한 자동차 기회 점수 $O_{\text{Car}}$와 대중교통 기회 점수 $O_{\text{PT}}$를 다음과 같이 정규화한다:

$$\text{CDI}_h = \frac{O_{h,\text{Car}} - O_{h,\text{PT}}}{O_{h,\text{Car}} + O_{h,\text{PT}}}$$

값이 양수이면 자동차가 더 유리한 지역, 음수이면 대중교통이 더 유리한 지역이다. 0에 가까울수록 자동차 없이도 비슷한 수준의 도시 기회에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도시별 CDI 지도

CDI를 도시 위에 색칠하면, 글로만 읽을 때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드러난다.

11개 도시의 CDI 지도. 파란색이 대중교통 우위, 빨간색이 자동차 의존 지역이다. 파리는 대부분 파란색이고, 로마는 거의 전부 빨간색이다.
Figure 3 — 11개 도시의 Car Dependency Index 지도. 파란색은 대중교통 우위, 빨간색은 자동차 의존을 나타낸다. Campanelli et al. (2026), arXiv:2604.01019, CC BY 4.0

파리의 행정 구역 내부는 거의 파란색이다. 대중교통만으로도 자동차 이상의 기회에 접근할 수 있다. 반면 로마는 중심부의 메트로 노선 주변을 빼면 거의 전부 진한 빨간색이다. 밀라노, 바르셀로나는 도심은 흰색(균형)이지만 외곽으로 갈수록 빨갛게 물든다.

지하철 노선이 CDI 지도에 그대로 새겨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빈의 U-Bahn 노선과, 로마의 메트로 A/B선 경로가 흰색-파란색 줄기로 선명하게 보인다.

도시별 평균 CDI 순위는 다음과 같다:

순위도시CDI
1파리 (행정구역)-0.111
2취리히-0.020
5밀라노0.063
6바르셀로나0.087
110.129
16뉴욕0.241
19로마0.335

음수 CDI 도시는 파리와 취리히 단 두 곳뿐이다. 다만 두 도시의 행정 경계가 상대적으로 작아 도심 집중도가 높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파리를 OECD 도시권 기준으로 확장하면 CDI가 -0.111에서 0.166으로 뛰어오른다.

로마의 기회 격차 — 한 도시의 두 얼굴

로마의 기회 점수. 대중교통 기회 점수는 메트로 노선을 따라 중심부에 집중되어 있지만, 자동차 기회 점수는 도시 전역에 걸쳐 높다.
Figure 2 — 로마의 대중교통(a)과 자동차(b) 기회 점수. 대중교통은 메트로 노선을 따라 좁은 회랑에 집중되지만, 자동차는 도시 전역에 걸쳐 고르게 높은 접근성을 보인다. Campanelli et al. (2026), arXiv:2604.01019, CC BY 4.0

대중교통 기회 점수를 보면, 메트로 노선을 따라 좁은 회랑 안에만 높은 값이 집중되어 있다. 나머지 외곽 지역은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다. 반면 자동차 기회 점수는 도심에서 가장 높지만 외곽까지도 상당한 수준의 접근성을 유지한다.

로마 외곽 거주자에게 자동차는 ‘편리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 생존 도구’다.

빈(Vienna) — 소득이 아니라 CDI가 자동차 보유를 결정한다

빈의 구별 순소득, 자동차 접근 비율, CDI, 그리고 이 셋의 관계를 보여주는 산점도.
Figure 6 — 빈의 소득, 자동차 보유, 자동차 의존도 관계. 같은 소득 수준에서 CDI가 높은 구일수록 자동차 보유율이 더 높다. Campanelli et al. (2026), arXiv:2604.01019, CC BY 4.0

빈의 23개 구(district) 분석 결과, 소득이 비슷한 구들을 비교하면 CDI가 높은 구가 자동차 보유율이 더 높다(r=0.66). 7구와 8구는 자동차 의존도가 낮고 상대적으로 부유한데도 자동차 보유율이 낮다. 반면 10구와 11구는 소득이 더 낮지만 자동차 의존도가 높아서 자동차 보유율이 오히려 높다.

부유해서 차를 사는 것이 아니라, 차가 없으면 생활이 안 되기 때문에 차를 사는 것이다. 이 구분은 정책적으로 중요하다. 비용 인상 정책은 저소득층 이동성만 제한하는 역진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로마 메트로 확장 시뮬레이션 — 고립된 투자의 한계

로마에 새 메트로 정거장을 추가했을 때의 CDI 변화. 새 노선 주변에서는 의미 있는 감소가 나타나지만, 도시 전체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다.
Figure 7 — 로마의 계획된 메트로 확장에 따른 CDI 변화. 새 정거장(점) 주변에서만 뚜렷한 개선이 나타난다. Campanelli et al. (2026), arXiv:2604.01019, CC BY 4.0

C선 미완성 구간과 새 D선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 도시 전체 평균 CDI: 0.335 → 0.306 (감소 0.029)
  • CDI 감소가 가장 큰 상위 10개 격자(인구 11,000명 이상): 평균 CDI 0.333 → 0.110
  • 통근 차량 감소 추산: 약 6만 대 (취업자 ~125만 명 기준, 자동차 통근 비율 66% → 61%)
  • 도시 순위: 19위 → 18위 (한 칸 상승)

지하철 두 노선 분량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도 도시 전체 구조는 거의 바뀌지 않는다. 새 역 도보 5분 거리 안의 주민에게는 극적인 개선이 나타나지만, 도시 수준의 구조적 전환에는 부족하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

이 논문의 핵심 공헌은 ‘자동차 의존’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하나의 수식으로 정량화하고, 그 결과를 도시 위에 시각적으로 투사한 것이다. CDI 지도는 자동차 의존이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도시 구조의 결과임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빈의 사례는 정책 설계에 직접적인 시사점을 준다. 혼잡 통행료나 주차비 인상 같은 비용 정책은 CDI가 높은 지역에서 가난한 가구의 이동성만 제한하는 역진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반대로, CDI가 낮은 지역에서는 자동차 없는 구역(car-free zone) 설정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며, CDI는 그 경계선을 객관적으로 그을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

연구진이 내리는 결론은 명확하다. 구조적 문제에는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 지하철 한 노선이 아니라 네트워크, 한 도시가 아니라 도시권 전체, 한 번의 투자가 아니라 지속적 확장이 필요하다.

출처

Campanelli, B., Marzolla, F., Bruno, M., Melo, H. P. M., & Loreto, V. (2026). “Car Dependency in Urban Accessibility.” arXiv:2604.01019. 원문: https://arxiv.org/abs/2604.01019